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에서 운 노인의 손에 길러진 작은 까마귀 우로. 목숨앗이들(특히, 뱀요괴)만 빼고는 별탈없이 평온한 나날들을 보낸 우로는 운 할아버지의 심부름으로 황주로 향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황주에 도착하자마자 바글바글 느껴지는 목숨앗이들. 덜덜 떨리는 마음으로 한 유곽에 도착한 우로는 그곳의 주인인 백야에게 운노인의 선물을 전달한다. 하지만, 그 선물은 다름아닌 우로의 요력과 날개깃을 순수한 은덩어리에 녹여 만든 검은 반지. 우로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반려가 바로 천적인 흰뱀이자 북서쪽 혼돈의 요신 백야였는데.......

피식자의 몸으로 태어난 순진한 까마귀 우로와 냉소적이고 사나운 흰뱀 백야의 로맨스. 작가가 참 글을 맛깔나게 잘 써서 책 산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은 소설이었다. 에필로그도 꽉꽉 채워져 있어서 달달하기도 하고, 남주와 여주의 성격이 무난하면서도 꽤 매력적이었다. 외전격인 '흑야'에서 백야의 쌍둥이인 검은뱀 흑야와 운노인의 손에 키워진 은로의 로맨스도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한 가지 흠을 잡자면 가슴을 울리는 1%가 부족하다고나 할까(약간의 흡입력도...)....다행히, 다 읽은 이후에도 재탕할 마음이 드는 책이라서 소장 가치는 확실히 있는 책이다.  

백작가의 사생아로 갖은 구박을 받으면서도 한줄기 광명과도 같은 사랑 하나만 믿고 견디던 올리비아는 이복 여동생과 키스하는 그의 배신에 치를 떨면서 오랫동안 계획했던 평민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2년 후, 웬디 왈츠는 요정의 도움으로 얻게 된 능력으로 꽃집을 운영하면서 바하즈만이라는 열매를 얻기 위해 박물관에 갔다가 위험에 처한 영애를 구하게 되고, 그로 인해 황실 기사단장인 라드 슈로더와 엮인다. 남자는 돌보다 못한 존재처럼 여기는 웬디 앞에 눈도장이라도 찍으려는 건지 라드 슈로더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아른거리기 시작하는데.......

잔잔한 판타지 로맨스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나 전형적인 기사의 배려심 깊은 다정다감한 스타일을 원하시는 분들(남자의 존댓말이 참...좋다;), 야무진 여주를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소설이었다. 게다가, 일반적인 로맨스 한 권의 분량보다 훨씬 많은 분량 덕분에 책 사는 돈이 아깝지 않은 그런 소설....대신, 가슴을 지끈거리거나 시원섭섭하거나 코믹한 부분은 없이 그냥 읽게 되는....조용하고 잔잔한 스타일의 내용이었다. 응어리 진 부분이 많아 홀로 피해자같이 행동하는 여주 때문에 억울하게 이해도 못 받고 불쌍해지는 딜런과 욕심사나운 프란시스가 안타까웠다.....한 가지 아쉬운 점을 더 꼽자면 내용에 비해 달달한 부분이 너무 없다고나 할까. 긴 분량에 비해서 달달함이 부족한 듯....외전에서 그 부분을 채워줄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고....이래저래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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