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회화 공부를 몇년동안 지루하게 하고 있는데도 외국인 앞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지는 못한다.  머릿속에서 이 화법이 맞는지 요리조리 생각하느라 식은땀만 나고 입은 강력 본드를 붙였는지 벌어지지도 않는다. 몇년전 창구앞에 오신 외국인 손님과 바디랭귀지로 대화를 이어갔던 그 때 이후로 영어대화 기피증이 생겨나서 외국인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자리를 피하게 된다.

문단열의 잉카를 보면서 한국인들이 실수하는 영어대화를 보면서 외국에 나가서 난 올바른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뱉어낸 내 말이 전혀 다른 뜻으로 외국인에게 들린다면 그처럼 난감하고 굴욕적인 모습이 또 있을까란 생각을 가져봤다.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실수하기 쉬운 영어회화만을 발췌해 책으로 만들어진것은 없는지 찾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전작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이미 1편이 독자들로 많은 화제와 우수성을 입증 받았던 책이었다.

전편을 보지 않았어도 2편만으로도 그동안 내가 모르고 배웠던 영어회화에 잘못된 어법이나 단어쓰임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한국인이 틀리기 쉬운 실수를 통해 문화 내지 사고방식의 차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이 책을 발간했다고 한다.

우리말처럼 익숙한 단어인 privacy, glamour, stamina, stand...등 그동안 당연시 썼던 말들이 잘못된 표현이라니..이 책이 아니었다면 문자 쓴다고 폼내다 외국인 앞에서 굴욕적인 모습이 되었을 것 같다.

내게 꼭 필요했던 부분은 챕터3 부분으로 비슷해 보인다고 바꿔쓰면 곤란해였다. 아이들 영어일기나 영어가족신문을 만들다보면 비슷한 단어때문에 어떤걸 써야할지 가끔 난감할때가 있었는데 이 코너에서 비슷한 단어의 바른 쓰임새를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또 하나 새로운 점은 cannot와 can not을 그동안 모두 can't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가끔 can not를 쓰는 글을 보면 줄임말이 있는데 왜 저런 표현으로 글을 썼을까란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확실히 배웠다. can't는 일반적인 can의 부정어이고 can not는 선택의 의미로 쓰일때 사용한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영어실력이 부족한 내가 아이와 방학숙제로 영어일기와 영어가족신문을 만들때마다 끓끓 앓아가며 온갖 영어관련 도서와 사전의 주변에 쌓여가며 문장하나하나 완성해가는데 힘겹기까지 했었다. 마지막 부분에서 작문할때 주의점을 꼼꼼히 알려주어서 앞으로 아이와 함께 가족신문을 만드는데 두렵지는 않을 것 같다.

누구나 한번쯤은 외국인과 마주치거나 아님 동료들과 영어로 몇마디 내뱉다가 실수를 한 경험은 있을 것이다. 뒤에 나오는 영어 굴욕 에피소드를 읽어보면 배꼽을 잡고 한바탕 큰 소리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한번만 읽고 덮어둘 책이 아니다. 이미 우리 입에 달라붙어 있는 잘못된 문장이나 단어를 한번 읽고 고치기는 쉽지 않다. 몇번 읽고 반복해서 학습한다면 완벽한 네가티브 언어를 구사할것 같다.

"더티 잡"이라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남들이 꺼려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것 같은데 표지는 멋진 구두에 양복입은 남자가 피를 상징하는 빨간색 유모차를 밀고 있고 그속에 어린아이가 도끼를 들고 있는 그림을 보고 상상한 직업은 청부살인업자로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세상의 전부를 움켜쥔 능력있는 알파남성의 들러리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베타남성의 주인공 찰리가 등장한다. 그는 등장하는 순간부터 베타남성도 아닌 감마남성이란 인상을 남겼다. 모자라도 저렇게 모자랄까란 생각이 내 머릿속을 채우고 이런 남자한테 완벽한 알파걸 레이첼은 과분한 상대였다.

잘난 알파남에 차였는지 질렸는지 모르지만 레이첼은 베타남 찰리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그들의 열매인 예쁜딸 소피까지 태어나게 된다. 그러나 소피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갑자기 레이첼에게 죽음이 찾아들고 그 순간에 찰리는 레이첼에게서 영혼의 그릇을 찾아가기 위해 나타난 한 남자를 만나게 되면서부터 찰리의 인생은 점점 꼬여가게 된다.

자신이 죽어가는 사람의 영혼을 수거하여 영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전해주는 재배치 요원인 더티 잡에 채용되었으며, 영혼을 수거하지 못하면 지하세계 어둠의 존재들이 수거하지 못한 영혼을 뺏앗아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고 지상세계를 지배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사랑하는 딸 소피를 지키기 위해 어둠의 존재들과 대결하게 되고 점차 자신의 죽음도 예견하게 된다. 그 과정속에서 동양의 윤회설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고 영혼의 그릇으로 새생명을 탄생시키는 오드리와 사랑도 하게 되고, 죽음과 어둠의 제왕 루미나투스가 누구인지도 알게 된다.

죽었거나 죽음이 예정된 사람의 영혼을 수거하여 새로운 사람에게 전해주는 직업이란 무섭고 어두운 주제의 이야기이지만 이 책은 그 어두움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경쾌하고 밝고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는 베타적 남성 찰리로 인해 읽는내내 웃음을 자아낸다.

베타적 남성이었기에 더티잡이 가능한 것이었고, 알파남이 이 책의 주인공이었다면 영웅담적인 이야기로 흘러가 죽음, 영혼, 저승사자란 소재가 무겁게 느껴졌을거다. 소심하고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베타남이었기에 나는 사람으로 태어나기 전에 무엇이었을까..내가 죽으면 다음세계는 무엇으로 태어날까란 생각을 가끔 한다. 누구에게나 거부할 수 없는 죽음이 두렵고 알수없는 사후의 세계도 무섭다.

재미있게 책을 읽었지만 뒤에 남은 여운은 무겁다. 혹시 내가 영혼을 수용할 만한 인생의 단계에 이르지 못한건 아닐까란 생각도 들면서 작은일에 욕심내고 상처주는 행동으로 내 곁에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가는 어리석은 삶으로 영혼없는 빈 그릇으로는 살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