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똑같아서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창의적인 사고와 발상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에서 살아남는 길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알고는 있지만 창의력이 마음먹은대로 바로 생성되는 것도 아니고 객관식 시대에 살던 나에게 창의력은 어렵고도 먼길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정형화되어 있는 나..오로지 정답은 하나라는 사고만으로 사물을 바라보니 창의력이 비집고 틀어올 틈조차 없었던 것이다. 세상에 물들지 않은 초등이전의 아이들을 바라보면 무궁무진한 창의력에 놀란다. 자기들 눈에 비친 사물의 형상에 온갖 상상력을 첨부하여 다양한 사물의 변형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면 미래의 노벨상이 무수히 나올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창조적 생각도 사회생활이 시작되는 초등학교만 들어가면 말살되고 만다. 획일화된 교육제도와 교과서적 단편지식만을 요구하니 사고의 폭을 넓혀나갈 시간을 가지지 못하면서 어른들 사고로 굳어지고 만다.

이 책은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꾸짖고 창의적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이데고 해변에 넘쳐나는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마노시장은 환경과 직원들에게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요구한다. 환경과의 막내인 크레오는 직접 현장에 나가 쓰레기 줄이는 아이디어를 창출하려고 고민을 하던 도중 이데고의 마법사 다빈치를 만나게 된다.

일본 최고의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씨의 답변은 한편의 자유시를 보는 것 같다. 질문 하나하나에 시적으로 대답해 주는 글은 읽는 이에게 현실에서 벗어나 맘껏 초원을 누비며 가슴을 펴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는 광경이 펼쳐진다.

주변의 모든것이 궁금해지면서 가끔은 내 지식을 뛰어넘는 질문을 하는 아이를 보면서 내 대신 어떤 질문에도 대답을 척척해 주는 답변상자가 있다면 정말 좋겠다란 생각을 가져본 적은 있다. 그래서 이 책이 우리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거란 기대를 갖고 있었다.

아이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일거란 고정관념을 갖고 펼쳤는데 예상외로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질문자들은 아이, 학생, 어른, 어르신들까지 두루두루 나온다.  다양한 세대와 사람들이 누구나가 한번쯤은 궁금해 했던 질문에 다니카와 슌타로는 빠짐없이 때로는 질문에 벗어나는 답변을 해 주지만 그 답변 안에는 인생의 심오한 철학이 담겨져 있고, 참다운 길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황당무계한 답변(?) 또는 현실적인 답변으로 독자를 웃게 만들기도 한다.  

나를 가장 소리내어 웃게 만들었던 질문은 "우리 남편은 ‘빚지는 버릇’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그걸 다 갚았습니다. 도무지 반성도 하지 않는 그런 인간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이었다. 다니카와 슌타로의 답변은 “반성하지 않는 인간을 꽃피우기는 인간의 솜씨로는 힘들지 않을까요. 특히 아내가 남편을 교정한다는 것은 큰 사업이라 평생을 다 바쳐도 힘들지 모릅니다. ‘교정’ 말고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이혼, 동반자살, 또는 신흥종교에 입문(?!).”만일 앞으로도 당신에게 갚아줄 능력이 있다면 남편이 죽을때까지 그렇게 길러보는 것도 괜찮겠지요...."라고 답하였다.

내 주변에 이런 남편때문에 고민하는 친구가 생각났다. 평소에 그 친구에게 그 버릇 못고치니까 이혼하라고 말하고 싶었던 내 마음을 속시원히 대변해 주는 명쾌한 답변이라 박수까지 치면서 대답에 동참했다.

말이 너무 적은 남자친구에 대한 질문에 사람의 값어치를 말이 많고 적음으로 판단하지 마라..우리는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그사람의 성격이나 인격 품성을 논하는 경우가 많다. 빈수레가 요란하듯 말이 많을수록 실수도 커지는 법이니 오히려 과묵하면서도 내면이 알찬 사람이란 현자같은 답변도 해 주신다. 그래도 난 말수가 너무 적은 사람은 답답해 보여서 내면이 알차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사회성 부족이 아닐까란 생각도 하게 된다.

황당한 답변 중에는 밥먹는 꿈을 이어서 꾸는 방법이 인상적이다, 꿈에서 깨어난 순간 큰소리로 "다음"이라고 외치거나 꿈에 나온 음식을 메모해서 한가지만 정해서 그걸 중얼거리며 다시 잠들어라...노는거와 먹는게 하루 일과인 5세 어린이의 질문에 어른들의 논리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답변이 재치만점이었다.

질문과 답 하나하나를 읽다보면 빙그레 웃음이 나기도 하고, 시인의 따스한 배려가 담긴 답에 가슴이 따스해 지는걸 알 수 있다. 또한 질문한 사람들의 호기심과 시인의 답에 공감이 되며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궁금한 게 있다면 어려워 말고 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질문상자에 넣어보자. 기대하는 답변이 아니더라도 답답했던 마음을 풀 수 있고, 한바탕 소리내어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는것도 좋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