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이거 참 기묘한 책이다. 스웨덴에서 출간 즉시 70만 부가 팔리며 유럽 전역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영화화하면 재밌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2015년 말 영화로 이미 개봉 예정이라 한다.
내가 읽으며 처음 받은 느낌은 작년에 큰 화제를 모았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같았달까. 첨엔 '이건 뭐지...'하며 살짝 지루한 듯도 한 한 59세 노인의 일상을 따라가게 된다. 괴팍하고 뭔가 자기만의 세계관이 확고한, 아주 정확하고 규칙적인 한 남자의 이야기들을. 그러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가 궁금해지면서 무뚝뚝하기만 한 그의 따뜻한 내면을 발견하게 된다. 쌀쌀맞게 귀찮다고 반응하지만 알고 보면 굉장히 정감 있는 그의 마음을.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에게 그의 아내는 색깔이었다.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던 아내가 죽고 나서 오베는 그녀를 따라갈 생각으로 자살 기도를 한다. 그러데 그의 자살 시도는 늘 어처구니없는 일들로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갑자기 들이닥친 이웃의 요청, 금발 잡초, 아내가 좋아했던 길고양이의 의도치 않은 방해. 그럴 때마다 '오늘 이 형편없는 하루는 진작 망쳤구나, 자살하기에는 내일도 오늘 못잖게 괜찮은 날이야' 하게 되는데, 하루는 또 철로에서 자살을 시도하려다가 엉겁결에 선로에 떨어진 남자를 구해 영웅 취급을 받으며 신문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받게 되니 이건 뭐 그의 상황에선 완전 최악이다. 게다가 관심을 끌 수 없게 그의 화를 돋우는 사건들마저 발생하게 되니 그의 자실 시도는 계속해서 미뤄질 수 밖에.
까칠하고 사회성 하나 없이 오직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살던 그가 삶에 대한 특별한 의지 없이 그저 평화롭게 죽는 것만이 유일한 소망이라며 자살 시도로 매일매일을 보내면서 오히려 더욱 이웃 속에서 그들에게 따뜻함을 전해주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니. 굉장히 아이러니하고 웃픈 상황인데 읽다 보면 묘하게 가슴이 찡해진다. 특히 아내 소냐에 대한 그의 사랑, 그리고 결국 맞이하게 되는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느끼게 되는 감동.
과거와 현실을 오가며 오베라는 한 남자의 일생을 지켜보면서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했던 그의 삶이 얼마나 위대하고 의미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불의에 분노할 줄 알고, 정의를 위해 행동으로 남자답게 싸울 수 있는 그런 그의 삶이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렇게 사는 것이 너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보기 드문 모습이어서였을까? 그저 소통의 방식이 남다르고 조금 서툴렀을 뿐 누구보다 따뜻하며 불의를 참지 못 했던 오베라는 남자는 그렇게 결국 자연의 섭리에 따라 평화롭게 소원을 이루며 삶을 마감하게 된다.
그의 입장에선 쓸데없이 참견해대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서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함께 소통하며 어우러져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 <오베라는 남자>. 사회에서 정상인이라 불리는 기준은 과연 누가 책정한 것일까? 결국은 빛과 같은 삶을 살다간 남자 오베, 그의 살짝 별나고 유쾌한 이야기!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벅차오르는 이상한 감정들과 감동까지 함께 느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