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도 난 이 책의 제목이 "유쾌한 파울라의 거침없는 하이킥"인 줄 알고 있었다.

서평을 쓰면서 제목을 보니 "하이킥"이 아닌 "하이힐"이란 걸 알고 얼마나 웃었던지..

TV를 보진 못했지만 한동안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거침없는 하이킥"의 인기시트콤이  뇌리에 강하게 각인된 영향이리라...

조그만 모델 에이전시에서 비서로 일하는 파울라는 천방지축의 언제 어딜로 튈지 모르는 사고뭉치 유아기적 사고를 가진 자유분방한 성격의 싱글녀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고상하고 우아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만, 자기는 프로 실수쟁이, 민망함의 영왕, 당황의 전문가라고 자신을 당당히 첫 지면에 소개하면서 파울라의 삶을 고스란히 글에 담아냈다.

항상 남자를 만나는 상상속에 살지만 현실 앞에서는 언제나 남자에게 외면당하고 그 화풀이 대상으로 명품 옷과 구두에 월급을 송두리째 써 버리고 돌아서서 후회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파울라의 어리석은 행동에 답답함도 많았다.

그러나 파울라의 모습이 바로 내가 꿈꾸는 또 다른 세상이리라...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행복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내 삶을 불평하고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그래서 파울라의 어리석은 행동에 답답해 하면서도 그녀의 실수에서 웃을 수 있는 것은 내가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행동들에 대한 대리만족일 것이다.

컴퓨터처럼 완벽함만을 요구하며 살아가는 이 시대에 파울라처럼 자신의 일에서 만큼은 자신이 최고라는 프로정신을 가지고 일에 몰두하고, 일상 생활에서는 곳곳에 누수가 생기는 삶을 영위하며 살아간다면 언제나 따뜻한 봄만이 우리곁에 남아 있을 거란 생각으로 책장을 덮었다.

마지막으로 파울라가 꿈꾸는 이상속의 멋진 남자가 그녀 곁에 얼른 나타나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