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절망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며칠동안 컴퓨터를 켜고 싶지 않을만큼 지쳐있었고 그래서 당연히 핸드폰도 끄고 며칠을 집에서 꼼짝없이 지냈다. 그래서 이벤트 당첨이 된 것이 서너곳 있었음에도 가지 못했다. 아니 가지 않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그렇게 본다면 나는 주인공 ’남자’보다는 절망의 구 안에서의 느낌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그의 꿈에서부터 이 ’절망의 구’가 나타났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처음으로 그가 구를 발견하기 전에 어떤 할아버지가 그에게 나타나 "’무엇을’ 조심하게, 젊은이"라고 한 이유는 그의 꿈에서 구가 나타났음을 설명해주는 대목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상황에서 그는 적극적인 해결이 아닌 도피를 택했다.

아마도 "아무도 내 얘기를 믿어주려 하지 않을꺼야"라는 생각을 가졌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아니라면 한 두번 지인들에게 위험을 알리고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자기 최면을 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최소한 그 지인들이 걱정되었다면 위험에 대한 경고를 더 많이 했어야 했다. 그는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위험에서 자신만 벗어나려고 노력한 ’이기적인’ 남자였다.

물론 나 역시도 그 상황이라면 마찬가지였겠지만 말이다. 나는 지금도 도망가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무기력함에서 어떤 아픔에서 달아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에서 결국 자기 자신만 구에 흡수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게 되어 모두를 살리지 못했던 ’남자’는 영웅이 될 수 있었던 시간을 놓쳤던 안타까움보다는 구에 흡수되었던 이들이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두려움에 의해 다시 달아나야 하는 운명으로 전락하였다.

마트에서 청년이라도 지켜주었으면 그는 조금은 달라졌을까. 구에 흡수가 되는지, 되지 않는 지도 모르는 그 상황에서 그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런 것을 생각해 보면 그것 또한 미지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확실한 건 있다. 마트에서 청년과의 대화를 통해 볼 때 ’남자’는 사회에 ’적응’한 것이 아니라 그저 ’순응’해 왔던, 소극적인 남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직장생활에 ’순응’하기 위해 여자를 배우고, 술을 배우고 영업을 배웠다는 그의 인생 이야기에서 정작 중요한 ’행복’은 없었다.

결국 ’절말의 구’는 행복없이 살아간 그의 지난 날의 모습에서 테어난 그야말로 ’절망’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절망’은 단순히 그 남자자에게서만 나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두를 삼켰다는 것이 구가 그 남자에게서만 나온 것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상처가 있고 저마다의 후회가 있었기 때문에 그 ’절망의 구’는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절망’, ’후회’에서 나온 것이었기에 몇 천으로 구가 복제가 되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다만 그 모든 시작은 남자에게서 시작되었지만 말이다.

이 책은 결말이 없다. 결말을 독자 스스로에게 만들어주기 위해 다시 초반에 나왔던 할아버지가 이번에는 ’절망의 구’가 아니라 ’사람들’에게서 달아가는 남자에게 나타나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무엇을’ 조심하게, 젊은이" 그런데 이번에도 ’무엇’이 무엇을 가르키는지 모른다. 그 ’무엇’에 대한 상상은 이제 우리에게 맡겨져 있다.
과연 ’무엇’은 무엇일까. 그리고 절망이란 과연 무력감 같은 것일까. 그리 녹녹한 스토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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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흡수, 김이환, 위험, 청년, 마트, 두려움, 인생

 

저자는 이 책의 초반에 신라의 역사는 신라인의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신라인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 그들은 우리와 다른 외국인이었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신라인이야 말로 한국인의 직계 조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 책의 주인공 춘추, 태종 무열왕이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럼 김춘추, 그는 누구였을까.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진평왕의 장녀인 천명공주와 진지왕의 아들 용수공 사이에서 태어난 자가 바로 김춘추였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러나 일연의 <삼국유사>나 김부식의 <삼국사기>에서는 용수공과 용춘공을 동일 인물로 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에서 용수공을 용춘공보다 맏이로 설정한 이유는 김대문의 <화랑세기>를 토대로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 <춘추>도 그 <화랑세기>가 주 토대가 되어 접근한 책이기에 전반적인 뼈대는 드라마와 비슷하다.

다만 드라마에서는 미실이라는 세력과 적대시 되는 축으로 그려질 예정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많이 문제가 되고 있는 김유신 가야계통과 미실과의 싸움은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다. 왜냐하면 김유신은 어머니, 만명부인의 혈통을 따지면 진골전통이 되지만 김유신의 아버지, 김서현을 따르면 대원신통이 되는데 미실의 집안도 대원신통이었기에 실제로는 드라마와 달리 서로 죽이려는 입장은 아니었다.

그뿐만 아니라 미실의 정부였던 설원공의 아들 보종은 김유신을 존경하였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으며 김유신을 존경하였기에 김춘추도 보종은 존경을 했던 것으로 저자는 발히고 있다. 화랑세기에서 김유신이 풍월주로 내려와 보종에게 풍월주를 넘겨주었다는 부분은 상당히 드라마와 다름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어쨌든 이런 흐름에서 김춘추에 대한 세간의 의혹을 저자는 없애고 신라의 역사를 다시 고치고자 이 책을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김춘추의 평가는 그때 당시 신라인들의 입장에서 다줘진 것이 아니라 다분히 힘을 가진자들의 입맛대로 작성된 역사를 우리가 배운 것이라는 거다.

그 역사들 중에서 가장 잘못된 접근은 김춘추가 외세의 힘으로 삼한을 통일하려 했고 연호를 당의 것으로 바꿨기에 매국노였다는 입장이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 당시의 백제는 의자왕이 있었고 고구려에느 연개소문이 있었다. 이 두 나라의 지도자들은 과연 지도자다운 행동을 그 당시에 했었느지를 저자는 우리에게 반문하고 있다. 그러면서 춘추가 외세의 힘을 빌렸던 건 삼한을 통일하려는 무수한 방법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도 그렇듯이 김춘추는 선덕여왕 때 자신의 딸이 백제의 군사들의 의해 죽임을 당하자 고구려에 찾아가 백제를 같이 칠 것을 요청했다. 김춘추는 아무래도 신라의 힘만으로는 어떤 나라든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나마 가장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따라서 그 당시 신라와 백제 그리고 고구려가 한 민족인데도 당이라는 외세의 힘을 빌려 같은 민족을 멸했다는 입장은 옳지 않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물론 김춘추에게 있어서 그건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역사의 판단을 너무 쉽게 판단하려 들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역사는 몇 번이고 다시 써져야 한다. 그게 악용된 역사라면 더더욱 말이다. 이종욱 저자는 김춘추가 비록 성골에서 족강되어 진골이 되었지만 왕의 귀품있는 태도를 그 누구보다 잘 갖추고 있었고 또 성골과 가장 가까웠기에 왕이 될 수 있었던 특이한 케이스였던 것과 동시에 그가 신라의 왕이 되었기에 역사는 삼한통일이라는 결과를 이뤄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만일 그가 아닌 그 당시의 백제의 의자왕과 고구려의 연개소문이 정신을 온전히 차려 삼한을 통일하려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점도 들었다.

글쎄, 그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지금까지의 김춘추에 대한 평가와는 달리 새롭게 접근한 이 책을 드라마 <선덕여왕>, 학연문화사 출판의 <역사의 땅 경주 아름다우 전설과 함께하다> 그리고 영화 <황산벌>과 같이 비교하며 읽어도 색다르게 다가오리라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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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올리뷰에 참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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