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믿는다고 하는 것은 정확하게 어떤 것일까? 나는 그것이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을 믿는 것과 똑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사람을 믿는 나는 그가 무엇인가를 제안할 때 기꺼이 따라가는 것으로 믿음을 표현한다. 그렇듯이 나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은 예수를 믿는다고 할 때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살았던 방식, 사람들에 대한 그의 태도, 그의 우선순위 등을 생각하며 그대로 따라가 보는 것으로 믿음을 표현해야한다. 그리고 내가 확신하기에는 믿음에 대한 이런 생각이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본을 끼침으로 그 자취를 따라오게 하기 위해서 고난을 받으셨다”(벧전2:21)는 사도의 가르침에 의해서 지원받는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오늘의 교회에서 그런 사람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왜냐하면 오늘날 교회와 그 구성원들은 예수를 따라가는 것보다는 예수를 예배하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는 한 장소에 모여서 종교적인 예식으로써의 예배를 얼마나 많이 드리는가 하는 것으로 믿음의 좋고 나쁨을 측정하고 있다. 성경은 분명히 예수를 따라가는 믿음을 말하고 있는데 정작 교회는 믿음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소위 예수의 몸이라고 하는 교회가 이런 짓을 어디에서 배웠을까?

나는 이런 종교적인 관습을 교회가 이교도들에게 배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종교는 예배를 드린다. 불교처럼 모두가 인정하는 고등한 종교에서부터 삼신할머니를 믿는 미신에 이르기까지... 예배는 모든 종교가 소중히 여기는 종교행위다. 그래서 그들은 한결같이 정성을 다하는 예배를 추구하고 있다. 이에 비해서 그들에게서 누구를 따라간다고 하는 개념은 들은 기억이 없다. 그러므로 오늘날 교회가 예수 따라감을 포기하고 예수를 예배하는 것에만 정신을 팔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이교에서 배운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런 이유 때문에 예수를 따라가는 일 없이 예배만 하는 기독교는 또 하나의 미신이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날 기독신앙의 상당 부분이 미신이라고 여기고 있다.

마이클 프로스트(Michael Frost)가 쓴『위험한 교회』는 ‘예수를 믿는다’는 것에 대한 나의 오래된 고민을 다른 관점에서 풀어주는 책이다. 저자는 교회의 문제를 ‘제국’이라는 원인에서 찾고 있다. A.D 4세기에 로마제국에 의해서 공식적으로 인정되면서 기독교는 <제국의 종교>가 되었고, 세상은 교회와 국가라고 하는 두 개의 기둥에 의해서 떠받쳐지는 기독교 왕국이 되었다. 중세 1,000년 동안 교회는 그 스스로가 <왕국>이 되었고, 그 이후에도 자신이 가진 힘을 아무 때나 행사할 수 있는 왕국으로 역할을 해왔다. 결국 1,700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기독교는 제국 안에서 기성문화의 공인된 일부가 되었고, 어떤 국가에서는 교회가 국가가 감당하는 여러 기능 중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고, 심지어는 왕이 교회의 수반이 되기도 했다. 이런 상태의 교회가 사제직과 성례 등을 포함한 예전에 집중하는 종교기관으로 변하게 된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예수를 따라가는 교회는 당연히 상상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권력기관으로써, 그렇게 철옹성 같은 교회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지속되어 오던 기독교 왕국 시대가 지나가고 이제는 전혀 다른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나오게 되었는데, 통계에 의하면 새로운 사람들의 시대에 기독교의 응집력은 없어지고 기독교적 확신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발전시킨 기관들의 영향력은 그 힘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는 교회 안에 새로운 각성이 일어나야 마땅하지만 그렇게 할 것 같으면 교회의 기득권 중에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자발적인 교회 각성은 쉽지 않은 형편이다. 뿐만 아니라 설상가상으로 우리 사회에서만 하더라도 교회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취급받고 있고 실제적으로도 정죄 받아 마땅할 정도로 타락한 모습까지 가지고 있어서 교회는 그야말로 위기 중의 위기를 직면하고 있다.

이 책은 교회가 가지고 있는 이런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소수이지만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 유수자(Exile)로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으로 해결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 책의 오리지널 타이틀(Exiles)이기도 한 이 개념은 바벨론 유수기의 신실한 하나님의 백성들에게서 가져온 것이다. 동쪽으로 강제 이주된 그들의 신세는 여전히 포로였지만 그들은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왕족들은 바벨론 궁궐에서 손님처럼 대접 받았고, 어떤 사람들은 고위 관리직에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70년을 그렇게 보냈을 때 그들의 삶은 어느덧 바벨론에 익숙해져서 훗날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졌을 때는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이제 이방 땅에 완전히 정착했고, 예루살렘은 그들에게 더 이상 매력을 주지 못하는 곳이 되어버린 것이다. 저자가 발견한 것은 수천 년 전에 유대인들이 대면했던 그 경험이 오늘날 교회가 경험하고 있는 실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이 상황을 극복하는 원리로써 진실한 그리스도인들이 자발적으로 유수자가 될 것을 제안한다. 그것은 제국 안에 살지만 그 문화에 동화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와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함으로 그 정체에 맞는 생활방식을 찾는 삶을 의미한다. 일반화된 삶의 방식과 문화라고 하는 것이 사회를 형성하는 대다수 구성원들의 선택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 물줄기를 거스르는 일은 힘들뿐만 아니라 외로운 일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만이 진실한 신앙으로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서 자유롭고 강인하게 살 수 있는 유일하고 합당한 길이라고 제시한다. 기독인은 먼 타지의 외국 땅에서 사는 사람들이라고 오랫동안 가르치고 배워왔는데 그 가르침이 참된 것이라면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지금이 유수자로 살아가기를 결심해야 하는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하는 게 그가 강조하는 핵심이다.

