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알아두면 피곤한 과학지식이라 제목을 지었을지, 

누가 이런 책을 쓴 것인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책을 받자마자 작가에 대해 먼저 확인해 보았다 

작가인 마리옹 몽테뉴는 만화가이자 애니메이션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 책은 2008년부터 자신의 블로그에서 연재했던 만화 [무식하게 죽지 마라 : 우리 모두 죽겠지만 그래도!]의 일부를 엮어 펴낸 책이라 한다 

 

이 책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콧수염 박사는 (콧수염이 나 있지만 )엄연히 여성이며 

생물학, 물리학, 동물학 등 5개 부문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설정이다 

내용은 가상의 인물들이 보낸 엽서의 질문에 콧수염 박사가 친절하게 답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 내용들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책의 제목이 왜 이렇게 지어졌는지 이해가 될만한 내용들이다 

생리의 구체적인 과정, 운동을 해도 순식간에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 우리가 흔히 명치라 부르는 복강 신경총이나 고환을 맞으면 유독 통증이 심하거나 구토를 하게 되는 이유, 공중 화장실에서 휴지를 깔거나 공중부양자세가 도움이 되는가 냉동인간을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 (심지어 거꾸로 세워 보관하며 추후 발이 부패될 수 있음에 대한 내용도 들어있다) 등 평소에 궁금했을 만한 내용들도 보이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침대속 혹은 우리 몸에 존재하는 다양한 진드기 류에 대한 이야기, 우리에게 니모로 친숙해진 흰동가리는 암컷 한마리와 여러마리의 수컷이 생활하다 암컷이 죽으면 서열 1위의 수컷이 암컷으로 성전환을 한다는 사실, 닥터 하우스를 비롯한 의학 드라마 속에 담긴 수많은 오류들 (특히 심정지가 오더라도 심전도기가 일직선을 그리는 경우는 없다는 사실), 곤충의 85%가 동성애 경향이 있다는 사실, 불편한 진실이기에 약 1세기 동안 감춰져 왔던 아델리 펭귄에 대한 조지 머리레빅의 기록과 같은 내용들로 신기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굳이 알 필요가 없는 혹은 알고 싶지 않은 내용들이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선택 했을때는 만화와 과학의 결합이라는 이유로 아이들과 함께 보아도 좋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책을 읽어나갈 수록 이 책은 어른들을위한 만화라는 느낌이 확실해졌다 

작가의 웃음 코드도 성적인 내용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데다 

조지와 애마 픽셀에 대한 실제 내용을 비롯 동물들의 교미에 관련된 내용들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진드기에 대한 너무도 상세한 설명과 같은 너무 지저분한 내용들까지 

어른들도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수 있는 부분들이 자주 등장하기에 

자극과 흥미를 집중적으로 노리는 가십을 읽는 느낌으로 보기에는 괜찮은 책이지만 

유익함이나 건강한(?)재미를 느끼기에는 조금 힘든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무작정 익숙한 공간에서 탈출하고픈 순간이 있다 

그러나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로 인해 차마 그것들을 떨쳐내지 못하면 

일렁이는 마음을  달래어 줄 책한권이 절실해진다 

최근 그런 나의 마음을 달래어 준 것이 이정하님의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이다 

내면적으로 한없이 힘겹던 나의 20대를 달래어 주었듯 

그로부터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작가님의 글은 나의 마음을 달래어 주었다 

'지금 당신이 흔들리고 아프고 외롭다면 살아 있구나 느끼라'는 그 한문장으로도 

이미 내 마음의 파도는 조금씩 잦아들고 있었던 것 같다 

작가님은 이 책에 독자들이 사랑해 왔던 시와 새롭게 쓴 시 

그리고 그 시를 쓸 수 밖에 없었던 변과 시속에 감춰진 고백을 함께 담았노라 했다 

이 책에 담긴 많은 글들은 지독한 그리움과 끝나지 않은 사랑을 노래하고 있음과 동시에 

아프지만 그럼에도 그 사랑으로 인해 더욱 따스하고 넉넉한 삶이었기에 

그대의 존재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는다 

사람에게서, 사랑에게서 벗어나지 못해 힘겨워하면서도 

더 많이 주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하는 수많은 말들이 하나하나 모여 나를 눈물 흘리게 한다 

끝내지 못한 사랑과 짙은 그리움으로 수없이 많은 날을 몸부림친 끝에야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길'이었음을 

깨닫지 않았을까 

그러한 깨달음 뒤에 찾아든 감정이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는 것이었다면 

이것은 지독한 사랑의 아픔에 처절하게 버티고 버티다  내어뱉는 항복선언이 아닐까 

그럼에도 이 지독한 그리움과 사랑의 아픔이 오히려 내게 위로가 되는 것은 

그 치열함 뒤에 깨달은 감사와 여전히 내안에  남아 있는 것들 때문일 것이다 

나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과 사랑하고 때로는 상처받으며 지나온 날들에 대해 

그저 아프기만 한 것이라고 느꼈던 그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사실은 아프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해야할 수많은 이유들을  

이 책이 깨우쳐 주었다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해져 버린 단어들이 있다 

번아웃, 공황장애, 우울증...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그런 병에 시달리고 있는지도 모른채 

무기력하고 기쁘지 않은 상태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그저 뭔가 잘못되어 있는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을 느끼면서 말이다 

그런 상태를 이 책의 작가는 슬럼프라 정의하고 

슬럼프의 개인적인 원인을 찾아가는 방법과 해결책을 이 책 안에서 제시하고 있다 

먼저 작가는 슬럼프를 해결하는 과정의 핵심은 '나'임을 강조한다 

슬럼프는 총 3단계로 나뉘어 지는데 현재 내 상태가 세가지 단계중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내가 빠져 있는 슬럼프의 형태를 확인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자신이 원하는 일까지도 '하고싶다'가 아닌 '해야한다'는 의무로 바꿔버리는 유령의무를 지닌 사람들 

잠깐동안의 위안과 안정을 위해 지나친 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타인의 인정에 목메는 사람들, 자신의 일을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는 강박에 오히려 미루는 요구 저항자들까지 너무도 다양한 종류의 슬럼프들이 있다 그 중 자신이 해당하는 것은 한가지일 수도 혹은 모두 일 수도 있는데 

이들의 대부분은 어린 시절 애착형성 과정에서의 문제로 인한 경우들이 많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고구마줄기처럼 줄줄이 얽혀서 모습을 드러낸다는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별것 아닌 듯 보였던 어린시절의 아픈 기억 하나가 알고보면 수많은 아픔들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오래전 자신의 감정과 상처를 묻어 두기만 했던 것이 현재의 나를 아프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앞부분에서는 이처럼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뒷부분은 이러한 나의 상태를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감정 표현을 훈련하여 진솔한 자기 표현과 자신의 목소리에 스스로 귀기울이고 

상세하고 생생하게 상상하면 실제경험과 상상경험을 구분하지 못하는 뇌의 특징을 이용해 

과거의 상처를 치료하는 상처 정리법으로 과거의 기억을 변화시키고 

자신을 타인에게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스스로 알아가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기주의자를 새롭게 정의하며 남의 이익을 침범하는 것이 아닌 나의 이익을 소중히 지키는 이기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말하고 있다 

다양한 솔루션들 중에서 마지막 솔루션인 소망을 찾는 법과 현재에 몰입하기는 

현재 슬럼프를 겪고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오늘 하루가 힘겹게 느껴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솔루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현재를 최대한 이용하기위해 몰입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찾아 

지금 당장 무언가를 실천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슬럼프 극복의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