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고 어두어진 실내에 전등을 켠. 사요코,, 폴더를 접은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데. 파울이 이중 유리로 된 목재 새시문에 코를 들이밀고 뭔가를 향해 으르렁거리고 있는것이 보인다. 문 바깥쪽에서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것과 같은 봉투를 붙어 있었다. 너무 놀라 한동안 꼼짝할수가 없었다. 아유미라는 여자는 오전 중에 편지를 가져다놓고 나서도 하루 종일 집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사요코를 감시하고 잇었던 것이다. 누니을 맞으며 촬영하는것도 고우언에서 보낸 완벽한 순간들도 스토커는 질투심에 불타는 눈으로 지켜보았을까. 모토키와의 추억이 더럽혀졌다는 생각에 사요코는 기분이 상했다. 곧이어 공포가 엄습했다. 그 여자가 돌아갔다는 보장이 없다. 사요코는 집안의 전등을 모조리 켜고 현관과 창문이 제대로 잠겨 있는지 확인했다. 주바이으로 가서 밀크 팬을 곤봉 대신 들고 거실로 돌아왔다. 발코니에 불을 켜고 주위를 자세히 내다본 다음 천천히 새시문을 열었다. 파울도 같이 밖으로 나왔다. 눈이 그치고 나서 기온이 많이 내려간것 같았다. 연말을 앞둔 밤공기는 살을 에는 듯 차가웠다. 이렇게 추운 곳에서 그 여자는 몇 시간씩 자신을 감시하고 있엇던 것이다. 그 무서운 집념을 생각하니 갑자기 온몸에 으스스한 오한이 느껴졌다. 사요코는 테이프로 붙여놓은 편지봉투를 천천히 떼어내고 발코니를 왔다갔다하는 파울에게 소리쳤다.

 

이세상 많은 연인들이 둘이 아닌 하나를 꿈꾼다. 사랑하는 사람과 아침에 같이 눈뜰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사랑하는 사람과 저녁에 같이 잠자리에 들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리하여 그들은 결혼을 선택하게 된다. 이 세상 많은 부부들이 하나가 아닌 혼자를 꿈꾼다.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서 혼자 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서 마음껏 자유를 누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하여 다른 사랑을 선택한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얼마일까. 흔히들 길어야 3년이라고 한다. 특히 결혼한 다음에는 사랑이 아니라 정때문에. 또는 아이때문에 산다고 하는 부부들이 많다고 한다.너에게는 돌아갈 집이 있다는 주인공 부부 역시 그러하다. 결혼하기 전에는 누구보다 사랑했는데. 상대를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햇는데. 왜 어느 순간부터 평면적인 관계로 변한 것일까. 아직 20대인 그에게 가정은 편안한 안식처가 아니다. 애인의 뜻하지 않은 임신. 원하지 않는 결혼. 그때문에 그는 그토록 좋아하는 영화 일까지 그만두어야 했다. 그에게 아내와 아이는 책임져야 하는 존재임과 동시에 무거운 짐이 되어 버린다. 그녀에게도 가정은 결코 편안한 안식처가 아니다. 그와 결혼하고 싶어서 임신까지 했는데.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키우면 행복할줄 알았는데. 그래서 회사까지 그만두고 집에 틀어박혔는데...

 

일본의 평론가들은 엔도 슈사쿠가 작품 속에서 일관되게 일본이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를 쉬지 않고 물었다고 애기합니다. 범신론적인 일본의 종교 사상과 종교인 가톨릭 사상의 충동레서 비롯된 그의 일본인 탐구는 단순히 일본이라는 특정 지역 속의 인간에 대한 탐구에 머물지 않고.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보편적인 질문으로 확산되었습니다.원숭이가 물에 젖은 시멘트 바닥 위에서 나를 올려다봐 나는 주머니에서 작은 사과를 꺼내 우리 안으로 던져 넣었다. 그 사과는 점심식사 때 내 몫으로 나온 것을 남겨놓은 것이었다. 사과는 원숭이 앞으로 굴러갔지만. 원숭이는 그것을 주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겁먹은 듯한 슬픈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고서 나는 감기에 걸려 오랫동안 자리에 누워 잇었다. 간병 같은 걸 해주는 사라미도 없는 지붕 밑 다락방의 환자는 열이 었어도 밖으로 식사를 하러 가고 스스로 약을 사갖고 오지 않으면 안되었다. 모포를 감고 납빛의 창을 지긋이 보고 있자니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감기가 겨우 낫자 나는 다시 공원으로 출발했다. 연못의 수면은 여전히 거무스름하고 을씨년스럽다. 보트는 누가 끌어올렸는지 없었다. 그렇지만 그 작은 우리 안에 원숭이는 있었다. 그 감기가 겨우 낫자 나는 공원으로 출발했다. 연못의 수면은 여전히 거무스름하고 을씨년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