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으로 읽는 세계문학이라는 부제를 보며  의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문학작품속의 인물들은 어떤느낌일지 호기심이 생겼다 

산부인과 의사인 저자는 정신없이 독서에 빠진 시기에 다양한 작품들을 접하며 작가들이 인간의 아픔을 이해하기위해 질병을 차용한다는 사실을 보았고 이 책을 통해 진료실에서 마주한 '사소한 질병에 걸려 낙담하거나 누군가를 원망하는 이들'에게 질병의 보편성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이 책의 기본 구성은 문학작품의 대략적 줄거리 소개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주요 질병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으로 작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이루어지고 있다 

 

총 40편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보니 소개된 작가와 작품,질병들이 다양하다 

톨스토이의 이반일리치의 죽음, 조지오웰의 1984, 알베르트 카뮈의 페스트 등과 같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작품도 작가도 낯선 작품들도 있고 내게는 작가는 익숙하지만 작품은 너무도 낯설었던 헤밍웨이의 우리들의 시대에와 같은 작품들도 소개되어 있어 여러장르의 문학작품들을 접하게되는 재미가 가장 큰 책이다 

이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해당 작품들 속에 표현된 질병들에 대하여 의사로서 좀 더 자세히 질병을 소개하거나 시대적으로 변화된 치료법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잘못 표현된 부분은 정정하기도 한다 때로는 전문가 못지않게 환자들의 심리적 변화나 질병의 증상을 잘 표현한 것에 대하여 찬사를 보내고 있다 

세르반테스의 모범소설속 카리살레스는 부정망상의 환자이면서도 실제 환자로서는 결코 불가능한 결말이라 말하고 불가코프의 개의 심장을 소개하며 이식수술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거부반응'을 이야기하고 입센의 유령에서 소개된 매독의 특성을 소개하며 알빙부인이 무증상인 점에 대한 의문과 다른 가능성을 함께 제시하기도 하며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 천식환자에게는 소설속 치료법이  너무도 비과학적이고 위험한 것임을 이야기한다 

 

이 다양한 이야기와 질병들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내용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깨어진 거울과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우리들의 시대에라는 두 작품이었다 깨어진 거울속 마리나가 임신중 풍진으로인해 선천적 기형을 가진 아이를 출산한 내용을 소개하며 임신중 풍진의 위험성을 언급하고 예방을 강조하고 있고 우리들의 시대에라는 작품을 통해서는 인디언 산모의 출산과 등장인물인 의사 비정함을 언급한 내용을 보며 개인적으로 임신과 출산이라는 과정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감정이입되는 내용이기도 했고 더불어 저자가 산부인과 의사이기에 다른 질병에 비해 조금은 더 깊이있게 이야기들을 바라보았으리라 짐작하며 보았기에 유독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 

 

이렇게 한권의 책에 모아두고 보니 각기병, 사시, 천식, 뇌졸증, 조현병, 뇌막염 등 우리의 삶을 그리는 문학 작품속에도 현실 못지않게 다양한 질병들이 언급되어 있다는 사실과 (몸과 마음이 아픈 여러 인물들을 만나고나니) 역시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내게 있어 모차르트는 너무도 익숙하면서도 아는 것이 많지 않은 인물이었다 

모차르트의 생애를 담은 유명한 영화 덕분에 모차르트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것이 진실이고 어느것이 허구인지 더욱 모호해져 그의 삶이 더욱 궁금해졌다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은 책 한권에서 여러 음악가들을 다루고 있다보니 간단한 내용들을 소개하는 정도가 전부였기에 나역시 알고 있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렀었다 

그런데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은 한권에서 한 인물만을 다루고 있어 더 많은 내용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던 책이다 

 

클래식이 대중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와 그럼에도 클래식이 사랑받는 이유등을 들려주고 있어 

이 책의 시작은 평범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곧 자주 접하지 못했던 내용이 보이기 시작했다 

중세시대의 음악가의 지위, 우리나라의 클래식 문화와 피아노 열풍, 한중일의 서로 다른 클래식 사용법을 비롯  음악의 역사와 기능, 악기에 대한 내용들이 이어진다 

이렇게 기본적인 내용들을 모두 설명한 뒤에야 모차르트가 등장하는데 

모차르트가 천재로 널리 알려진 이유는 여러가지이지만 그 중에서는 19세기 유럽의 마케팅의 영향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모차르트의 음악적 성공에는  타고난 천재성만이 아닌 자신의 노력과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 또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특히 아버지 레오폴트에 대해서는 모차르트의 교육에 적극적이었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화려한 경력의 능력있는 음악가였으며 교수법 책을 집필하고 궁정음악가를 가르친 전문 교육자였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되었다 