그러나 유수자로 살아가는 것은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만 실현할 수 있는 삶이다. 주류의 흐름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특별한 훈련으로 자신을 강하게 하겠다는 의도적인 결단이 없으면 그런 위험들 앞에서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네 가지 훈련을 제시하는데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는 일이며, 하나님나라를 지향하면서 세상의 지배적인 가치를 극복하게 하는 약속을 실행하는 것이고, 탐욕과 욕망, 이기심 등으로 일그러진 사회에 대해 비판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세상을 비전으로 초대하는 새로운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책은 크게 4부(部)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단원들은 저자가 제안하는 네 가지의 훈련을 주제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이 네 가지가 무엇인지는 첫 장(章)에서 잘 요약하고 있다. 전체 분량을 생각하면 쉽게 손이 가지 정도로 두꺼운 책이지만 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었다. 내용이 만만해서가 아니라 저자의 논리가 치밀하고 그 주장이 너무 역동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수를 신앙하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읽는 사람을 많이 불편하게 할 것이다. 자기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그것을 신앙이라고 생각하며 안일하게 살았던 모든 생활과 사고, 가치관을 다 뒤집어 놓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위험스러워 보이는 제목만큼이나 위험한 책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이 책을 많이 읽게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한 번도 복음 앞에서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비일비재한 오늘의 상황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기로 하는 진정한 결단과 회심이 있기를 희망한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특별하다. 역사 속에서 수차례 거듭된 종교 전쟁들을 등 뒤로 던져버리고 이제는 화해와 평화를 우리의 도달해야 하는 목표로 삼았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물론 여전히 세계 도처에는 종교적인 갈등이 있고 그것을 부추겨 정치적인 이익을 챙기는 부류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각각의 종교집단들이 서로를 적대시하던 전통적인 태도를 포기하고 상대 종교를 인정하고 경축하는 넉넉한 마음을 자랑으로 삼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때에 전통적인 방식을 따라서 기독교의 유일함을 강조하는 것은 확실히 세간으로부터의 지원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구시대적 태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세간의 지원을 얻기 위해서 달음질할 때, 기독교만의 독특함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따라오는 것도 역시 사실이다.

“모든 믿는 자들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으로써의 복음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포스트 모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생각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던질 수 있는 이런 질문들을 다루는 존 스토트의 논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수십 가지도 더 되는 방향으로부터 들어올 수 있는 다양한 질문들을 풀기 위해서 그가 십자가 하나만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꺼운 책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그는 정말로 십자가만을 붙들고 늘어진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십자가 하나만으로 모든 문제를 풀겠다고 하는 그의 의도를 생각한다면 그의 주장이 융통성 없이 자기 말만 하는 정신없는 종교인의 고집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빈틈없는 논리에 손을 들게 된다. 그리고 조용히 십자가 앞에 서서 그것으로 우리를 구원하시기로 하신 하나님의 지혜와 은혜에 감탄하게 된다. 이것이 이 책의 가치이고 제임스 패커가 그의 추천사에서 “겉옷을 팔아서라도 이 책을 지금 당장 사라”고 했던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책은 전체가 4부 13장(章)으로 되어있는데 그 속에는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모든 신학적인 주제들이 다 들어있다. 하지만 이 책은 보통 시중에 나도는 조직신학 서적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성경의 여러 가지 주제들을 감동 없이 나열한 책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십자가가 우리의 종교적인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인격에서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찾기 위한 저자의 고민과 수고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존 스토트는 이미 과거부터 있어 왔던 많은 주장들을 인용한다. 그 중에는 저자의 주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가 그것을 숨기려고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반대들을 들춰내어서 소개하고, 다시 그것을 조리 있게 반박함으로 독자의 이성(理性)을 십자가 앞에 굴복시킨다. 그래서 이 책은 다분히 논쟁적이다.

저자는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왜 십자가인가?”에서부터 자신의 논쟁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 질문에 딸려 나오는 필연적인 또 하나의 질문인 “왜 예수님이 죽으셔야만 했는가?”의 문제를 추적하는데 그것은 우리에게 십자가가 어느 정도로 기독교의 중심에 있는가를 납득하게 해준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시대, 포스트 모던 사회에서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여전히 유일한 길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준다.

