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광우병 쇠고기 수입과 조류 독감바이러스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인간의 생명에 치명적인 상해를 입히는 쇠고기를 수입하는 정부를 보면서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과연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는 무엇인지...정말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유달리 육류를 좋아하는 남편의 식성때문에 육류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선뜻 육류코너로 손이 가지 않았다.

가족의 식단을 책임지고 있는 주부로서 장을 보는 전권은 나에게 일임되어 있기에 가족의 건강을 생각해서 유기농 식단으로 음식이 식탁위에 올려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값이 비싸다는 이유와 유기농 매장 찾기가 쉽지 않고, 설사 유기농 매장을 간다고 하더라도 과연 100% 믿을 수 있는 유기농인지 파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기에 편한 할인매장을 주로 이용하였다. 이 책의 첫번째 가족인 힐러드와 니어스티머 가족의 모습이 바로 우리집 풍경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피터싱어는 널리 알려진 인물인것 같은데 난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고,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니 철학자이며 미국 실천윤리학과 동물해방론의 거장이었다. 이미 그는 동물농장, 동물해방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와 함께 움직이는 짐메이슨 또한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농부였던 그의 고향에 공업식 농장이 들어서면서 농부를 포기하고 법률을 공부해서 변호사가 된 인물이었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우리 식탁에 올려지는 음식의 탄생부터 생장, 사육, 판매, 포장, 가격까지 직접 현장을 탐문해 가며 보고 듣고 예리한 분석으로 파헤진 농장을 실태를 고발함으로써 우리 먹거리에 숨겨진 비밀에 독자들을 경악케 한다.

피터싱어가 표본으로 삼은 첫번째 가족은 육류를 즐겨먹고, 대형마트에서 한꺼번에 쇼핑하고 패스트푸드로 외식도 가끔하는 힐러드-니어스티머 가족, 두번째는 남편은 채식주의자 아내는 실용주의자로 마트에서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는 매서렉-모타벨리 가족, 마지막 가족은 완전 채식주의를 추구하는 조앤과 조파브 베건가족의 이야기이다.

특히 첫번째 가족의 마트에서 구입한 식품의 경로를 역추적하면서 벌어지는 놀라운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리가 주로 먹는 소, 돼지, 닭들이 사육되고 있는 농장의 환경은 좁은 공간속에서 수십마리의 가축들이 옴짝달짝 몸 하나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공간속에 청소도 제대로 안된 자신의 배설물 속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암탉은 먹이를 주지않고 굶기면서 산란을 늘리는 모습, 밤에도 닭을 부화시키기 위해 환하게 불을 밝히고, 돼지가 땅을 파는 습성때문에 움직이는 공간을 줄이고, 싸움 방지를 위해 돼지 꼬리도 잘라내는 등 셀 수 없을 정도의 비인륜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대형농장의 횡포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람도 이런 환경이라면 단 1분도 못 있고 뛰쳐 나갔을텐데 동물위에 군림하는 인간들로 인해 힘없는 가축들만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환경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그대로 즐기지 못하고 울타리속에 갇혀 지내니 광우병, 조류독감이 생기지 않을 수가 있을까? 바로 인간이 만들어 낸 재앙인 것이다. 마음껏 대지를 활보하면서 먹고 싶으면 먹고, 땅파고 싶으면 땅파고, 눕고 싶으면 눕고, 산란하고 싶을때 산란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가 독성으로 분출되어 광우병, 조류독감이 발생하는 것이란 생각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소가 동물성 사료를 먹는 다는 사실이었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뼈나 고기를 사료로 쓰고, 유전자가 조작된 사료를 먹이니 광우병에 걸리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외에도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근무환경 또한 열악해 질병에 시달리고 있고, 그들의 값싼 노동력까지 착취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에만 눈이 먼 대형농장의 경영주의 모습도 보여준다. 그동안 마트에서 싸고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아무 생각없이 구입했던 나의 잘못된 판단이 오히려 동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게 된 원인이 된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세번째 가족처럼 채식주의자로 바꾸어야 하는가?란 의문에 쌓였다. 저자의 의도는 채식주의를 지향하자는 뜻은 아닌것 같다. 미국내에서도 방목하는 농장도 찾아가 보고, 다른 나라의 동물 농장의 사육 및 유통과정을 꼼꼼히 분석하고 살펴보면서 집단 농장의 폐해를 보여주었다. 가족의 식단을 책임지고 있는 주부들이 대형기업에 대항하는 방법은 유통과정을 꼼꼼히 살피는 자세와 함께 구매 보이콧도 불사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야 더 이상 먹거리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기업들이 이 땅에 발 붙일 수 없도록 바른 먹거리 생산에 노력을 기울일 것 같다.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중국이 인구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가족 "1인1자녀 산아제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 결과로 아이를 황제처럼 귀하게 떠받들고 자녀 교육열에 몰입하면서 '소황제' 시대가 되었다는 기사를 접한게 내용의 전부였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중국의 "1인1자녀 산아제한" 뒤에 숨겨진 비밀을 알고 나니 중국인의 비열한 행동에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분노가 일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유교사상이 강하다 보니 남아선호사상으로 농토를 아들에게 물려 주는 관습을 있다. 조상대대로 내려온 농토를 타인에게 넘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중국의 강력한 법을 어길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그들 나름대로 취한 행동이 딸이면 강물에 버리는 야만적인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한다. 그래도 살아있는 생명을 어떻게 버릴 수 있단 말인가? 강물에 흘러가면서 울음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떠나간 그 어린 영혼들이 귓가에 울려 읽는내내 마음이 애잔했다.

