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란지교를 꿈꾸며"란 여류시인 세분의 에세이집을 통해 신달자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뒤로도 백치애인을 통해 다시 뵙게 되었을때도 그녀의 글 어디에도 힘든 작가의 삶은 보이지 않았기에 행복하고 풍족한 삶을 살고 있기에 아름다운 글이 탄생할거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첫장부터 그 남자의 죽음이란 제목이 낯설었는데 뒤이어 죽음연습이라며 남편의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그녀의 처절한 삶과 고난이 그대로 내게 전해져 오는데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내 몸이 끙끙 앓고 있었다. 가슴이 옥죄여 오고, 미련스럽고 고집스러운 그녀의 남편 사랑에 자식사랑에 이런게 여자의 인생인가...왜 그녀는 그 삶에서 벗어나 낭만적이고 풍요롭고 행복을 누릴 권리를 찾지 못했나...20년을 고집스럽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 남편...그녀가 남편에게 매달리는 말끝에 세살짜리 딸아이에게 아빠란 존재를 남겨주고 싶었다는 그말이 자식 키우는 나로서도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우리 시어머님의 삶을 보는것 같았다. 그녀의 남편과 우리 아버님의 성격 또한 너무 똑같다. 단지 뇌졸증으로 쓰러지셔서 만7년을 병석에 누워계신 그 기간만 다를 뿐이다. 물론 그녀는 더 오랜기간을 고집스럽고 이기적이고 독선적이며 사랑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베풀 줄 모르는 남편 하나에 자식을 위해 지극정성을 다해 남편 병수발에 매달렸다. 어머님 곁에서 어머님의 삶을 15년 넘게 바라본 나는 그녀의 삶을 백번 이해하지만 그래도 그 어둠속에서 도망치고,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에 화가 치밀고 답답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에서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나왔으리라..
그녀의 아픈 마음,,남편을 향한 애증, 친정 어머니에 대한 애끓는 사랑은 어떤 미사어구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해져 온다. 그녀의 나이 35살,,,인생의 가장 황금기에 24년이란 시간을 괴팍한 남편의 병수발도 모자라 중풍으로 쓰러지신 시어머님의 병수발로 9년을 보냈고, 친정어머니의 죽음, 그녀의 암투병 등 모든 불운은 그녀에게만 불어왔다.
희망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던 암흑속에서 작가는 신에게 매달리게 되면서 서서히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이때가 그녀의 나이 40세였다. 집이란 울타리 안에서 세상물정 모르고 남편과 아이들만 바라보며 살던 그녀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걸음마를 내딛게 되면서 대학교수, 베스트셀러 작가란 명예를 얻게 된다.
"나는 불바다의 결혼 생활을 지나온 사람이지만 결혼은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화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변함이 없어. ....결혼은 그냥 옆에 있는 것이야. ‘우리’라는 말을 같이 사용하는 사람, 그 정도로만 생각하면 어떨까. 옆에 있는 사람이 목마르면 물 한 잔을 가져다주고 몸이 아프면 같이 병원에 가 주는 그런 정도로……. 사랑이라는 단어보다 그냥 필요한 존재로 그저 그렇게 말이야"
마지막 순간까지도 생의 끊을 놓치 못하던 그녀의 남편은 하늘에서 다시 만나자는 말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는다. 드디어 그녀의 삶에 희망의 빛이 보이는 순간이다. 그러나 그녀는 회상한다. 사랑이란 단어보다 더 좋은 것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모든것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남편이 옆에 있던 시절이 그래도 행복했다는 것을...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인생을 살아온 그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녀의 앞으로의 삶이 희망과 행복만이 가득하길 바라며, 따스하고 아름답고 행복함이 가득 묻어나는 산문과 시로 다시 뵙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