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다보면 오래도록 남아 잊히지 않는 말들이 있다 

때로는 드라마는 잊혀져도 대사는 남아 회자되기도 한다 

그런 명대사들이 가득한 드라마들을 모아 드라마속 대사들을 위주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을 만났다 배우이자 작가인 명로진씨가 지은 '동백어 필 무렵'이다 

이 책에는 최근 방영되어 사랑을 받았던 '동백꽃 필 무렵'부터 방영된지 20년이 지난 '허준'이라는 드라마까지 총 25편의 드라마를 소개하고 있다 

 

우리들의 사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드라마이기에 이 책에 소개된 드라마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의 삶과 관련된 사랑, 우정, 직장생활, 정치비리, 청춘, 역사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하며 희노애락의 감정과 여러가지 깨달음을 마주하게된다 대장금과 허준을 통해 병자를 치유하는 데는 의술보다 마음이 더 중요함을 느끼게되고, 스카이 캐슬과 비밀의 숲을 통해서는 21세기 대한민국의 민낯을 마주하며 나를 되돌아보게되고 미생과 눈이 부시게를 통해서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를 응원함과 동시에 위로를 받으며 동백꽃 필 무렵과 응답하라 1988을 통해서는 이웃의 정과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소개된 드라마들이 대부분 워낙 유명한 드라마들이었기에 드라마를 즐기지 않는 나도 대부분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는 작품들이다 (실제로 본 드라마는 손에 꼽는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다보면 마치 각자 즐겼던 드라마를 함께 모여 그 드라마에 대해 수다를 떨고 있는 느낌이 든다 저자의 배우라는 직업적 특성을 살려 자신이 알고 있는 뒷 이야기도 가끔 들려주기에 더 그런 재미를 느끼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내게는 시간이 흘러 기억속에서 흐릿해져 가던 명작들을 다시금 꺼내어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던 드라마 스토리를 더 자세하게 알게되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런 재미와 더불어 이 책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던 것은 저자의 맛깔스런 글솜씨였다

 '신데렐라 언니'를 통해 우리의 사회적 편견을 이야기하거나 제빵왕 김탁구를 소개하며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의 내용을 언급하기도하고 내이름은 김삼순을 통해서는 드라마가 방영되던 2005년과 지금의 달라진 젠더 감수성을 언급하는 등 드라마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들을 연결시킬뿐만 아니라 적재적소에 약간의 위트 섞인 이야기를 추가해 누군가와 재미난 수다를 떨고 있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다보면 갑자기 소개된 드라마 중 한편을 다시 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것 역시 이 책의 또 다른 재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따로 있다 

'아무리 도려내도 또 썩어가지만' 이라는 시목(비밀의 숲)의 대사도 

'여긴 버티는게 이기는 데야'라는 오과장(미생)의 대사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희망은 있다'는 해영(시그널)의 대사도 

'말을 잘 들으면 부당한 일을 계속 시킵니다. 자기들 손이 더러워지지 않을 일을' 이라는 백단장(스토브리그)의 대사도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라는 김혜자(눈이부시게)의 대사도 

읽을 수록 곱씹게 되는 명 대사들이다

 저마다의 이유로 가슴속에 남아 잊히지 않는 이 많은 명대사들을 한곳에 모아두고 읽을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인 것이다 

이 매력적인 책을 너무 빨리 읽은 아쉬움에 책에 소개되지 않은 다른 드라마들을 소재로 다음 책이 출간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명작들은 너무도 유명한 작품들이기에 읽어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제목과 대략적인 내용들은 알고 있는 작품들이다 

이 명작들을 각각의 주제별로 나누어 정리하고 있는데 

오만과편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같은 운명적 사랑을 주제로 한 1장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어린왕자, 데미안과 같은 성장통을 주제로한 2장 

테스, 인간의 굴레와 같은 운명에 휘말린 인간들의 모습을 주제로한 3장 

노인과 바다, 마지막 잎새와 같은 인간의 삶의 이유를 주제로 한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38편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하나의 소설을 소개하는 과정은 먼저 '작가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간략한 작가소개를 하고 '명작 비하인드'라는 제목으로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실어 작품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그리고  작품의 줄거리를 비롯한 작품에 대한 설명으로 마무리 된다 

이 내용들이 그리 길지 않고 5~6 페이지 남짓이기에 가볍에 읽기 좋아'하루 한 편, 세상에서 가장 짧은 명작 읽기'라는 제목을 붙인 듯 하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단 12일만에 씌여진 소설이라는 내용,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는 안나 카레니나가 언급되고 호밀밭의 파수꾼과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작품에서는 위대한 개츠비가 언급되고 있어 명작이 어떻게 새로운 명작을 탄생시키는지를 이해할수 있었던 것 등이 바로 이 작가의 삶과 명작 비하인드 코너를 통해서였다 

 

책을 순서대로 읽지 않고  관심이 가는 작품을 목차에서 골라 하나씩 읽어 나갔는데 

가장 먼저 읽은 것은 '위대한 개츠비'였다 

사실 이 작품은 대략적인 내용만 알 뿐 한번도 읽지 않은 작품이다보니 어떤 이유로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지를 제대로 알 수 없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 이유를 '사랑에 실패했지만 다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수많은 이유를 뒤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여인을 사랑했던 개츠비의 위대한 사랑때문'이라 말하고 있다 

다음으로 읽은 작품은 '생의 한가운데' 였는데 내용만 알고 있을뿐 직접 읽어본 적 없는 이 작품을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깊이 알게되니 직접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처럼 읽지 않은 작품들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기도하고 읽었던 작품들에 대해서는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접하며 등장인물들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또한 읽다가  덮어버렸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처럼 예전에 읽었지만 이 책에서 다시 만나  알지 못했던 그 책의 진정한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기도하고 내가 사랑했던 제제(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다시 만나 한동안 잊고 지냈던 친구와 재회한 느낌을 느끼기도 했고 테스나 제인에어처럼 때로는 분명 읽었으나 오랜 시간이 흘러 내용이 희미해져 버린 작품들의 줄거리를 다시 떠올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처럼 해당 작품을 읽었으면 읽은대로, 읽어보지 못한 작품은 또 그 나름의 재미를 느끼며 읽어나갈 수 있어 수록된 모든 명작들이 의미있게 다가왔다 

 

작가는 하나의 명작을 소개하기에 앞서 한줄로 해당 작품을 요약하고 있는데 

뗏목위에서 펼쳐지는 자유와 모험의 세계(헐클베리핀의 모험) , 흰고래와 인간의 숙명적인 투쟁(모비딕), 51년 9개월 4일간의 기다림(콜레라시대의 사랑)과 같은 문장들로 표현된 이 한줄의 글들이 이상하게도 내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읽은 책들을 이렇게 압축적이고 명확하게 소개할수 있을까 생각하다보니 새삼 저자의 능력이 대단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한 능력으로 명작들을 소개하는 본문의 글들을 써 두었기에 그 내용들이 더 재미있게 다가왔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나니 내가 그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고 있던 친구들을 누군가로부터 자세히 소개받아 더 잘 알게된 느낌이다  

그로인해 내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접한 명작들과 더 익숙하고 친해진 느낌은 이 책이 선사한 또 다른 선물인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