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지내는 이들을 동경하면서도 막상 내가 그러한 시간을 보내고나면 

실제보다 몇배 더 지쳐서 평소에는 무리없이 해내던 일도 힘에 겨워질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나는 조금은 느린 속도로 살아야 하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런 내게 나의 생각이 맞다고 이야기해주는 책을 만났다 

저자인 팀 콜린스는 어느날 우연히 마주한 나무늘보에게서 행복의 비밀을 배웠노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배움의 내용을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속도를 늦추고 사는법을 연습하고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며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취미를 가지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것,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 나만의 멋을 만드는 것 등 이 모두가 나무늘보에게서 배운 행복한 삶의 비결이라 한다 

구체적으로는 수채화와 같은 에술이나 마라톤, 걷기, 명상, 독서, 뜨개질, 새 관찰하기와 같은 취미를 누리며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하기위해 수영장에서 빈둥대 보기도하고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으로의 관광을 다니기도 할것과 다양한 탈것들에서 스트레스를 피하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신체차극에 집중하며 걷기나 자연에서 소리를 듣고 촉감을 자극하는 등의 자연과 함께하기는 가장 해보고 싶은 나무늘보의 삶이었으며 기차와 지하철에서 상상하며 놀기나 자연에서 숨쉬기, 조용한 장소에서 오롯이 혼자 있기, TV와 멀리하기, 미니멀라이프를 통해 허드렛일을 줄이기 등은 내가 현재 실천하고 있는 방법들이어서 그 내용이 더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내 집에서 즐기기에 대한 내용과 좋은 잠을 위한 내용들은 그리 어렵지 않으면서도 일상적인 공간에서 새로움과 행복을 발견하는 방법이기에 더 인상적이었다 

집안에 나만의 장소를 만들고 반복되는 집안일을 마음을 정리하는 수련으로 여기는 것, 숨쉬기에 집중하여 걱정거리를 없애고 일정한 수면패턴을 유지하는 등의 내용은 특히 도움이 될만한 방법들이었다 

 

다만 내용중 나무늘보의 장점을 설명하기위해 쥐타입, 나비 타입과 비교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굳이 그러한 비교를 했어야만 했는지, 쥐타입과 나비타입은 그렇게 단점만 가득한 것인지, 모두가 나무늘보타입으로 살아간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생각들이 떠오르며 살짝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부분이었다 더불어 안전에 대한 경고를 하면서도 정성스레 소개해 둔 나무늘보의 요가자세들은 따라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아직도 결정하지 못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내용들이 우리가 조금 더 편안하고 조금 더 행복해 질 수 있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내용들이며,  인터넷 비밀번호에 대한 것이나 텔레마케팅 전화와 댓글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법, 나무늘보처럼 웃고 긴장을 푸는 것, 먹는 음식을 잘 고르고 먹을때 음식에 집중하는 것 등의 사소한 팁들도 많이 담겨 있어 느긋하고 여유롭게,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책인 것 같다 

 

처음보는 순간 제목이 와 닿았다 

그리고 조현병 환자들을 주로 돌보는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라는 소개도 나의 관심을 끌었다 

다른 일반적인 책들처럼 정신과적 상담사례와 그에 대한 원인, 해결방법등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닐까 싶었지만 서문에서부터 작가는 조금은 특이한 자신의 분야에서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그것을 통해 배운것들에 대한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말하며 질병에 대한 정보가 담긴 책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책을 읽고 난 나의 느낌 역시 그러했다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들과 

그 일을 통해 만난 사람들의 '사람사는 이야기'라는 느낌이 더 강했던 책이다 

 

자신의 대학생활, 인턴, 레지던트 과정에서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기도하고 

지금까지 만나왔던 만성 조현병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단편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기도 한다 

그들이 양성증상과 음성증상이라 불리는 표면적 증상을 보이는 것을 제외한다면 

그들의 삶의 모습과 우리의 삶의 모습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작가의 말에 더더욱 공감이 갔다 

 

책을 읽다보면 의사들 중 이혼, 자살, 마약중독의 3관왕이라거나 의사들에게 있어 의국은 친정 혹은 고향의 의미라는 것, 상상 임신과 같은 놀랍기까지 한 인간의 신체화 증상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영어와 관련된 웃지못할 해프닝과 자신의 외할머니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역시 환자들과 관련된 이야기 들이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지적장애이자 만성 조현병 환자였던 덕영씨에 대한 이야기였다 

환자의 삶에 개입할 권한이 어디까지인지와 보호자들에 삶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보며 앞에서 작가가 언급했던 정신과 의사는 판사가 아니기에 판단보다 공감이 우선이라 했던 이야기가 다시금 떠올랐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를 그저 아끼는 마음을 가졌다는 이유로 혹은 가깝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행동을 판단하고 개입할 권한이 있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전하는 비 온 뒤의 길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을  다시한번 정리해 주고 있었다 

우리 모두가 걸어갈 수 밖에 없는 비 온 뒤의 진창길이 이 책을 통해 그리 힘든길이 아닌 길이 되기를, 그 길이 나 홀로 걸어가고 있는 길이 아님을 느끼게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은 대부분 '비 올 때'가 아닌 '비 온 뒤'의 시간임을. 비가 퍼붓는 길을 걸어가야 하는 시간만을 고통이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비가 그친 다음 걸어야 하는 진창길에서의 시간이다 

-중략-

그 비 온 뒤의 길이란 것은 내 환자들만 걷는 길이 아니다. 나도 그렇고, 우리 대부분 역시 그런 삶을 산다. 우리는 모두, 비 온 뒤를 걷는다 

다양한 책들을 읽다보면 기대했던 책에 실망하게되기도하고 때로는 기대하지 않았던 책에서 좋은 내용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게되기도한다  내게 있어 이 책 '지금 시작하는 생각 인문학'은 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책이었다 

'생각'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거니 어렴풋한 짐작만으로 큰 기대도, 내용에 대한 정보도 없이 읽어내려간 책에서 너무나 소중한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정확하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생각'은 '창의적인 생각'을 이야기한다 

다시말해 창의적 삶을 살아가기위해 필요한 요소와 그러한 능력을 키우기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인 것이다 

작가는 창의력을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하며 창의적 삶의 핵심 요소인 관찰, 모방, 몰입, 실행, 함께 라는 다섯가지 요소를 각 항목별로 설명하고 훈련하기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각 장의 마지막에는 해당 요소를 위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져야하는 질문을 정리해두고 있어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생각의 틀을 조금씩 깨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이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유명한 투명고릴라 실험, 줄묶기와 양초 문제, 불와안전도형 그리기를 비록한 다양한 질문, 상황, 실험들이 제시되며 우리가 얼마나 자신만의 틀에 갇혀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자각을 통해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기위해 노력해야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시각 이외의 다른 감각으로 관찰기, 특정 물건의 다른 쓰임 생각하기, 강제로 연결하기, 몰입의 방해요소 제거 연습, 문제 해결의 유형 중 자신의 유형 파악하기등이 그 예이다 

 

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내용들이 많지만 카피와 스틸에 대한 차이점을 이야기하며 모방을 훈련의 과정이라 이야기하는 부분과 한분야에 정통한 사람들은 도전적인 일 앞에서 오히려 무념무상의 평온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실험결과 등이 오래 남았던 내용이다 특히 '함께'하는 것과 창의성이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싶던 내게 개인의 창의성이 창의적인 산물로 도약하기위해 필요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마지막 장은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했던 내용이기도 했다 

 

단순히 창의적인 삶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일상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고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서도 어쩌면 이 책을 통한  변화의 연습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