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란 제목만 보고 사실 살짝 책 읽기를 뒤로 미뤄두었었다. 아, 그런데 그것은 제목에 대한 나의 철저한 오해였으니... 나는 제목만 보고 이 책이 서울대에서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이라거나 우수하게 살아남기 뭐 이런 내용일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내용은 완전 반전! 내가 예상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튀어나가며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무거운 문제 의식을 제기한다.
이 책은 실제로 서울대에서 어떤 학생들이 우수한 학점을 받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런데 그들의 공부 방법은 요즘 우리가 그렇게 목놓아 부르짖는 교육 목표와는 완전 딴판이었으니... 요즘 교육은 모두가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구호와는 달리 실제로는 '수용적'인 학생들이 높은 학점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 서울대에서 높은 학점을 받는 학생들은 어찌보면 그저 획일화된 모범답안을 위해 절제와 조절을 잘하는 이들일 뿐이었다. 저자는 예상치 못했던 실험 결과를 놓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외국의 타 명문대 미시간대와의 비교 실험을 해 보았다. 그 결과 정말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두 학교.
사실 지금까지의 인식과 관행처럼 계속되어져 온 교육방식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은 문제이다. 나 역시도 어쩌면 아이의 질문을 엉뚱하다 여기며 무시하고, 답은 이거라며 외우라고 강요한 적은 없었던가? 지금 아이 반 분위기만 봐도 튀는 아이보다는 말 잘 듣고 귀찮게 하지 않는 아이가 모범생으로 치부되고 있는데. 현실이 이럴진데, 정말 개개인 모두의 의식이 변하지 않고서는 교육에 있어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교수가 수업방식을 달리하여, 학생들이 평가받는 방식을 바꾸게 된다면 어떨까? 지금까지의 주입식 강의 방식에서 토론식 교육 방식으로 바꾸고, 정말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부분에 큰 점수를 주게 된다면, 또 모두가 거기에 맞춰 나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러나 그렇게 교수의 강의 방식이 바뀌기 위해서는 교수 평가 방식 등 대학 정책적인 차원 역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결국 가장 중요한 책임은 학생이나 교수가 아닌, 대학의 리더십과 시스템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정부의 정책 구조와 무관하지 않으니, 결국 교육 변화의 주체는 우리 사회 전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은 주어진 대로 반응한다. 나 역시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선생님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 기억이 없다. 우리는 그저 주어진 학습을 무작정 받아들이기만 했다. 간혹 특이한(?) 선생님이 한두분 계셨지만 우리는 진도는 안 나가고 왜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하냐며 귀찮아했던 거 같다. 그리고 누군가 수업 내용과 자칫 무관해 보이는 질문을 던지면, 엉뚱하다고 은근히 눈총을 주기도 했다. 다만 우리는 안타깝게도, 태어날 때부터 그런 교육 시스템 아래 키워져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학생들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교수가 아닌 학생 중심의 수업을 이끌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부르짖는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또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
우리나라 교육현실에 대한 통쾌한 분석과 문제 제기, 그리고 비교분석을 통한 대안 제시까지! 정말 교육 관련 종사자 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모두가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서울대에서는누가A를받는가,
이혜정,
다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