아무도 없는 한 밤의 학교. 텅빈 교사를 서성이는 누군가가 있다. 그는 복수를 결심하고 있다. 20년 전의 복수를. 숙청이라는 미명하에 암묵적으로 이루어졌던 악행들. 그리고 무심히 방관만 했던 침묵의 시선들. 그래서- 모두 다 죽여버리기로 결심한다! 이처럼 소설은 강렬한 프롤로그로 문을 연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토리는 사고로 기억을 상실한 남자의 이야기다. 기억을 잃은 남자는 자신의 옷에 '3학년 A반, 동창회 살인계획서'가 있음을 알게 된다. 어째서 이런 것이 자신에개 있는지, 그리고 자신은 과연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남자는 고군분투한다. 그와 함께 20년 전 3학년 A반 중학교 교실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된다. 20년 전 3학년 A반 교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공포신문'을 통해 공포를 조장하며 반 전체를 조종하고 있다. 뚜렷하게 드러나는 폭력이나 따돌림은 없다. 하지만 교실은 언제나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풍선처럼 폭발 직전의 긴장감으로 숨막힐 듯하다. 보이지 않는 공포, 은밀히 자행되는 폭력,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숨어서 지켜보며 희열하는 공포의 주체자. 누구도 저항할 수 없고, 도망칠 수도 없는 침묵의 교실은 그 자체로 악의와 상처, 눈물과 고통을 간직한 거대한 타임캡슐이 되어 조금씩 시간의 늪 속으로 가라앉는다. 20년 후, 복수자의 분노가 그것을 다시 끄집어올리기 전까지!

크게 3부로 나뉘어지는 이 소설은 1부에서 20년 전 교실의 이야기를, 2부에서 동창회를 개최하려는 현재의 이야기를, 3부에서 모든 비밀의 해결편을 제시하고 있다. 오리하라 이치답게 소설은 전개가 빠르고 강렬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또 언제나 그러하듯, 소설 곳곳에 엄청난 복선들을 깔고 있으며 그로 인해 소설 속 주인공들 못지 않게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까지 알수 없는 위화감을 던진다. 학교 괴담을 모티브로 한 한편의 공포소설처럼 펼쳐지는 1부와 동창모임에 피의 복수를 거행하는 복수자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2부를 거쳐 3부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이 교차하며 숨겨졌던 비밀들이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오리하라 이치의 최대 강점이라면 '서술트릭'의 구사가 아니라, 작품 속에 밀도있게 스며든 풍부한 서스펜스의 구사라고 생각한다. 사실 서술트릭은 덤이라고 생각한다. 라스트에 가서 아무리 뛰어난 서술트릭이 있다고 해도 그 과정이 지루하다면 그것은 명백한 실패다. 하지만 오리하라 이치는 언제나 놀라운 서스펜스를 제공하는 작가다. 이제까지 읽은 그의 작품들을 보면 '타임캡술', '도착의 론도', '도착의 사각', 그리고 '침묵의 교실'- 4편밖에 읽지 않았지만 이 중에서 서술트릭의 묘미가 눈부시도록 빛을 발한 작품은 두 편 뿐이었다. 나머지 두 편은 서술트릭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전체를 뒤집는 경이로운 트릭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4작품 동일하게 오리하라 이치만의 '강렬한 서스펜스'는 빛을 발했던 것이다. 혹자는 오리하라 이치를 서술트릭의 대가인 빌밸린저와 비교하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코넬울리치와 비교하고 싶다. 오리하라 이치의 소설은 언제나 첫 장부터 라스트까지 단번에 읽히게 하는 힘있는 서스펜스를 자랑한다. 공포와 위기, 긴장과 수수께끼를 절묘하게 엮어서 독자들을 꼼짝못하게 만든다. '침묵의 교실' 역시 그러한 서스펜스의 힘이 라스트까지 강렬하게 발휘된다. 이 놀라운 서스펜스의 힘이야 말로 이 작품이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을 수상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아닌가 싶다.

이 소설은 읽다보면 계속해서 겹쳐지는 작품이 있다. 바로 오리하라 이치의 '타임캡슐'이다. 두 작품이 모두 중학생 시절의 '어두운 과거'와 성장한 후 동창회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놀란 것은 '침묵의 교실'에 전반적으로 깔려 있던(특히 1부에서 강렬했던) 공포소설의 분위기인데, '타임캡슐'역시 공포소설의 느낌이 강한 작품이다. 어찌보면 작가는 과거의 시간은 죽은 시간이고, 죽은 시간은 공포다, 라고 말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침묵의 교실'도 그러했지만 '타임캡슐' 때에도 '과거'는 구천을 떠도는 원귀처럼 스멀거리는 공포로 다가왔다. 과거는 결코 한 가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함께 어린 시절의 한 페이지를 공유했던 '교정의 시간들'이 누군가에게는 즐거웠던 어린시절의 추억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모두다 죽여버리고 싶은' 살의의 기억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뽀얗게 먼지쌓인 시간이란 과연 '철없던 시절의 악행들'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줄 수 있을까? '침묵의 교실'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미스터리적인 고찰이다. 왕따와 자살, 학교폭력이 난무하는 요즘의 세태를 지켜보며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은 적어도 '죄'는 시간 속에서 저절로 면죄받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죄'로 인해 고통받은 이들의 상처는 시간으로 덮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누군가에게는 피맺힌 원한으로 남아 구천을 떠도는 살인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피의 절규를 '에이, 어릴 때 일인데 뭐' 혹은 '시간이 이만큼이나 지나버렸는데' 정도로 흐지부지 덮으려는 자야말로, '숙청'되어야할 대상이다! 

