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탄생>, 사실 제목만 보아서는 자칫 고리타분하거나 어려운 책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종교, 신의 기원 및 현재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 프레데릭 르누아르와 저널리스트이자 아나운서 마리 드뤼케르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어 마치 내가 함께 대화에 참여하는 듯한 기분으로 읽어나갈 수 있다. 그리고 종교인들은 어쩌면 읽어내기 불편한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저자는 신에 대해 편견없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접근해보고자 노력하며 함께 성찰해보려 한다. 종교는, 그리고 신은, 증거나 지식이 아닌 믿음의 차원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나는 사실 종교가 없다. 지금껏 누가 물으면 나는 나만 믿는다고, 무신론자라고 대답해 오곤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생각이 조금 바뀐 부분이 있는데, 나는 무신론자가 아닌 비종교인일 뿐이라는 것?
'당신은 신이 있다고 믿습니까?'란 질문에 아인슈타인은 먼저 당신이 신이라고 할 때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말해달라고 재질문했다고 한다. 성경에 나오는 신? 아니면 자연과 동일화된 신? 내재화되어 있는 신성?
나는 신은 믿지 않지만 영성, 혹은 신성이라고 하는 내재화된 개인을 믿는다. 종교는 그런 개개인의 마음을 사회적으로 재가공하여 하나로 무리 짓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단지 제각각 어쩌면 모두 같은 것을 믿되 그것을 믿는 방법론이 다를 뿐이랄까. 저자 역시 성스러움은 개인적, 자발적 체험임에 비해 종교는 이러한 성스러움을 예식화하고 체계화, 사회적 관계화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나는 현세가 사후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믿는다. 내세는 있는지 없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는 현재는 너무도 생생한 현실이기에, 나는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순간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나만의 방식일 뿐, 누군가에게 종교는 분명 길잡이가 되어주고 위안이 되어줄 것이다. 단지 나는 그런 다양한 형태의 삶의 방식, 혹은 믿음의 방식을 존중해 주면 좋겠다.
여신과 남신부터, 무당에서 사제 등 종교의 역사부터 유일신의 기원, 예수의 사상, 그리스도교, 힌두교, 불교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아우르고 있는 그들의 대담. 제각각 다른 신을 믿고 있지만 결국 모두 다른 방식의 종교일 뿐, 결국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본질은 하나가 아닐까.
신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고 한다. 예수 역시 사랑의 발현을 위해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 그러나 그것을 구현하는 종교는 그것을 유지하고 권력을 확대하기 위해 어쩌면 또 다른 이름으로 인간을 속박하기도 했다. 교회의 파행, 종교적 이름으로 자행된 전쟁, 광신주의 그것들이 어쩌면 종교와 신의 불필요성을 제기하며 무신론을 확대시키기도 했다. 또한 과학이 발달하면서 이성과 믿음 사이 갈등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과학 역시 신의 존재 혹은 부재를 증명할 수는 없다. 그것은 정말 인간 범위를 벗어난 질문이 아닐까.
삶의 의미에 대한 탐구, 내면의 심화, 개인의 안정과 행복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답을 종교에서 구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신에게 미래가 있는가라는 대답에 저자는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다.
인간의 실존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한, 사랑과 아름다움의 체험이 우리로 하여금 신성에 눈뜨게 하는 한, 죽음이 우리 모두에게 기필코 찾아오는 한, 신은 이름이야 어찌되었든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모든 문제들에 대한 믿을 만한 대답, 바람직한 절대자, 변화를 일으키는 힘으로 남아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p 316)
신의탄생,
프레데릭르누아르,
마리드뤼케르,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