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글지글 북적거렸던 추석연휴의 마지막날...모처럼 휴식기를 맞게 되어 한숨 잠을 청하려다 30도가 넘는 가을더위로 포기하고 냉커피와 함께 달달한 로맨스 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딸의 방을 기웃거리다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다고 하니 한번의 검증은 거친거나 다름없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 톡톡 튀는 20대의 젊음이 느껴지는 대사가 30도 더위까지 잊게 해 준다.

 

사랑하는 남자를 친구 영선게 빼앗기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하고도 그 친구 결혼식까지 참석하는 소심하고 바보같기만한 우리의 주인공 우민, 업친데 덥친격으로 결혼식 뒷풀이에서 만난 대학친구의 달콤한 말에 혹해 하마터면 큰일까지 치를뻔했다. 더 이상 남자란 존재는 믿을 수 없다. 수더분하고 털털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이야기를 들어 줄 남자는 없는가..아하~ 게이가 친구가 되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전도유망한 건축설계사 전진호는 어린시절 친구처럼 연인처럼 지냈던 혜미의 결혼재촉에 못이겨 오피스텔을 나와 몇달간 지낼 집을 찾다가 고풍스런 집으로 유명한 '상고재'에 세입자로 들어간다. 꼭! 한번은 둘러보고 싶었던 집..기쁨도 잠시 헐렁하다 못해 늘어진 츄리닝에 산발한 머리를 하고 나타난 여자가 절대 남자를 세입자로 받을 수 없단다. 여자로서의 매력도 호감조차 느낄 수 없는데..어떻게든 이 집에서 몇달간 버텨야 하기에 순간적으로 나온 말이 '게이'였다. 스스로를 게이로 비하시키면서 상고재에서 살기로 하면서 우민과 전진호의 러브라인이 이어진다.

 

가장 흔하게 들리는 말 중에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우민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우민의 남자친구를 빼앗지 못해서 안달이다. 뒤늦게나마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이번만큼은 사랑하는 사람을 사수하는 우민의 '게이' 사수에 포복절도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

 

피로와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준 '개인의 취향'..'게이'를 사랑하고, 늘어진 청바지에 부스스한 머리의 여자지만 순수하고 귀여움이 톡톡 넘치는 여자를 사랑하는게 '개인의 취향'이니까 절때 토달지 말도록...책도 읽었으니 드라마까지 섭렵해야겠다. 현고은 작가만큼이나 톡톡튀는 젊음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작가를 만나게 되어 즐겁고 행복했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 2권]을 읽고 3권이 발간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3권에서는 비블리아 고서점의 여주인 시노카와 시오리코와 직원 고우라 다이스케와의 로맨스는 완성될까? 시오리코과 엄마 지에코 사이의 앙금은 풀릴까? 이번에는 어떤 책들이 미스터리한 사건을 가지고 등장할까? 등등 3권에 대한 기대감으로 무척이나 기다렸던 책이 드디어 내 품에 안겼다.

 

3권에서 내가 그토록 알고 싶어했던 궁금증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다. 3권에서는 시오리코의 여동생 아야카의 비중과 집을 나간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1.2권에 비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시오리코의 여동생 아야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아야만 속이 뚫리는 성격인데 그 말때문에 고서점이 소소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3권에는 너무도 유명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명작 동화에 빗대어 자신의 속 마음을 담아놓은 아야카의 일기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통해 공개된다.

 

이 책에는 세권의 고서와 관련된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문고판 책을 구매하기 위해 '고서교환전'에 참가한 시오리코는 구입하고 싶은 책을 만나 입찰서를 제출했는데 근소한 차이로 어머니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히토리 서방'에 낙찰된다. 다음날 입찰 책 중에 로버트 f. 영의 [민들레 소녀]가 없어졌다며 히토리 서방의 주인은 그 어머니에 그 딸이라며 시오리코를 도둑으로 지목하면서 시오리코가 소중히 간직한 민들레 소녀를 가져가 버린다. 그 책은 어머니 지에코가 아버지에게 선물한 책으로 부모님의 추억이 담긴 책이었다. 다이스케와 시오리코는 아버지의 유품을 되돌려 받고 도둑 누명도 벗기 위해 [민들레소녀]를 가져간 범인을 찾아야만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두번째는 책제목도 출판사도 주인공 이름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린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찾아달라며 시오리코를 찾아 온 시노부의 부탁으로 영화 개봉후 책으로 발간된 [너구리와 악어와 개가 나오는 그림책 같은 책]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시노부에게 오랫동안 소원했던 부모와의 관계 회복에 도움을 주고자 적극적으로 책찾기에 열중인 시오리코의 모습을 통해 어머니에 대한 미움이 그리움으로 동화되는 시오리코의 감정변화를 느낄 수 있다.