매년 같은 날, 대부호 헨리크 방예르에게 발신인 표시 없는 압화(꽃으로 그린 그림액자)가 배달된다. 그것은 36년째 풀지 못한 미스터리이자 헨리크의 가슴 속에 피맺힌 단 하나의 응어리다. 36년전 감쪽같이 사라진 손녀 하리에트. 당시 16세였던 하리에트는 섬을 이어주는 다리에서 일어난 대형사고로 인해 섬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시점에서 사라졌다. 즉 하리에트의 실종사건에는 당시 섬에 남아 있던 40여명의 방예르 가문 사람들 모두가 용의자다. 헨리크는 손녀의 이 미스터리한 실종 사건을 시사 월간지 '밀레니엄'의 기자인 미카엘에게 맡긴다. 무려 500만 크로나라는 성공보수를 제시하면서!(한화 약 8억6천만원) 하리에트는 사라지기 전, 매년 헨리크의 생일마다 손수 제작한 압화를 선물했었다. 그리고, 하리에트가 실종되던 해를 제외하곤, 그 이듬해부터 똑같은 포멧의 압화가 계속해서 헨리크에게 배달되고 있다. 이것은 필시 하리에트를 사라지게 만든 범인이 헨리크에게 보내는 잔인한 장난이리라. 범인은 무언으로 말하고 있다. 여기, 아직 내가 살아 있다. 네 손녀를 사라지게 한 범인이 아직 살아 있다. 매년 너에게 보내는 압화가 바로 그 증거다.

 

소설은 36년 벌어진 헨리크의 손녀 실종사건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미카엘의 이야기와 함께 리스베트 살란데르라는 천재 해커 여자의 이야기를 교차로 진행시킨다. 서평도서로 받긴 했지만 1부의 상권 밖에 보내주지 않아서 전체적인 스토리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1부 상권의 내용까지만 봐서는 리스베트의 이야기는 곁가지처럼 등장한다. 정신장애를 안고 있는 그녀가 자신의 대리인을 맡고 있는 악랄한 남자에게 복수를 계획하는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이것이 미카엘의 이야기와 나중에 어떤 식으로 맞물리게 될지는 의문이다. 아마도 악랄한 대리인에 대한 복수가 계속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미카엘의 사건으로 흘러들게 될 것이라 본다. 상권만을 중심으로 본다면 결국 주 스토리는 미카엘이 맡은 '소녀 실종사건의 수수께끼'다. 이 부분은 정말 무척 흥미진진했다. 소녀가 사라질 당시의 상황묘사나 몇 가지 징후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들이 점층적으로 이어지며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읽으면서 느낀 것은 이 작품이 4,50년대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의 일면과 닮아 있다는 것이었다. 욕망과 증오로 가득찬 대가문이 등장하고, 그 가문의 한 사람이 실종되고, 실종된 이의 흔적을 더듬어가며 만나게되는 비틀린 가문의 비틀린 사람들... 이런 점에서 볼때 작가는 수수께끼 풀이보다는 인물들간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어 사건을 진행시켜나가고 있는데, 조금씩 조금씩 인물들의 내면을 끄집어내 보이는 솜씨는 무척 탁월하다. 실제 기자출신이라서 무수히 많은 사건들을 현장에서 접해본 경험이 있을 테고, 그러한 경험들 덕분에 작가는 인간의 내면에 감추어진 추악한 본능을 생동감 있게 그려낼 수 있었으리라. 첫장을 펼치는 순간 마약처럼 빠져든다는 문구들은 조금 오버고, 적당히 뒷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긴장과 호기심의 끈을 늦추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인물들의 갈등 조성을 통해 현대 사회가 빠져든 모랄 붕괴에 대한 비판도 꽤 '격조'있게 잘 그려낸 편이라, 전체적으로 잘만들어진 작품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사실 이 작품은 스웨덴 국민의 3분의 1이 읽었고 나아가 북유럽 전체를 초토화시킨 베스트셀러로 유명하다. 그 뿐 아니라 작가가 3부작까지의 집필을 마친 직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버린 극적인 일화로도 유명하다. 아마 작가의 죽음이야 말로 이 책의 판매부수에 커다란 도화선으로 작용했으리라 생각한다. 때문에 독서를 좀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밀레니엄'은 거의 전설적인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렇듯 이미 엄청난 베스트셀러에다 수 많은 사람들이 칭찬을 하고 나선 작품을 두고 무슨 평을 플러스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 좀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상평을 써보고자 한다.우선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작품은 원래 10부작으로 기획된 미완성 작품이다. 게다가 각 부마다 사건이 완전히 해결되는 게 아니라 조금씩 다음 부로 이어지는 형식이며 아마도 최종적 수수께끼는 마지막 10부에서 해결할 예정이었으리라 본다. 또한 각 부 상하권의 분량이 어마어마하다. 대략 800페이지에 해당한다. 이상의 요소들이 합쳐져서 발생할 수 있는 덫이라면 '슬로우 스타트'에 '슬로우 진행'이라는 것이다. 아쉽게도 이 작품은 그 덫에서 비껴가지 못했다. 우선 초반 100여페이지가 지나도록 무척 답답한 진행이 계속된다. 딱부러지는 중심사건도 없고, 그렇다고 '전체적인 모양새'가 들여다보이는 스토리도 없다. 뭔가 일이 벌어졌는데 그 일이 어떤 일인지 독자들에게 감추고 있다. 또한 캐릭터들이 가진 '개인적 스토리'에 대해서도 중심적인 것들은 모두 감추고 '성격을 드러내는 편린'들만 나열한다. 아마도 작가는 10부작으로 기획을 했기에 모든 것을 천천히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라라. 주인공들에게 던져진 중심 사건이 무엇인지 또 그들 캐릭터에 숨겨진 과거사가 무엇인지, 비화가 무엇인지- 조금씩 보여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소설은 미카엘이 헨리크의 저택을 방문하는 본괘도에 진입하기 까지만 상권 분량의 3분의1을 소비한다. 물론 이후부터는 속도가 붙지만 역시 아쉬운 것은 지나치게 슬로우 진행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기자출신답게 현대 사회가 지닌 모순점들에 대해 꽤나 할말이 많은 듯했다. 수시로 스웨덴과 북유럽의 기업 경제사, 그리고 정치적 역사 등을 길게길게 나열한다. 그와 함께 무수히 많은 등장인물들의 조상님들까지 파고드는 세세한 인물사도 덧붙인다. 읽으면서 굳이 이렇게 세세한 인물사의 설명까지 필요한가 싶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절실했던 것은 '압축의 미'였다. 방대한 분량에 비해 의외로 서사는 무척 얇았던 것이다. 물론 슬로우 진행 치고는 호기심 유발이나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작가의 글솜씨는 꽤 탁월하다. 때문에 뒤가 궁금해서 계속 책장을 붙들고 있게 만드는 힘은 분명히 있다. 이제 하권을 읽어야 하는데, 아마도 하권에서 '실종 사건의 비밀'은 밝혀지는 대신 또 다른 중심 의문점은 남겨둘 것 같다. 그래야 2부 3부의 이야기들로 이어질 수 있을테니. 아마도 3부까지 모두 다 읽고 나면 내 개인적 평가가 분명 지금과 또 다르게 내려질 거라 생각한다.

