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로 살아온 주인공은 심심풀이로 무협소설을 빌려읽지만, 작가의 유작이라는 소설이 개판, 떡판이라서 7권까지만 읽고 던져버린다. 그러다 재수없게도 주인공을 못살게 구는 깡패들에게 칼침을 받고 집에 겨우 들어온 주인공은 읽다가 던진 무협소설에 적힌 주문을 외우며 눈을 감는다. 깨어나보니 욕하며 던진 그 무협소설 속 조연인 선주혁의 몸으로 들어온 걸 깨닫는다. 앞으로 펼쳐질 스토리를 대충 알고 있던 선주혁은 주인공인 남지학 사형 옆에서 콩고물이나 얻어먹어볼 속셈이었으나, 기존의 캐릭터와 달리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던 선주혁이 무공까지 습득하자 남지학 못지 않은 주인공이 되어버리는데.......

솔직히, BL끼가 다분히 느껴진다고 해서 읽은 무협소설이다. 사형과 사제 사이의 끈끈한 믿음을 BL스럽게 느낄 수 있었지만, 그 이전에 주인공이 너무 여자 얼굴을 밝히는 사람으로 나와서 자체 필터링 돌리기가 쉽지 않았다.(물론, 사형인 남지학의 행동은 다분히 BL스럽다;;흠흠;;) 처음부터 여타 무협소설들을 까고 보는 주인공의 생각에 옳다구나 동의하고 싶었지만, 뭐....이 책이라고 다를소냐....자칫 잘못했으면 여자 연예인 밝히는 하렘물이 될 뻔 했다가, 도가 지나친 먼치킨으로 개판 떡반이 될 뻔했으나 그 적정선을 잘 유지한 덕분에 그나마 나은 작품일뿐이었다. 차원이동물물이나 먼치킨스러운 무협소설을 찾으시는 분들이라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타입인 것 같다. (자체 필터링을 가차없이 돌리면 살짝 소프트 BL스럽다;;특히, 사형 남지학의 말과 행동은 흐뭇하다;;)

겨우 들어간 의대에서 외과의가 된 진현은 개업했다가 폭삭 망해 빚만 지고 암까지 걸려 3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거기서 불행이 그치지 않고 어머니에게 보증을 서두었던 빚을 갚기 위해 장기까지 팔아야하는 신세에 놓인다. 시름에 잠긴 진현에게 전에 목숨을 살려준 보답이라며 어떤 여인이 찾아와 소원을 하나 들어주기로 한다. 이 모든 불행이 시작되기 전으로 돌아가 성공하고 싶다는 진현의 소원대로 중학교 3학년으로 돌아간 진현은 앞으로 올 미래를 알기 때문에 공부에 매진해 의사로 제대로 성공한 삶을 살려고 하는데......

1권만 보면 그냥 전형적인 회귀물이어서 큰 재미는 못 느꼈다. 대신 의예과에 들어간 진현이 점점 두각을 드러내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꽤 좋아진 듯 싶다. 게다가, 작가님의 의학 지식이 남다르셔서 어설프게 손대는 수준(?)이 아니라서 더 실감나고 몰입도가 좋았던 것 같다. 외과냐 내과냐 서로가 주인공을 데려가려고 할 때 홀로 돈 잘버는 피부과만을 쫓는 주인공도 코믹하고....대신 스포가 될지 모르겠으나 친구 한 명이 삐딱선을 타는 바람에 스릴러물이 될 뻔했던 점이 아쉽다. (뜬금없는 분위기라서;;;) 그 외에는 꽤 괜찮은 현대 회귀물이었다. (멋치킨 성향이 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