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지침서의 바이블이라고 일컬어지는 책이 몇 권 있다. 하정훈 저, <삐뽀삐뽀 119 소아과>가 임신 혹은 출산과 동시에 구매하여 필독했던 육아 및 신체적 문제에 관한 바이블이라면,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 저, <우리 아이 괜찮아요>는 육아 및 아이들의 심리적 요인을 다루는 바이블이 되어주지 않을까.

 

 

  답답하고 막막한 육아 고민에 대한 해답과 위로. 굉장히 실질적인, 마치 내가 보낸 사연은 아닐까 오해할 만큼 와 닿는 생생한 사례들을 보며 나만 그런 것은 아니구나 위로받고,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된다. 육아라는 것이 이렇게 인내를 요구하는 것인 줄 그 누가 알았던가. 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일하던 중, 어른들이 앓고 있는 마음속 병의 뿌리가 어린 시절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소아청소년정신과 과정을 밟았다는 저자를 보며 역시 어린 시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절감하게 된다.

  좋은 부모, 발달, 바른 습관, 성격과 감정, 사회성, 학습, 가족관계, 문제행동까지 다양한 육아 고민에 대한 명쾌한 해법과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었던 책!

 

 

  부모는 아이를 '당장' 변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결국' 변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있는 그대로의 아이 모습을 사랑해주지 않는 것은 부모의 욕심이라고, 결국 아이 양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라고 한다. 나는 과연 아이와 어떤 '관계'를 맺어나가고 있을까.

  사전같이 두꺼운 책의 두께에 먼저 놀라고, 내 얘기 같은 고민들을 속시원히 해결해주는 해답에 두 번 놀라게 되는 책! 항상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해당 관련 목차부터 먼저 읽어나가며 도움을 받으면 정말 좋을 거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겪게 될 다양한 문제들을 알아볼 수 있었던 정말 좋은 육아 지침서였다.

 

 

우리아이괜찮아요, 서천석, 육아서

 

 

  31세로 짧은 생애를 마감했지만, 10년 동안 무려 100권이 넘는 작품을 남긴 중국의 천재 여류작가 샤오홍. 사실 나는 그녀와 그녀의 작품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그리고 얼마 전 탕웨이가 주연한 <황금시대>라는 영화가 바로 그녀의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게 된.

 

 

  한 여성으로서 그녀의 삶은 말 그대로 파란만장했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던 그녀는 언제나 마음속 깊이 외로움과 사랑에 대한 결핍을 간직하고 있었으니. 그래서 그녀는 늘 그렇게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에 온몸을 내던진 것일까.

  사실 나는 그녀의 그 결핍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어쩌면 무모하고, 실제로도 그랬던 것처럼 남들의 비난을 받을 수도 있었을 사랑이었다. 문학계에서는 강인한 작가였으나, 한 여자로서는 너무도 나약했던, 그러나 강해 보이고 싶어 처절히 몸부림쳤던 인생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인생에 있어 그런 결핍이 어쩌면 그녀의 문학 혼을 더욱 불살랐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아를 찾아 언제나 자유를 갈망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남자의 보살핌을 원했고 사랑을 갈구했던 여자. 불합리한 가부장적인 사회적 분위기와 시대적 제약 요인으로 인해 겪었을 좌절들. 이 시대의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나는 한편 다행하게 여겨야 할까.

  여자로서 아름다운 결말을 맺었다고 하기엔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천부적인 재능으로 중국 현대문학의 보배로 불리오는 그녀. 평범치 않았던 그녀의 삶에 애잔한 위로를 보낸다.

 

 

결코 맞닿지 않는 슬픔과 기쁨의 평행선에서, 예술과 헌신 사이에서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다가

결국에는 향기롭게 빛나던 바로 그 순간에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p 10)

 

  책을 통해 샤오홍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보이고 있는 저자의 시선을 보며, 그녀의 작품들이 진심 궁금해졌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녀의 대표작이라는 <생사의 장>과 <후란 강 이야기>를 한 번 읽어보고 싶다. 그녀의 작품에는 어떤 향기가 짙게 배어 나오려는지...

 

 

샤오홍의황금시대

 

 

  <스티브를 버리세요>, 제목만​ 보고는 사실 혁신에 관련된 경영책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요즘은 가끔 이렇게 제목과 내용이 나의 예상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으니. ㅎ 이 책은 경영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기계발서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삶에 대한 에세이라고 해야 할까?

  먼저 살아온 인생 선배로서 흔들리는 청춘들에게 던지는 조언 같은 것들, 꿈이 없고 열정을 잃어 무뎌가는 현대인들의 인생에 던지는 메시지, <스티브를 버리세요>.

 

 

  사람들은 스티브를 들으면 당연히 스티브 잡스를 떠올린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저자가 지칭하는 스티브는 우리 안에 있는 작은 신화나 영웅, 나아가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으로 그 의미를 확대하고 있다. 결국 '스티브를 버리세요'란 은유적 상징으로 내 안의 기존 프레임을 버리고 새로운 눈을 가지라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것도 버릴 수 없는 사람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한다. 반복된 습관, 표준화된 사람들 사이에서 벗어나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래서 때론 바닥을 치고 있어도 행복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내 안의 더 나은 스티브를 탄생시키기 위해!

 

 

  결국 어쩌면 그는 젊음, 꿈, 열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스티브로 시작했지만 결국 인생의 이야기로 돌아온. 언제나 생생히 살아 숨 쉬는 삶을 살아내자고, 당신은 지금 행복하냐고.

  문득 연말을 맞이하며 다시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론 해야 할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자고!

해야 할 일들에 시달리느라 정작 하고 싶은 일을 놓치며 살지는 말자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현재를 즐기며 살아야겠다는 결심 아닌 결심을 또다시 하게 된다.

 

 

  언제나 흔들리고 불안한 현대인들, 표준화된 규격 속에 들어가지 못해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닌가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그냥 자기다움, 그거 하나면 된다고. 사회의 기준에 억지로 자신을 끼어 맞추지 않아도 된다고.

 

 

  특이했던 점은 책의 간기면이다. 간기면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뜻하는데, '무단전재'를 환영한다고 밝힌 시도. 전작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로 교보문고 63주간 베스트셀러로 머물며 상상력과 창의력, 잠재력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 저자. 자신 역시 평범함은 거부하는 모양이다. ㅎㅎ

 

 

스티브를버리세요, 나남, 임헌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