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따돌림, 자살 등 학생들이 극단적 행위를 하는 건 잘못된 식습관에 의한 영양 결핍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는 게 정설이다. 아이들의 두뇌 활동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게 음식인데, 공부에 쫓겨 잠이 부족한 아이들은 아침밥을 거르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아이들이 먹는 음식 대부분이 당분과 지방 함량이 높은 것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음식은 아이들의 뇌 활동에 지장을 주고 주의력 결핍을 일으키게 된다. 지난 2009년 국립공주병원에서 열린 ‘제40회 정신건강의 날’ 기념 토론회에서 이재원 국립공주병원 의료부장은 “ADHD와 동반되는 정신과 문제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질환이 반항 장애, 품행 장애”라며 “우리 사회의 ‘사이코패스’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ADHD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 개입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희정 위원장은 이와 관련, “육식 위주의 식습관과 패스트푸드의 범람은 인체 독성의 증가와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등의 부족을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라며 “이를 해결하려면 청소년들에게 가공식품의 폐해를 알리고 통곡식과 채소, 발효식품 위주의 전통 식사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공색소와 같은 식품첨가물이 든 인스턴트 가공식품이 ADHD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의 알레르기 전문의인 파인골드 박사는 1973년 정서가 불안하고 난폭하며 주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식품첨가물이 든 음식을 자주 섭취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식품에 첨가되는 인공색소와 향료, 방부제 등이 ADHD 발생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영국 서리대학의 닐 워드 교수도 특정한 인공착색료가 아이를 난폭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정크푸드에 들어 있는 많은 양의 인공감미료와 인공착색료가 뇌를 손상시킨다”고 밝혔다. 미국 듀크대학 메디컬센터의 코너스 박사는 ADHD가 있는 어린아이들에게 아침 식사로 질이 좋은 단백질을 공급한 결과 증상이 호전되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농협중앙회는 식생활 개선을 통해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식사랑농사랑운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어린이 식생활 개선 교실’을 운영, 부모와 유치원 및 초등학교 어린이 모두에게 올바른 식생활 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농업박물관과 농협쌀박물관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농촌 식문화 체험 교실’을 운영함으로써 전통 식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운동 홈페이지를 통해 유치원생·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바람직한 먹거리 어린이 체험단’ 회원을 모집한다.

학생들 간 폭력과 집단 따돌림 등으로 우리의 학교가 멍들어 가고 있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학생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빈발하면서 정부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을 만들고, 수많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수그러들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매년 실시하는 전국 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율은 지난 2007년 16.2%, 2008년 10.5%, 2009년 9.4% 등으로 줄다가 2010년 11.8%, 2011년 18.3%로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이처럼 학교 내에서 집단 따돌림과 폭력, 충동성 자살과 범죄 등이 끊이지 않고 저연령화하는 밑바탕에는 아이들의 분노와 짜증, 좌절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신경신호전달체계의 이상 작동 역시 한 가지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는 지난 4월2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식생활 교육을 통한 학교폭력 예방 모색’이라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희정 아이건강연대 기획홍보위원장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학교폭력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에는 따뜻하지 못한 가정, 입시를 우선하는 경쟁 중심의 교육, 황금만능주의와 폭력적인 사회 문화 등이 자리 잡고 있다”며 “그러나 아이들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신경신호전달체계의 이상 작동을 소홀하게 다뤄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신경신호전달체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되면 공감 능력이 낮아지고 스트레스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 또 자기중심성이 강해지고 충동 억제가 힘들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죄의식이 점차 옅어져 품행 장애와 반사회적 인격 장애로 발전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신경신호전달체계의 이상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비롯해 우울증, 조울증, 양극성 장애, 품행 장애, 게임 중독, 반사회적 인격 장애 등 정신과 질환으로 분류된다. 특히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 ADHD를 앓는 아이들의 수가 급증하며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4년 우리나라의 ADHD 아동은 7.6%였는데, 2007년 4월 학교보건진흥원 발표에선 이보다 두 배 가까이 상승한 13.3%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날이 갈수록 ADHD와 같은 신경신호전달체계 이상 작동 아이가 늘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경신호전달체계의 정상 작동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햇볕과 신체 활동 부족 ▲비타민·미네랄·효소·오메가3지방산·식이섬유 부족 ▲수면의 질과 양의 문제 ▲인체 독성의 증가 등이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