 

이처럼 모차르트의 일생을 순차적으로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그의 음악을 통해 클래식의 이론들을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된다 

모차르트가 처음 작곡했던 곡을 통해 미뉴에트를 설명하고 그가 교류했던 음악가들을 이야기하며 클래식 작품명의 표기 방법을 자연스럽게 설명해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어가다보면 모차르트에 대해서도 더 많은 것을 알게되고 덕분에 그의 음악에 대한 이해도도 깊어지지만 동시에 클래식 이론에 대해서도 배우게되는 내용들이 엄청나다 

실제로 재미있는 클래식 수업을 듣고 있는 기분이 느껴짐과 동시에 한 챕터가 끝날때마다 필기노트라는 제목으로 요점 정리를 해주고 있어 이 부분을 통해 읽었던 내용을 다시한번 정리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 중 하나이다

 

그동안 내가 모차르트의 곡을 좋아하고 즐겼던 막연한 느낌들을 이론적으로 잘 정리할 수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모차르트의 느낌이 아닌듯해서 잘 듣지 않게되는 곡들이 간혹 있었는데 그 이유와, 사람들에게 그토록 사랑받았던 모차르트가 죽기 직전 힘든 상황에 놓였던 이유에 대한 궁금증 모두 이 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기에 너무도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었던 책이다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은  1권은 모차르트를 다루고 있고 각각 베토벤, 헨델, 바흐를 다룬 시리즈도 있어 이 책들을 모두 읽다보면 클래식을 잘 듣고 제대로 즐기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꽤 많이 접해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이렇게 심각한 책벌레는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작가의 남편인 책벌레 에두아르는 

책을 읽느라 취침시간을 잊고, 물건을 수시로 잃어버리며, 이미 소장중인 책을 또 사는건 애교에 불과하며 여행때마다 가방두개를 책으로만 꽉꽉채워 짐을 싸고 동시에 여러권의 책을 번갈아 읽으며 

책을 사느라 생활비가 부족할 지경이니 이건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선 책에 미쳐있는 혹은 중독의 수준이다 

 

게다가 이 심각한 책벌레는 오지랖도 넓어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한시간이상의 대화는 기본이요 

사람들의 잘못을 지적하며 설교융단 폭격을 퍼부어 하루가 멀다한 쌈박질로 사람들에게 원한을 사는, 심지어는 지인의 딸인 14살 아이와도 싸워 원수지간이 된 범상치 않은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못을 박다가 벽을 손상시키고 온 집안을 책으로 엉망진창을 만드는 재주까지 가진 책 읽는 것 외에는 제대로 할줄아는 것이 없는, 심지어 프랑스에서 1386킬로미터 떨어진 로마의 동생네까지 걸어서 가？募募？ 야심찬 여행계획을 세우는 남자다 이런 범상치 않은 프랑스 남자와 심지어 국적마저도 다른 한국여자가 결혼을 했으니 그 결혼 생활이 순조로울리 없다 

 

하루 하루가 조용하지 않은 이 부부의 일상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마치 시트콤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에두아르가 (가장 많이 들었기 때문에) 가장 정확하게 발음하는 말이 '너는 마자야해 마니마니'라는 문장이라는 사실 하나만 봐도 이 부부의 일상이 (제3자가 보기에) 얼마나 재미있는지 느껴지지 않을까 

그래서 책장이 술술 잘도 넘어간다  아내의 화가 치솟을수록, 남편의 되받아치기 능력이 뛰어날 수록 

독자들은 더 큰 재미를 느낀다 심지어 재미를 느끼는 내가 미안해지는 순간도 있다 그럼에도 책을 읽는 내내 웃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그렇게 책으로인해 다양한 사건사고를 겪으면서도 부부는 책으로 소통하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한다 

서로가 소통하는 과정에서 주고 받았던 다양한 문학 작품들 속 문장들을 직접 소개해 둔 내용들이 곳곳에 있어 내가 미처 읽어보지 못했던 좋은 작품들의 극히 일부분을 맛보는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서로에게 작문 숙제를 내어주는 부분은 나역시 한번쯤 따라 해보고 싶은 (그러나 지독히도 책을 싫어하는 남편 덕분에 절대 해볼 수 없을) 부부만의 소통의 방법이었다 

이렇게 재미난 부부의 시트콤을 실컷 구경하고나서 프랑스 책벌레가 쓴 '나의 인생 책' 과 본문 중 소개된 작품들의 출처를 따로 정리해 둔 인용문 출처 리스트를 통해 좋은 책을 소개받는 보너스도 얻을 수 있었던  멋진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