 

세번째는 어머니의 동창생으로부터 도둑맞은 미야자키 겐지의 [봄과 아수라] 초판본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의뢰인을 찾아간다. 이 책에서 시오리코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비밀이 가장 많이 등장하며, 시오리코의 책에 대한 엄청난 지식과 비상한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시오리코보다 책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어머니는 과연 어떤 분이실지..어머니에 대한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4권에서는 어머니와 시오리코가 해후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유추해 본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책 자체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를 사건을 통해 들려준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넘어서 독자에게 책에 얽힌 사연과 역사를 들려주는데 그 이야기가 줄거리보다 더한 흥미를 불러온다. 3권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엮어져서 1.2권보다 더욱 애착이 간다. 어머니가 집을 나가자마자 팔아버린 [크라크라의 일기]를 되찾을 수 없는 사연도 살짝 비쳐지면서 4권에서는 또 어떤 책들이 사연을 갖고 나타날지... 벌써부터 설레고 기대된다. 

프랑스 작가의 작품들은 난해하고 어렵다는 편견때문에 기욤 뮈소 작가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외면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부터가 느낌이 좋았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소재로 한 스릴러 소설이란 소갯글에 주저없이 선택했는데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안겨주면서 프랑스 작가에 대한 편견도 사라졌다.

 

주인공 제레미 노바체크는 월스트리트가에서 잘나가는 증권맨이지만 그의 일상은 우울하다. 어린시절 갑자기 집을 나가 소식을 끊어버린 아버지에 대한 울분으로 우울한 성장기를 보냈다. 또한 음주운전으로 유아사망사고까지 내면서 죄책감으로 이제는 알코올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던 어느날 그토록 증오하던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듣게 된다. 아버지의 부음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소중히 간직하고 계셨던 팬던트를 제레미에게 준다. 팬던트 안에는 나치문양이 새겨진 녹이슨 열쇠와 의문의 숫자가 적힌 종이쪽지가 숨겨져 있었다. 제레미는 자신의 상사이자 가족처럼 자신과 어머니를 돌봐주신 버나드를 통해 아버지가 cia 비밀첩보 요원이었으며, 누군가에 의해 암살당했고 현재는 어머니와 제레미의 목숨까지 위험한 상황임을 듣게 된다.

 

제레미는 아버지가 가족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아버지가 남긴 유품을 들고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 버나드는 제레미 보호차원에서 보안요원 재키를 동행시킨다. 재키와 함께 떠난 사이 어머니 또한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고 재키와 제레미까지 위험에 처하는 상황에서 모사드 요원 에이탄의 도움으로 구사일생 살아남게 된다. 부모님과 자신까지 위협하는 존재는 누구이며, 아버지가 남긴 팬던트의 비밀은 무엇일까?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과학자 블레이베르크는 유태인을 실험대상으로 방사능을 이용한 초인적 인간만들기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그 실험의 연장선으로 현재는 전세계에 바이러스를 유포하려는 광기에 사로잡힌 과학자의 미친 컨소시엄을 파헤치기 위한 주인공과 cia 그리고 그들의 음모를 저지시키려는 모사드 요원 에이탄의 스릴 넘치고 숨막히는 추격적이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 이야기가 전혀 연결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마지막에 비밀이 드러나면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제2차 세계대전 나치의 끔찍한 행태로도 모자라 현재에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가정이 웬지 소설로 끝나지 않은 느낌이 든다. 몇년전 전셰게를 위협했던 사스, 각종 바이러스 공포가 설마  블레이베르크 프로젝트는 아니겠지..마지막 장면에서 긴여운이 남았는데 이 책은 프로젝트 3부작 중 첫번째 작품이란 글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에이탄의 새로운 활약을 기대하며 빠른시일내에 2,3권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