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향은 경북 구미시 옥성면 옥관리 산골 마을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나의 고향 산골에는 대둔사라는 작은 사찰이 있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소풍은 늘 그곳으로 갔다. 대둔사는 구미시 옥성면 옥관리 복우산 동쪽에 있다. 신라 눌지왕 30년(446)에 아도화상이 창건하였다고 한다. 고려 고종 18년(1231)에 몽고족의 침략으로 불타버린 것을 25대 충렬왕(재위 1274∼1308) 때 고쳐 세웠으며 그 뒤로 최근까지 여러 차례 수리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암자 전문가'로 불리는 정찬주 작가는 십여 년 동안 매주 혹은 매달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암자를 찾아다닌 그가 이 책을 통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별로 일반 독자가 찾기 좋은 암자 서른두 곳을 소개한다. 그는 이미 산문집 <암자로 가는 길>, <암자에는 물 흐르고 꽃이 피네>, <길 끝나는 곳에 암자가 있다> 등 암자기행에 관한 네 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이 책은 수행자들의 거처를 기행 취재하여 그곳의 정보와 사실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구도의 길을 연구하는 기행 산문집이다. 해가 가장 빨리 뜨는 암자, 무소유를 화두로 주는 암자, 만개의 햇살이 따사로운 암자 등 곳곳마다 가지고 있는 특징을 소개하고, 암자의 정확한 위치, 전화번호 등을 함께 수록하여 암자를 찾는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 또한 저자와 사진작가가 함께 찍은 풍부한 화보가 책의 깊이를 더해주며, 직접 갈 수 없는 자들은 화보를 통해 사찰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암자 경험이 단순히 일상적 삶에서 잠시 벗어나는 충동적 기행에 있지 않고 쾌락과 유희에서 삶의 위안을 찾는 세속의 관행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재고시킨다고 말한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별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나를 설계하는 봄암자, 나를 성장시키는 여름암자, 나를 사색하는 가을암자, 나를 성숙시키는 겨울암자로 구분하여 암자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설계와 성장과 사색과 성숙을 도모하는 참살이의 길, 오늘도 저자는 암자로 가는 길을 걷는다.
그는 왜 10년이 넘게 암자를 찾는 것일까? 그는 암자를 찾는 것이 곧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그는 스스로 ‘나그네’ 라고 부르길 즐긴다. “왜 산속에 집을 짓고 사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을 한다. 인도의 바라문들은 자식을 다 키우고 난 후 숲속으로 들어가 사는 임간기 라는 전통을 지키고 살았는데, 작가 자신도 그런 셈이라고 한다.
작가는 남원 실상사를 지나 함양 지리산 문수암으로 가면서 “이번의 여행에서는 딱히 정해놓은 목적지가 없었다. 지리산 길을 가다보면 산자락 어디쯤 암자 하나 있겠거니 하고 떠나온 것이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는 발걸음은 때에 따라서 마음을 가볍게 한다. 돌이켜 보면 나그네도 무슨무슨 목적에 가위눌려 살아왔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즐기고 아껴야 할 삶의 과정을 소홀히 한 채 자신도 모르게 목적의 노예가 돼버린 것이다.”고 말한다.
요즘에는 절에도 컴퓨터가 들어와 젊은 스님들은 방선 시간이나 휴식 시간에는 인터넷을 즐겨한다고 한다. 대흥사 관음암의 한북스님은 <산사의 선율>이라는 CD를 만들었고, 홈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다. 절의 풍속도가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