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곡에 대해 설명을 들려주는 책들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작곡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여진다

그러나 말 그대로 곡과 관련된 부연적 설명이지

작곡가의 삶 자체에 무게를 두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곡이 아닌 작곡가의 삶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그의 삶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시간적 순서대로 쫓으며

각각의 사건들이 어떤 식으로 그의 창작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이야기한 책

[위기의 음악가들]을 읽었다

이 책의 이야기들을 읽어가다보면

사랑의 실패, 신체의 장애, 가족간의 문제, 경제적 곤란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되는 모든 사건들이

그들에게는 창작의 영감이자 원천이 되어주었음을 깨닫게 된다

​

앞에서 언급한대로 이 책은 특정 곡보다 작곡가의 생애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 방면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하는 기회가 되었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곡을 만들었으며

동시대를 살았다는 정도만 알았을 뿐이었던 바흐와 헨델이

출생연도, 출생지역, 큰 체형, 대식가, 오르가니스트로 시작,

실명위기 같은 의사에게 수술받은 점까지 닮은 점이 많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작곡기법과 음악 장르는 물론

한 사람은 국내에만 머무르며 가정을 이룬 반면

다른 한 사람은 유럽의 글로벌 스타로

재정적 풍요로움과 독신 생활을 누렸다는 이야기.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곡들을 다수 썼으며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쇼팽이라는 작곡가가

폴란드에 대한 애정이 컸기에 폴란드의 민속음악을 바탕으로

상당수의 곡을 작곡했다는 점 또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또한 내게 있어서는 베토벤과 슈베르트는

전혀 다른 음악 세계를 보여준다고 느꼈었는데

실은 슈베르트가 횃불을 들고 베토벤의 장례 마차를 따라갈 정도로

베토벤을 숭배했으며 그의 음악 정신을 계승하려 했다는 사실도

놀라운 이야기 중 하나였다

​

내용을 읽다보면 각각의 개인에게 일어난 사건은 물론

시대와 국적을 불문하고 이 위대한 음악가들은

서로의 음악 세계에 큰 영향을 주고 받았음을 알 수 있는데

그 음악은 지금 이 시대의 또 다른 음악가에게 영향을 주어

새로운 음악의 탄생에 일조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설명하고 있는 곡이 궁금했기에 그 음악을 틀어두고 내용을 읽어나갔다

이렇게 소개하는 곡을 틀어두고 내용을 읽으니

작곡할 당시의 작곡가의 마음, 곡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더 깊이 다가와 평소 듣던 곡의 느낌과는 다른 감상을 갖게 해주었다

​

마지막에 소개된 '붉은 베토벤'이라 불리는 쇼스타코비치는

유일하게 이름이 낯선 음악가였는데

이름의 생소함과 달리 그의 곡

재즈 모음곡 2번은 내게 있어서도 너무나 익숙한 곡이었다

곡의 인지도와는 달리 정치적 이유로

이 뛰어난 작곡가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우면서도

이 책을 통해 이런 음악가를 알게 되었음이 감사하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곡이 아닌 작곡가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그들의 고통을 통해 꽃피워낸 결과물을

음악만을 들을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심리치유와 관련된 책들을 자주 읽다보니 김영아님의 책을 자주 접하게 된다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 [내 마음을 읽어주는 그림책] 등

여러 책을 같은 작가님의 책인지도 모른채 집어들었다가

작가소개등의 글을 보면서 같은 작가님이란 사실을 알게된다

이 책 역시 제목과 내용에 이끌려 선택한 책인데 책소개를 읽다가

김영아 작가님의 책임을 알게 되었다

​

이 책 역시 작가님이 상담사활동을 하면서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

그 과정에서 함께 했던 그림책이야기가 어우러지는 내용이다

나 역시 그림책을 좋아하고 그림책을 읽다가

수많은 말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건네는 그림 한장을 보게되는 경우들이 있기에

그림책에대한 저자의 이야기에 너무나 공감한다

​

그렇게 그림책을 통해 저자는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때로는 회피하려하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면서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스스로 치유의 과정으로 들어서도록 돕고 있다

​

그 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군부대 관심사병들의 집단 상담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집단 상담의 효과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있던 내게

집단 상담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서로를 위로하고 연대하는지를 간접 경험하게 한

이 내용은 새로운 충격이었다

​

"서로의 상처가 하나로 섞여 위로하고 꾸짖고, 비판하며 연민한다

누가 더 슬프겠냐며 겨루는 게 아니라,

너의 아픔 나의 아픔을 다 똑같은 상처로 바라보면서 서로 연민한다. " - 155P

​

때로는 내가 겪고 있는 아픔과 상처가 나만의 것이라 느껴져

갖게되는 억울함과 외로움이 있다

그런 마음들이 이런 경험을 통해 치유되는 것이고

누군가의 행동이 다른 이에게는 어떤 상처가 될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해주며

서로가 가진 무게를 조금씩 덜어내기도 하는 것 같다.

​

"상담자는 내담자를 만날 때 문제의 본질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그 본질에 대하여 옳고 그름의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 - 26P

​

책속에 언급되는 각각의 내담자들은 다양한 상처를 지니고 있다

또 다른 내가 아닐까 싶을만큼 나와 비슷한 상처를 지닌 사람도 있고

때로는 나로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처로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작가님의 말씀처럼 나 역시 함부로 그들의 상처에 대하여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의 상처 또한 누군가에게 옳고 그름의 잣대로 평가된다는 사실도,

그 결과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그들 모두 그 상처로 인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그 상처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기에

그들과 함께 하면서, 그림책 속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경험하면서

나 역시 내가 지닌 상처에 약을 바르고 있는 과정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경험이 너무도 좋은 것이었기에

이 책에 소개된 그림책 목록을 만들어 한권씩 천천히 읽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나는 이 책을 통해 한 번, 그리고 소개된 책들을 읽으며 또 한 번

상처에서 조금씩 치유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