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2000년도 초중반이었을 거다. 이라크 무장 단체에 살해되었던 한국인 김선일 씨,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됐던 한국인 중 한 명의 피살 등등.

  국제적인 이슬람 테러 단체는 무자비하고 잔혹하게도 공개적으로 처형하고, 심지어 참수 전후의 모습과 과정을 SNS나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민간인을 상대로 한 반인류적인 테러 행위를 공개하는 데는 도대체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과연 그것이 선전 효과가 있는 것일까... 오히려 역효과만 날 거라고 생각했던 나였기에, 궁금함을 가득 가지고 이 책을 읽어 내려가게 되었다.

  또 얼마 전엔 한 대학생이 실종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가 IS에 합류하고자 사라졌단 사실이 밝혀졌었던 일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서방의 사람들까지 그들 조직에 합류하는 경우도 많다니! 알카에다, IS 등의 테러단체들의 이름은 많이 듣고 있지만, 사실 나는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다.

  <그들은 왜 오렌지색 옷을 입힐까>는 그러한 이슬람 국가의 테러조직이 만들어진 과정, 이슬람 국가의 조직 원리, 사상과 주장, 선전 전략, 아랍의 봄 이후 개방된 전선, 지하드 전사의 결집 등에 대해 설명해주며 앞으로 중동 질서의 행방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이런 국제 정세에 대해 문외한인 내게 배경지식을 함양해 줄 수 있어 너무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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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의 참수 처형 영상 공개 역시 교묘한 미디어 캠페인의 일환으로 부정적 측면보다 선전과 위협효과가 더 크다는 사실이 정말 충격적이었고, 위태롭기 그지없다. 미군이 이슬람교도에게 자행한 부당한 대우나 공습에 분개한 사람들의 눈에는 그들의 처형 영상 공개 같은 행위가 정당한 보복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니. 또한 그런 자극적이고 무참한 영상 공개의 궁극적 목적은 미국의 군사개입 의욕을 꺾기 위함이라 한다.

 

  현재 그들은 조직 없는 조직으로 불리는 분산형, 비집권적 네트워크 구조로 연결된 관련 조직망을 전 세계에 깔아두고 있다고 한다. 일방적으로 종교 이념을 제시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살해, 배제하는 테러리즘. 읽는 내내 마치 첩보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영화가 아니라 실제라는 사실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모두 함께 공존하며 잘 살 수 있는 지구촌은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아랍인과 이슬람교도가 미국에 수감당했을 때 입었던 오렌지색 죄수복을 반대로 자신들이 구속한 서양인에게 입히고 요구 사항을 잃게 한 다음 살해하는 절차를 밟는 그들. ​그러면서 불안정한 정세에 편승하여 교묘하게 사람들을 선동하고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그들의 행태를 보며 나는 진심 섬뜩함과 위기감,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되었다.

  이슬람 국가에 대해 궁금하다면 <그들은 애 오렌지색 옷을 입힐까>를 추천해주고 싶다.

 

 

 

  <부자의 그릇>, 제목이나 표지만 보고서는 경제 관련 자기 계발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소설의 형식을 빌어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달까. 저자 이즈미 마사토는 일본 최고의 경제금융교육 전문가로 돈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실제 사업에 실패해서 괴로워하던 시절의 경험 역시 녹아 들어가 있다고.

  누구나 돈을 필요로 하고 좋아하지만, 정확히 돈의 개념에 대해 알며 소비하고 투자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부자의 그릇>은 실질적인 돈의 경제적인 가치보다는 정말 돈을 다루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3억 원의 빚을 지고 백화점 광장을 전전하는 한 남자. 그는 전직 은행원 출신으로 한때는 주먹밥 가게 오너로 잘 나가던 사업가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업 실패로 아내와도 이혼한 후 수중에 돈이라고는 한 푼도 없는 신세. 그런 그가 우연히 만난 노인, 조커! 그와 함께 나누는 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어쩌면 그의 사업 실패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에게 조커가 던지는 말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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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돈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 중 대부분은 잘못된 타이밍과 선택으로 인해 일어난다. 사람마다 다룰 수 있는 돈의 크기, 즉 상한과 하한이 다르다(최적의 온도가 있다). 돈을 다루는 능력은 많이 다뤄봐야만 향상된다. 돈은 그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다. 돈은 신용이 모습을 바꾼 것이다. (p 61)

 

  실제로 사업이 망하는 경우를 보면 정말 사업이 잘 안 되서 망하는 경우보다는, 잘 되려는 시점에서 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들었다. 더 많이 벌기 위한 욕심으로 무리한 사업 확장을 벌이다가 어느새 그만 도산하고 마는 것이다. 어쩌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처럼. 그에게는 10억대 돈을 ​관리할 수 있는 그릇은 있었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던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로또로 인생역전을 꿈꾸지만, 정작 로또 당첨자가 행복하게 인생을 마무리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흥청망청 쓰다가 돈을 모두 날려버리거나, 사기를 당하게 되거나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결국 돈이라는 것은 얼마나 많은지 보다는 얼마나 관리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인 걸까.