개인적인 관점일 수 있겠지만 사도행전을 읽을 때마다 놀라움으로 발견하게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초대교회 성도들이 복음을 전하면서 내용으로 삼은 것이 단순히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단지 그것에 의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에게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이 원리가 오늘 우리에게도 유효한가? 존 스토트를 따라가다 보면 대답은 당연히 <그렇다>이다. 다만 그 대답의 한 가운데에 있는 십자가가 오늘날 우리의 사회에서는 물론이고 교회에서 조차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유감일 뿐이다.

요즘 교회는 완전히 애물단지다. 그래서 교회는 필립 얀시의 표현처럼 사랑의 대상이면서도 고민스러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것은 교회가 교회이기를 포기하고 탈선의 길을 걷기 때문에 생긴 현상일 것이다. 그 덕분에 교회는 안팎으로부터 비판과 염려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회개와 갱신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사방에서 들린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이런 때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그것은 십자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지금도 십자가는 여전히 세상을 구원하는 유일한 복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이 책이 저술된 지 이미 20년이나 지나버렸지만 제임스 패커의 말처럼 이 책은 여전히 당장 사서 읽어야하는 중요한 책 중의 하나다.

 

요한복음 17장에 보면 예수의 마지막 기도가 나온다. 이 기도는 순전히 자신의 제자들을 위한 기도이다. 그런데 그 기도라는 것이 단순히 제자들의 하나 됨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이 기도가 끝나면 예수는 곧 체포되고 재판을 거쳐 사형장으로 끌려가게 된다. 그런 시점에서 하는 기도라고 한다면 그것은 곧 그의 유언과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유언이 겨우 제자들이 하나 되는 것이라니...

세례요한이 헤롯의 감옥에 있을 때 그는 예수에 대한 소문을 듣는다. 하지만 그는 내심 실망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제자들을 보내서 예수의 진정한 정체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러나 예수는 자신의 정체를 말하기 보다는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로 자기를 소개한다. 그것은 앉은뱅이가 일어나고, 문둥병자가 고침 받고, 죽은 사람이 살아나고, 가난한 자들에게 복음 전파된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런 내용들은 이 세상에서 가지는 예수의 목적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예수는 얼마 안 있어서 죽는다. 그가 목적으로 둔 앉은뱅이와 문둥병자와 가난한 사람들과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들이 여전히 세상에 널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문제 많은 사람들을 남겨놓고 어떻게 그가 죽을 수 있었는지... 그러나 그에게는 그만한 여유가 있었다. 그것은 그가 자기 뒤에 자신의 교회를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교회는 세상을 회복하려는 예수의 대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상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교회 때문에 예수를 따를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다. 어떤 사람은 제대로 된 교회를 찾으러 이리 저리로 배회한다. 예수는 음부의 권세가 교회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눈에 보이는 교회의 모습은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그리고 교회의 그런 실망스러운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무교회 주의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교회는 우리에게 과연 무엇인가?

필립 얀시의 교회에 대한 고백은 교회 때문에 한 번쯤 씨름해 본 사람들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대변해 준다. 언제나 그의 글이 마음에 드는 것은 우리가 체면 때문에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까지 후련하게 표현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의 글이 좋은 것은 언제든지 실망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교회, 나의 고민 나의 사랑>에서도 그는 속 시원한 글재주로 우리의 답답한 곳을 긁어준다.

이 책은 3부로 되어있다. 첫 번째 단락에서 얀시는 교회의 현실을 담담하게 설명한다. 그 속에 있는 부정의한 것들과 거룩하지 않은 문화들, 믿음 없음과 모든 무의미한 것들을 펼쳐 보이는 그의 붓을 따라가다 보면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그러나 그와 같은 실상들을 나열하는 것은 얀시의 의도가 아니다. 저자는 오히려 그런 부끄러운 실상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말한다. 그것은 교회를 통해서 하나님을 볼 수 있기 때문이고, 교회가 그 구성원들뿐만이 아니라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대안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이유 때문에 교회는 끌어안고 회복시켜야 하는 존재이지 내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2부에서 저자는 예수님이 디자인하신 교회가 어떤 것인지를 소개한다. 그리고 그는 교회의 바른 모습을 찾기 위해서 성경 안에 있는 교회의 이미지들을 들춰낸다. 그가 찾은 교회는 밭이며 집이고 성전이다. 그러나 그런 이미지는 현대적이지 않다. 그래서 그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맞는 다른 이미지를 제시하는데 익명의 알콜 중독자 모임과 운전면허 시험 관리단, 병원의 응급실, 도시 한복판을 통과하는 고가 철도, 가정, 선수 대기실 같은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마음을 가장 흡족하게 하는 교회 이미지는 <몸>이다.

3부에서는 이 교회가 자신의 역할을 감당한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교회의 모습이 여전히 엉성하기는 하지만 하나님은 이 세상에서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교회를 통해서 하신다고 하는 C. S. 루이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교회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그리고 이 시대에 교회가 진정으로 회복해야 하는 것은 하나님께 집중하는 것임을 말한다. 업적지향적인 시대에 교회도 어느덧 세속적인 기준으로 세운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게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교회가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는 없다고 하는 그의 의견과 함께 고갈을 피하기 위해서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한다는 그의 제안이 오늘날 교회들을 회복하는데 실제적인 대안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