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의 집>, 고통이 지나간 자리 흙인형처럼 표정을 잃어버린 소녀. 주로 무덤에 묻히는 인형 토우처럼 그들도 이미 함께 삶이라는 무덤 속에 침식된 것은 아닐까. 그들은 그것을 고통이라 받아들이긴 했었던 걸까, 이미 삶 자체가 고통이 되어버린 현장. 사는 형편을 한눈에 나누어 알아볼 수 있는 삼벌레고개, 그 안에서 어린 스파이들이 자라나며 겪어낸 긴긴 성장통.
어느 날 정보부에서 데려가버린 아버지, 사람들은 아버지가 감옥에 갇혀버렸다 한다. 똑똑했던 어머니는 이후 남편의 사형으로 인해 정신을 반쯤 잃어버리는데...
이 소설은 1960~70년대 일어났던 '인혁당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슬픈 역사 중 하나로 국가권력에 의한 사법살인 사건. 그러나 2007년 이는 결국 고문에 의해 조작된 사건임이 밝혀졌고, 그들은 무죄를 선고받는다. 무고한 가장이, 누군가의 아버지가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빨갱이라고 손가락질 받으며 형을 집행 받게 되다니. 이런 사건이 사실 과거에 얼마나 허다했을까. 현재도 우리는 방법은 다르지만 얼마나 또 많은 사람들이 국가권력, 언론에 의해 무력하게 무너지고 있을는지...
역사는 현재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고, 어쩌면 반복될 우리의 미래다.
그러나 소설은 그 사건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7살 어린 소녀 원이와 그의 친구 은철이의 시선으로, 그리고 그들 자체의 삶에 더 중점을 두며, 마치 비껴가듯 은근히 후반부에서 슬며시 그 고통을 비춰내고 있다. 그로 인해 한 가족이 겪게 되는 고통과 상실, 슬픔에 대해서.
소박한 살림살이 중에서도 아이들의 천진난만함과 동화적 이야기들로 큭큭 미소가 지어지게도 한다. 아마 그래서 이 소설이 더 아프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그 천진함과 그들의 가혹하고 억울한 삶이 너무 극명하게 대비되어서.
그 캄캄한 무덤 속에서, 과연 누가 그들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인가. 아니, 우리는 그들을 끄집어내려고 노력은 해 보았던가. 그저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내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무력감에 그저 안타깝고 씁쓸하다.
토우의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