 

  개인적으로는 빚과 이자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 볼 수 있었다. 부채는 재료, 금리는 조달 비용이라는 것. 그리고 다루는 돈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어쩌면 점점 여유를 잃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 그렇게 무작정 돈만 바라보며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게 될까 궁금해지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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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에 필요한 것은 도전 정신과 경험이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믿고, 또 돈을 얻어야만 성공했다고 믿는다. 또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그 본질은 사실 실패 그 자체보다는 돈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닐까.

  동화 같은 훈훈한 결말로 끝을 맺었지만, 이번 기회에 내가 추구하는 돈의 본질은 무엇인가 다시 돌아보아야겠다. 돈에 지배받지 않고 '돈의 교양'을 올바르게 양성하기 위해서.

 

 

 

  최근 ​본 영화 <살인의뢰>와 묘하게 닮아있었던 소설 <차단>!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 단숨에 페이지는 넘어가지만, 책장을 넘기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져감을 막을 수 없었다. 언제부턴가 이런 이야기들이 자주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방황하는 칼날>, <살인의뢰> 등등! 희생자의 남겨진 가족이 법을 대신해 개인적으로 가해자를 응징하는 이야기들.

  무참할 정도로 잔인무도하게 성폭행 당한 소녀들, 그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두려움에 결국 자살한 피해자들. 소설 속에서 법은 피해자를 자살로까지 몰아가게 했던 성폭행범에게 고작 3년 반을 구형했다. 어린 시절 그들이 지닌 트라우마로 성폭행범이 되었을 거라고, 사회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거라고. 그러나 그 가해자가 사회에 나와 다시 또 연쇄적으로 똑같은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면?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국가는 그들의 죄를 방조한 것과 다름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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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이라는 것, 누구나 법에 의해 평등하게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 '평등'이라는 것이 누구나 똑같이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말함은 아닐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판결하는 일이라 최대한 공정히 무죄 추정의 원칙으로 진행돼야 함은 맞지만, 이렇게 희생자들의 가족들과 맞닥뜨리게 되면 많은 질문을 하게 한다. 피해자 가족을 위로하고 보호해주는 일보다 범죄자의 인권만을 더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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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의학자 헤르츠펠트는 시체를 해부하다 딸 한나의 납치와 연관된 단서를 포착하게 된다. 딸 한나를 납치한 범인을 추적하면서 맞닿게 된 3년 전의 사건. 그리고 스토킹에 시달려 몰래 숨어 지내던 린다가 우연히 시체를 발견하게 되면서 그녀 역시 헤르츠펠트의 딸을 찾는 일에 합류하게 된다. (그녀가 원격으로 헤르츠펠트의 말에 따라 시체를 해부하게 되는 과정은 과연 가능할까 의심이 되며 공감은 좀 안 갔지만...)

  3년 전 헤르츠펠트의 동료 마르티넥의 딸이 고작 14살 나이에 납치당해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그녀는 변태 성욕자에 의해 수난을 당한 후 도망칠 수 없다는 좌절감과 지속적인 공포감에 자살만이 그녀를 위협하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란 절망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그 변태 성욕자가 유도한 상황이었다. 단지 실제 살인을 하지만 않았을 뿐, 소녀 스스로 자살하게끔 최악의 상황으로 밀어놓고 웃음 지었을 그.

  마르티넥은 그 성범죄자를 살인죄로 기소하기 위해 헤르츠펠트에게 딸의 부검 보고서를 자살이 아닌 타살로 위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직업윤리와 도덕적 문제로 거부했던 헤르츠펠트. 그런데 3년 반이 지난 지금, 그의 딸 한나도 똑같은 방법으로 납치당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딸을 잃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그에게 똑같이 보여주기 위해 동료 마르티넥이 벌인 일일까? 딸을 잃을지도 모를 상황에서 법의학자가 아닌, 아버지 헤르츠펠트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것이 되어줄까?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회의를 보여준다. 올바른 것을 실천하기 위해 사회 규정을 깨어버리는 헤르츠펠트의 마지막 선택...

 

  회생불가능한 범죄자, 기회만 있으면 다음 희생자를 물색하는 괴물 같은 놈들. 그런 이들을 완벽하게 차단시키지 못하는 사회적 시스템으로 인해 희생자가 범인이 되어버리는 현실. 아동 강간범보다 탈세범을 더 엄하게 처벌하는 사법 당국으로 인해 두 번 고통을 겪게 되는 희생자들.

  가족을 잃은, 남겨진 자들의 아픔에 대해 돌아본다. 최소한 그들을 또 다른 범죄의 가해자로 만드는 현실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범인의 권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인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