 

평소 헬스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이 책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어가며 느낀 점은 더이상 거창한 헬스를 하느라 많은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겠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운동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살짝 뒤집는다. 운동이란 무조건 많이 한다고 좋은 게 아니다. 그것이 어째서 좋지 않느냐면, 지치기 때문이다. 지치면 꾸준히 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보통 우리가 운동을 할때 범하게 되는 우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의 저자는 우리에게 ’팔굽혀펴기 딱 100’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팔굽혀펴기 100개는 그리 무리한 수치가 아니다. 어쩌면, 고작 그 정도? 하면서 시시하게 여길 수치다. 기껏 그정도 해봤자 뭐해, 하며 무시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책을 쭉 읽어가다 보면 그러한 생각이야말로 지극히 어리석은 생각임을 인정하게 된다. 운동은 무리하게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길게 계속해서 해 나가는 게 중요한 것이다. 벤치 프레스 100킬로그램을 수십 회씩 들어올린다고 건강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근육이 갑자기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건강도 근육도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반복운동을 해야 유지되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팔굽혀펴기 하나만으로 세부적인 근육운동이 가능함을 알게 되는데, 아마도 헬스클럽 좀 다녀봤다는 사람이라면 시시하게 여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정한 헬스 마니아라면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간단하게 할 수 있는 팔굽혀펴기 동작이라도 정확한 자세로 정확한 부위에 자극을 주고 일정한 패턴으로 일정한 세트씩 꾸준히 해나가면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책에는 초급과 중급 고급으로 나뉘어져 팔굽혀펴기 운동의 자세한 계획표를 제시해주고 있다. 야근, 회식, 바쁘고 피곤한 일정 속에서 일일이 헬스클럽에 갈 시간적 여유가 없는 대다수의 현대인들이라면 이 간단한 동작과 10분 정도의 시간투자로 건강과 근육의 놀라운 발전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대단한 근육맨까지는 아니더라해도 적어도 이대로만 지켜나간다면 몸의 군살은 빠져나가고 어깨와 가슴, 팔근육은 꽤 발달할 것이라 생각한다. 믿어지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책을 펴들고, 그대로 따라해보라~! 하루 십여분 씩 꾸준히 팔굽혀펴기를 하는 것도 결코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도 하지 않고선 절대 좋은 몸을 만들 수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