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접하는 일본소설 은행원 니시키의 행방은 나를 일본문학에 푹 빠져 들게 하였다.

은행이란 한정된 장소와 나가하라 지점에 근무하는 은행원 10명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야기를 엮어가는데 읽다보면 10편의 이야기가 모두 니시키의 행방과 연관되어지는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이는 추리소설이었다.

엘리트 집단이 모여 있는 은행이란 곳에 고졸이라는 학력이 컴플렉스로 작용해 오로지 출세를 향한 목표달성을 위해 상사에게는 갖은 아부와 아랫사람에게는 이치에 맞지않는 실적만을 요구하는 약삭빠른 후루카와 부지점장의 모습에서 분노를 느끼기도 했지만 이게 바로 우리 삶의 모습을 후루카와를 통해 나타낸것이리라..

단 1원의 오차도 없이 계산이 맞아야하는 은행에서 어느날 100만엔이라는 돈이 사라진다.  이 사건이 발생하면서 나가하라 지점은 또 한번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후루카와와 구조지점장, 과장들은 직원들 모르게 돈을 채워넣는다.

하지만 이 사건을 조용히 수사하던 니시키 대리는 어느날 범인을 발견하면서 그는 소리없이 사라지게 되고, 그의 행방을 둘러싼 인물들의 스토리는 더욱 흥미진지하게 엮어진다.

결국 범인이 잡히면서 이 책의 마무리 지어지는 줄 알았는데 마지막으로 등장한 하루코가 메모 쪽지 한장의 발견함으로써 니시키의 행방은 더욱 오리무중에 빠지게 된다..

과연 그는 왜 사라졌을까..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맨 처음부터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인줄 알았는데 책 구성은 그냥 일반소설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일반 소설류로서 직장에 매여사는 현대인들의 출세지향적인 모습을 역으로 비판하면서 추리소설의 내용을 가미한 것으로 보여진다.

은행은 외부인이 보기와는 다르게 4시반 이후가 본격적인 각자의 업무에 들어간다.

그날 고객으로 부터 들어온 입출금 정산과 함께 저축상품 판매, DM발송, 회의 등등..은행이란 곳에 한동안 발을 담갔기에 이 책속의 인물들의 삶에 공감이 더 가고, 처절한 그들의 생존전략이 더 진하게 다가왔다.

처음 읽은 일본소설이었는데 읽은 뒤에도 진한 여운이 남아있어 또 다른 일본소설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