이 책의 앞부분을 읽을때는 독일로 입양된 중국 소녀 레아의 독일내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함께 자아를 찾아가는 내용이란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주인공 레아는 학교 신문사 기자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으며, 병마용 전시회를 취재하면서 중국에 관심을 갖게 된다. 점점 중국 문화에 빠져 들어가던 중 레아의 라이벌 루카카 쓴 "중국의 1가정 1자녀 정체의 비밀"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게 된다. 독일인 양부모가 숨겨둔 자료를 통해 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분노로 충격에 휩싸인 레아는 진실을 알아내기로 결심하고 독일인 부모님과 함께 친엄마를 찾으러 떠나게 된다. 어렵사리 중국 가족을 만나게 되지만 가족은 그녀를 외면하고 갑자기 나타난 자신으로 인해 그동안 숨겨져 왔던 엄마의 비밀이 들통나면서 엄마마저 쫓겨나게 된다.

"진실을 알아내려면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도 있어. 어떤 때는 차라리 모르는 게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들지…"

검은 비밀에 쌓여 자신이 버려진 이유를 묻기 위해 황허강 다리위에서 다시 엄마와 재회를 하지만 할머니의 말씀처럼 레아는 진실을 알려다가 더 큰 아픔을 겪게 된다. 자신보다 먼저 태어난 언니는 결국 강물에 버려진 신세가 되었다는 엄마의 말에 황허강에 꽃잎을 흩날리면서 말없이 엄마를 용서하고 이해하게 된다.

"운명이 내게 어떤 짓을 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내게 주어진 운명을 내가 어떻게 가꾸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라고 우리 중국인들은 말하곤 하지요"

두번씩이나 자식을 강물에 버릴 수 없었던 레아 엄마..자식을 버린 죄로 평생을 죄책감에 허리한번 못펴고 움추려 살았을 레아 엄마의 운명이 너무 안타깝고 자식 앞에서 용서를 비는 그녀의 모습에 불운한 시대를 타고난 아닌 중국의 야만적인 행동에 희생양이 된 엄마가 더 애처롭고 불쌍했다. 차라리 레아는 그래도 낫다. 비록 불운한 운명을 타고 났지만 더 이상 자신의 정체성때문에 마음 아파하지 말고 태어났지만 세상에 빛도 보지 못하고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언니의 몫까지 다해서 자신의 미래를 멋지게 펼쳐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