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나라의 6-70년대의 시대 상황과 비슷하다는 느낌이었다. 전쟁 전후에 폐허가 된 도시 속 모습, 시위로 떠들석한 캠퍼스, 다리 밑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해 가는 노숙자들의 모습, 구두닦이 도구가 들어있는 가방 하나 메고 "구두닦슈"를 외치고 다니던 슈샨보이의 모습이 아련한 어린시절 추억 속으로 나를 몰아갔다.

"러브레터" "철도원"에 대한 영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아직 읽어보진 못했고, 원작이 아사다 지로의 작품이라는 것을 슈샨보이를 읽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알려져 있는 아사다 지로의 슈샨보이에는 모두 7가지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첫번째 [인섹트]는 어렵게 등록금을 마련하고 대학에 들어갔지만 시위로 학교를 가지 못하고 미인다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가 정상화 되기를 바라며 살아가고 있는 사토루가 주인공이다.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곤충을 좋아해 바퀴벌레를 키우지만 옆집 나츠코의 기겁하는 모습에 바퀴벌레를 풀숲에 풀어 놓으면서 눈물을 흘린다.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나도 그의 기괴한 모습에 역겹기도 하지만 점점 개인주의, 자연을 배척한 문명의 도시로 적응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토로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다.

두번째 [쓰키시마 모정]은 아사다 지로가 야쿠자 활동을 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썼던 작품인것 같다. 기생의 신분에서 도키지에게 시집 갈 예정이었지만 도키지에게 가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꿈꾸던 평범한 여자의 삶을 포기하고 다시 기생의 신분으로 돌아가 먼 곳으로 떠나는 미로의 이야기속에서 가난때문에 어린시절 기생으로 팔려가 평생을 기생으로 살아가야 하는 그녀의 운명이 안타깝기만 했다.

세번째 이책의 제목이 [슈산보이]의 이야기이다. 전쟁고아가 된 소년을 온갖 애정과 사랑으로 길러 준 신주쿠 철교 밑의 구두닦이 기쿠지씨는 "의지할 데라고는 너밖에 없다"란 말로 이치로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다. 슈산보이가 되고 싶었지만 기쿠지의 말을 큰 부자가 되어 나를 호강시켜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공부해서 학업도 마치고 어엿한 기업체의 보스가 되었지만 기쿠지는 이치로를 아들로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단지 세상에 태어났으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아가라는 기쿠지의 바램이 전쟁 폐허속에서도 굳건히 일어나 지금의 강대국인 일본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을거란 생각도 해 봤다.

알콜 중독 남편의 구타를 피해 자식을 두고 도망쳐 나와 새삶을 살아가던 어느날 들려오는 전남편의 부고소식을 듣고 제물을 들고 찾아가는 이야기, 동료의 인육까지 먹어가면서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치던 과거를 회상하며 전쟁의 참상을 들려주는 [눈보라 속 장어구이], 기부로 평생을 살다간 할머니 이야기인 [망향], 연인과 헤어진 맹인 안마사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인 [해후] 등이 아름답고 가슴을 촉촉히 적시는 이야기로 가득 메꿔져 있다.

일본 소설은 몇편 읽지는 않았지만 작은 감동으로 가슴을 촉촉히 적시는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작가의 애칭인 이야기꾼에 걸맞게 읽는 동안 책 속에 주인공과 함께 동화되어 지냈던 것 같다. 아마도 어린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향수에 젖어서 내 마음에 더 다가온 것 같기도 하다.

몇일전 우주인 이소연씨가 우주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대한민국으로 돌아왔다. 이웃나라 이야기로만 알고 있던 우주여행이 우리나라 국민이 직접 다녀왔다는 소식은 전 국민을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게 하였다.

이소연씨 여파로 갑자기 우주에 대한 과학서적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시류에 아이도 나도 우주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나면서 블랙홀이 무엇인지, 양자이론이 무엇인지를 검색을 통해 찾게 되었고 우주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식검색을 통해서도 우주 생성 원리나 우주현상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과학의 여러가지 분야 중 지구과학은 그동안 관심을 갖지 않아 유난히 알고 있는 지식이 낮아서 아이에게 재미있고 쉽게 우주의 원리를 알 수 있는 책을 찾던 중 제2의 아인슈타인 별명이 붙은 우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인 딸 루시 호킹이 함께 펴낸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조지의 부모는 생태환경보호 운동가로서 기계문명를 외면하고 친환경 삶을 살아간다. 부모로 인해 조지는 좋아하는 컴퓨터도 핸드폰도 접해보지 못하고, 음식도 채식만을 위주로 하다보니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게 된다. 외톨박이인 조지에게 친구라곤 집에서 키우는 프레디라는 애완돼지가 전부이다. 어느날 프레디가 사라지게 되고 프레디를 찾다 옆집에 들어가게 된다. 조지의 집과는 다르게 옆집은 온갖 기계문명으로 가득하고 조지가 꿈에 그리던 슈퍼컴퓨터까지 만나게 된다. 이집 주인 에릭박사는 우주개발 연구자로서 지구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행성을 찾기 위해 슈퍼컴퓨터 코스모스를 발명하고 조지에게 우주의 비밀을 하나씩 알려주게 된다.

코스모스에 대한 비밀을 간직하기로 에릭과 약속을 했지만 조지는 과학선생님 리퍼에게 슈퍼컴퓨터의 존재를 말하게 되고 새로운 행성으로 혼자만의 삶을 꿈꾸는 리퍼는 에릭을 우주속 미아로 만들어 버리고 슈퍼컴퓨터까지 빼앗아 간다. 자신의 실수로 위기에 처한 에릭과 슈퍼컴퓨터를 구하기 위해 애니와 함께 지혜를 모으게 되면서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블랙홀 모험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400페이지에 가까운 무게감 있는 책이지만 모험과 환상여행으로 우주의 생성원리와 블랙홀에 대해 재미있게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중간마다 컬러화된 우주와 행성 사진은 신비감과 함께 상세한 설명으로 그동안 교과서에 간략하게 배운 지식이 빼곡히 메꿔지는 느낌이었다. 이소연씨가 탔던 우주비행선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코스모스호를 타고 신비한 우주 모험과 과학의 세계에 아이와 함께 우주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또한 스티븐 호킹 박사의 블랙홀에 대한 설명과 블랙홀에 한번 빠져들면 다시는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그동안의 이론을 뒤집는 새로운 이론도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3권까지 이 책이 발간될 것이라는데 과연 에릭은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행성을 찾을 수 있을지..에릭박사를 음모하며 자신만의 이익과 욕심에 가득찬 리치 선생님은 어떻게 될지...조지의 부모님은 앞으로 기계문명 속에서 환경보호 운동을 어떻게 펼쳐갈지 다음편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