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 전부를 다 읽어보지 않았지만 단편으로 읽을때마다 신비로운 세상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몇권 읽지는 않았지만 우연찮게도 내가 읽은 그리스 로마 신화는 영웅담보다는 주로 사랑과 연관된 책들이어서 이 책 속의 내용도 새롭지는 않았다.

그래도 읽을때마다 신들이지만 사는 모습은 인간과 별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막강한 권력과 영원한 삶을 부여 받았지만 신들에게도 사랑, 질투, 미움 등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화려한 사랑에 염분을 뿌린 사람은 단연 제우스일 것이다. 제우스 곁에는 헤라라는 그의 아내가 버티고 있었지만 제우스는 기회만 닿으면 신이건 인간이건 가리지 않고 바람기를 발동시키며 미녀사냥을 다녔으니 헤라가 질투의 화신으로 변할 수 밖에 없을거다...이 책에서도 제우스의 화려한 사랑의 행적이 여러번 나온다.

헤라의 감시를 피해 황소로 변해 에우로페의 사랑을 얻게 되고, 빼어난 미모의 안티오페와 사랑을 나누기 위해 반인반수의 사티로스로 변신한 제우스, 헤라의 질투로 한줌의 재가 되어버린 세멜레와의 사랑..등 제우스의 어리석은 욕심과 헤라의 질투에 희생된 여인들이다.

이렇듯 그리스로마신화의 내용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사랑일 것이다. 행복한 결말을 맺은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순애보 사랑에는 진한 감동이 다가왔지만 대부분의 신화속 사랑은 불행한 결말로 끝을 맺어 읽는 이에게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신화는 주로 태생에 근간으로 두고 있어서 사랑과 연관된 이야기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리스 로마신화는 주 내용이 신과 인간의 사랑, 신과 신과의 사랑으로 얽히고 얽힌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어서 읽고 나면 쉽게 기억속에서 사라지기는 한다.

그러나 가족간의 사랑, 자식간의 사랑, 남녀간의 사랑, 이웃간의 사랑 등 우리네 삶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랑이란 요소로 만들어진 드라마나 영화, 책은 보고 또 보고, 읽고 또 읽어도 재미있듯이 이 책도 즐거움을 주는 책이었다.

새넌 헤일의 첫 작품인 프린세스 아카데미를 읽으면서 어릴적 읽었던 동화 속 주인공 공주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라 새롭고 참신하단 생각을 했었다. 누구나 그리워하고 한번쯤 꿈꾸며 살아보고 싶은 신데렐라를 새넌 헤일은 자신의 꿈을 찾아 날개를 펼치고 하나하나 배워가는 청소년의 모습이 바로 프린세스란 것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세번째 작품인 불의 비밀은 판타지가 가미된 청소년 성장소설로서 자아를 찾아가는 두 소녀와 함께 친구들의 우정을 그려내고 있어서 사춘기에 접어든 우리 아이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거위치는 프린세스"를 읽어보지 못했서 아쉬움은 있었지만 거위치는 프린세스 이지와의 우정을 그려내는 부분이라 불의 비밀을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주인공 에나는 항상 도성에 대한 동경과 이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숲을 떠나고 싶어 하지만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해 오빠를 돌보기 위해 다시 숲으로 돌아온다. 에나의 오빠 레이퍼는 어느날 숲에서 "불의 말" 비밀이 숨겨져 있는 양피지를 발견하고 불의 능력을 얻게 되고, 티라와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지만 불의 성질을 다스리지 못해 결국 스스로 화를 입고 만다.

그런 오빠의 주검을 본 에나는 오빠 품 속에 들어있던 양피지로 자신도 불의 말을 배우게 된다. 에나는 오빠처럼  자신만은 불의 능력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마음처럼 쉽게 불을 다스리지는 못한다.

에나의 불의 능력을 욕심내는 티라의 적군 대장 실레프에게 붙잡히게 되고 실레프의 간사한 말에 휘말리게 되지만 에나를 아끼는 숲의 친구와 이지의 도움으로 그곳을 무사히 빠져 나오게 되고, 에나의 불의 능력으로 티라와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그러나 에나도 결국 불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오빠처럼 온 몸이 불에 휩싸이게 된다. 자신이 외롭고 어려울때 큰 힘이 되어준 에나를 잃고 싶지 않아, 점점 세지는 바람 말의 능력이 이지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에나를 불로부터 구하기 위해 남쪽나라로 에나와 함께 길을 떠난다.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소리가 왕따이야기였다. 새학기에 새로 만난 선생님과 친구들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데도 요즘 아이들은 한 사람을 지목해서 왕따를 시키고 폭력까지 행사하는 기사를 접할때면 씁쓸함에 마음이 아팠다. 아마도 서로를 알아가기 보다는 시샘하고 질투하는 마음들이 더 강해서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 같다.

"너는 내게 있어 가장 절친한 친구야..내가 아무도 없는 외톨이였을 때 너는 내 곁에 있어 줬어./ 지금 네가 그만큼 외롭게 느낄 거라는 거 나는 알아.. 너를 잃고 싶지 않거든...."

"조화를 찾게 된 거야. 열기가 바람을 변화시키고 밀어내고,....바람은 불기운을 얌전하게 만들고..."

우리 아이들도 예나와 이지처럼 서로 부족한 부분은 메워주고 넘치는 부분은 넉넉한 마음으로 담아주고,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우정을 쌓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