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되는 책마다 인기몰이를 하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이 나왔다. 이번에는 또 어떤 내용으로 독자의 마음을 설레고 뛰게 만들지 기대감이 컸었는데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 전작보다 감흥은 덜했지만 진정한 사랑과 행복한 결혼생활은 무엇인지..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뛰어난 영상의학과 촬영기사인 여주인공 로라는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고 있다. 첫사랑을 잃고 정신적 무력감에 힘들어 할때 현재의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했지만 두사람 사이에 사랑이란 감정은 없었다. 많은 부부들처럼 아이 낳고 직장생활하며 대출받아 집을 사고 대출금 갚느라 바쁘게 살다보니 어느새 2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일년전 남편이 실직한 후 혼자 대출금 갚으라.. 아이들 학비 마련하랴..실연때문에 정신적 공황에 빠진 아들 위로하랴..엄마와 사사건건 부딪히는 딸때문에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로라는 일과 가정에 치여 살고 있다. 로라는 어떻게든 결혼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바둥바둥 힘든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지만 이런 로라의 마음을 알아주는 가족은 아무도 없다.
결혼생활에 대한 위기감이 점점 고조될때 로라는 영상의학과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보스턴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보험세일즈맨 코플랜드와의 우연한 만남은 그녀가 그동안 위태로움속에서도 참고 견디며 지켜내려했던 결혼생활과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로라와 코플랜드 두사람 다 부부생활에 위기가 왔던터라 쉽게 서로의 감정에 빠져들게 되고, 새로운 미래를 약속하지만 마지막날 코플랜드가 가정으로 돌아가면서 5일의 짧은 사랑으로 끝나게 된다. 코플랜드는 로라는 사랑하지만 가정을 버릴 수 없기에 되돌아가지만 로라는 더 이상 사랑없는 결혼생활을 이어가는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남편과의 이혼을 결심한다. 이제야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고자 하는 로라.. 남편에게 이혼을 선언하고 홀로서기에 나선다. 혹여 아이들이 상처입지 않을까? 걱정하며 참고 지내온 세월이 허무할 정도로 아이들은 엄마의 이혼을 탈없이 받아들이고 오히려 엄마의 홀로서기에 박수를 보낸다. 처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면서 그녀는 이제야 자유와 미래 그리고 희망을 꿈꿀 수 있었다.
대부분 주부들의 일탈은 잠시 뿐 다시 가정으로 되돌아오도록 하던데 이 책은 과감히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늘 아이들과 남편만을 위해 참고 견뎌내는게 가족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로라..작은 울타리안에서 스스로 가두며 살았던 로라의 모습이 소설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읽는내내 로라의 감정에 이입되어 함께 울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행복할 수 있었다. 오일간의 외출로 새로운 세상,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스스로 가둔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새로운 세상에 날개짓을 시작하는 로라가 앞으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기만을 소원한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가꾸어 가고 만들어 가는 것인데 아이들과 남편때문에 얽매여 사는 삶이 과연 누구에게 좋은 것일까? 아이들조차도 엄마의 날개짓에 큰 박수를 보내는걸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식 위한다는 미명하에 결혼생활을 이어간다는건 아이들에게나 자신에게 모두 힘들고 고통스런 시간인것 같다. 그렇다고 이혼만이 능사는 아니겠지..가끔 울타리를 벗어나 여행이나 취미활동으로 다람쥐 쳇바퀴 삶에서 벗어나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