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자주 언급하지만 내게 있어 그것은 너무도 막연하고 나와는 거리가 먼 듯한 피상적인 무엇이었다.
그런 나에게 프랑스의 노철학자가 책속에서 차근차근 던져오는 질문들은
내가 마주해야 할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했고 그 질문들은 결국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이어졌다.
내게 남은 삶이 한 시간 뿐이라는 상상속에서는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건강, 재산, 이루지 못한 계획과 같은
수많은 걱정거리와 근심들은 더이상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저자는 우리의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내고 최후의 순간까지
우리가 가져야할, 가지고 싶어하는 중요한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을위해
'한시간밖에 남지 않은 삶'이라는 장치를 가져온 듯 하다
"내가 죽는다는 것은 누구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내 안에 존재하는 다양성일까요
그 다양한 요소들과 기억들, 그중 일부만 죽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결속력이 죽는 것일까요" - 60P
" 그래서 나는 어떻게 생각하냐구요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어떤것도 알지 못합니다.
나는 그것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질문만 그런 게 아닙니다. 다른 많은 질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 -61P
우리가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행복과 지혜, 믿음과 같은것들의 의미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마주하려하는 '죽음'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던지면서도
이 불친절한 철학자는 결코 그 답을 명확하게 내려주지 않는다.
그저 끊임없이 질문을하고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한다.
"철학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무지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철학은 무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
정확하게 말하자면 철학자는 '무지함의 수호자'입니다. "
자신은 마지막 그 한시간 동안 글쓰기를 선택하겠노라는 함께 글쓰기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고찰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지식이 증가할 수록 알지 못하는 것 또한 늘어난다는 아이러니와 함께
칸트와 소크라테스의 말을 빌어 인간이 지닌 지식의 한계와 그로인한 무지를 이야기하는 내용을 읽으며
철학은 인간의 무지에 대하여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는 학문이라는 저자의 정의가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삶은 주어진 것이지만 끝없이 새로워지는 것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삶이 다시 주어진다면 두번, 세번도 기꺼이 선택하겠노라 밝히고 있다.
결코 같은 삶을 다시 시작하지 않겠다는 나의 선택에 대해
어쩌면 가장 이기적인 결정일 수 있음을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할 수 있었다.
이처럼 '죽음'이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깊이 들여다보고
내가 그동안 죽음에 대해 주관적으로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 볼 기회를 가져보게 될 수 있었다.
저자가 던진 수많은 질문에 그 답을 찾아내는것도 ,
내면에 감춰진 또 다른 질문들을 떠올리는 것도 온전히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몫이다.
죽음이라는 단어는 자주 언급하지만 내게 닥친 죽음을 어떻게 대할지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많은 사람이 이런 책을 통해 (저자의 말처럼) 생각의 유희를 즐겨봐야하는게 아닐까.
죽음을 통해 나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에대해서 무엇을 채워나가야할지를 고민하게만드는,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해야하는 12월에 너무도 어울리는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