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존경하는 위인을 들라면 언제나 세종대왕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말 한글을 창제하신 분이었구 조선 역사상 가장 인자하고 지혜로우며 백성을 먼저 생각한 임금이었기에 좋아했었다.

어릴때 교과서나 위인전을 통해 세종대왕을 접해 본 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전부였기에 가장 존경하는 위인이었지만 그분의 세세한 내용까지는 알려고 하지 않았었다. 또한 역사서는 딱딱하다는 선입견때문인지 역사물에는 쉽게 다가서지 못했었던 이유도 있었다,

이 책은 그런 나의 생각을 확 바뀌어 놓았다. 역사서가 이렇게 재미있고 파고 들면 들수록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처음이었다. 저자의 꼼꼼한 자료조사와 함께 세종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 그동안 모르고 지나갔던 세종에 대한 세세한 부분까지 알 수 있었다.

태종의 세째아들로 태어난 세종은 두형에 비해 부모의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태종이 "너는 할 일이 없으니 편하게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해라"라고 말할 정도로 태종의 자식사랑은 오로지 첫째 양녕이었다. 처음부터 왕위계승자로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받아가며 길러진 양녕은 태종의 기대를 저버리고 사고만 일으키는 문제아였다. 결국 태종은 왕위계승자로 충녕을 내정하고 단기간에 왕위를 넘겨준다.

철저한 계획하에 교육받고 길러진 양녕에 비해 공부에만 몰두했던 세종의 주변에는 그를 지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오로지 아버지 태종만이 든든한 바람막이였다. 그렇기에 세종은 아버지를 상왕으로 모시고, 4년동안 군주로서 홀로서기의 내공을 충실히 쌓아간다.

세종은 인재를 육성하는게 나라를 발전시키는 길이라 생각하고 인재 육성에 가장 공을 들였고, 당파, 신분을 가리지 않고 천민이라도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을 등용하였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명재상으로 불려지는 황희는 18년동안 영의정으로 재직하면서 세종의 가장 아끼는 사람이었으며, 소박하고 검소하지만 우유부단한 성격의 맹사성은 의견을 조율하는 완충제 역할을 하였으며, 고집불통이고 대쪽같은 성격의 허조는 세종의 수뇌부 역할을 맡아 나라를 이끈 3대 정승들이었다. 모두가 허물들은 있었지만 세종은 허물을 덮어두고 그들의 능력만을 알아보며 나라를 맡긴 것이다.

세종의 도승지 안숭선, 조선왕조 최초이자 최후의 순수 공돌이 장영실, 장영실과 함께 조선의 과학기술을 주도한 이천, 음악을 사랑한 세종과 함게 조선의 음악을 만든 박연, 훈민정음의 창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집현전의 신숙주, 성삼문, 최항, 서거정 등이 있었으며, 병과쪽에는 약한 세종의 흠을 보완해 줄 수 있었던북방의 문지기 김종서 등이 조선과 세종대왕을 함께 만들어낸 인물들이었다.

이처럼 세종은 인재를 알아보는 탁월한 안목이 있었기에 세종이란 배가 암초에 난파하지 않고 순항할 수 있었다고 본다.

평생동안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고 힘들고 멀리 돌아갈지언정 정석을 밟아가면 시작한 일은 끝까지 완수하는 인내와 끈기의 세종대왕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병마와 싸우게 된다. 그로인해 기억력도 감퇴되고 체력도 소진되면서 다혈질 기질도 보였지만 세종이 다스리던 32년동안 역사상 가장 편안하고 백성들이 살기좋았던 시대도 없었다.

건강까지 잃어가며 오로지 나라와 백성을 위해 고뇌하고 사랑한 세종대왕은 언제나 우리들의 가슴속에 성군으로 영원히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국민의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는 세종대왕같은 성군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마지막까지 책을 덮기 싫을 정도로 재미와 함께 세종의 모든 면을 두루두루 배울 수 있었고, 문종이 건강하기만 했더라도 우리 역사는 뒤바뀌었을텐데 라는 아쉬움과 함께 역시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다시한번 자리매김하는 시간이었다.

말이나 행동이 느린 사람을 굼벵이라고 부르는 걸로 안다. 주부가 굼벵이처럼 살아간다면 집안은 어떤 모습이고 슈퍼우먼이 되기를 바라는 가족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한살한살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 여기저기가 아파오고 내 뜻대로 몸이 움직여 주지 않고, 병원을 들락거리면서 가족들과 친구들이 내게 한마디씩 하던 말이 대충대충 살아가라고 했다.

나라고 굼벵이처럼 살고 싶지 않은게 아니다. 퇴근후 집에 들어가면 정말 손끝 하나 움직이기 싫다. 나도 누군가 차려주는 밥 먹고 편히 쉬고 싶은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니까 어차피 내가 할 일이니까 미뤄봐야 할 일만 더 쌓여가니까 하는거지.

장수하고 싶은면 굼벵이처럼 살아야 한다는데 나도 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조금은 여유롭게 어지럽혀진 집안환경에 지나칠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주부들이나 외국의 주부들이나 모두 주부로서의 애환은 지구 어느곳이나 같은가보다. 집집마다 흔히 볼 수 있는 남편과 아이들의 리모컨 전쟁, TV를 잘 보는편이 아닌데도 가끔 드라마에 빠져 있는 내 모습에 가족들이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모습 등은 바로 우리집 풍경이었다.

"거시기"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아버지 생각이 났다. 우리 아버지는 말씀 중에 "거시기"란 단어가 수도없이 들어간다. 듣는 사람이 알아서 뜻을 헤아려야 한다. 우리나라 특정 지역에서 쓰는 사투리인줄만 알고 있었는데 오스트리아에서도 이런말을 쓸 줄이야....아무 뜻없는 조사어는 어느나라나 마찬가지로 있다니 놀라웠다. 아님 번역하신 분이 "거시기"로 번역한건가..

주머니 이야기에서는 그녀의 뛰어난 관찰력을 높이 사고 싶다. 난 한번도 주머니에 남녀의 차이가 있는지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 신랑도 옷을 구입할때 항상 주머니가 달려 있는 옷만 구입하려고 한다. 특히 티셔츠도 주머니가 있는 옷을 선호한다. 그래야 그곳에 담배나 라이터를 넣을 수 있다나. 그때는 남편의 취향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남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라는 걸 이번 기회에 알게되었다.

가장 공감가는 부분은 오스트리아의 엄마들도 자식교육때문에 고민하고, 아이의 숙제를 엄마가 대신해 주는 열성적인 부모의 모습은 우리나라나 그곳이나 같은가보다. 치맛바람은 한국 부모들만의 문제인 줄 알고 있었는데 지구 반바퀴쪽에 있는 나라도 똑같은 교육열에 부모들이 열병을 앓고 있으니 넘치는 자식사랑에 씁쓸한 마음이었다.

저자는 신문에 컬럼을 쓰는 직업를 가지고 있었던 분이었는데 예전에 쓰던 글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같은 아줌마로서 두손 마주치고 고개 끄덕이며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시대차이나 문화와 생활방식이 달라서인지 생소한 부분도 많았다. 그래도 옆집 아줌마와 수다떠는 기분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던 기분좋은 에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