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 김화영,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 책세상

알베르 카뮈는 이른바 전후 세대를 대표하는 인류의 양심이었다. 페스트로 인하여 봉쇄된 극한 상황에서, 이유 없이 던져진 비참한 현실에 저항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실존이 존재에 선행한다"는 실존주의 철학을 바탕에 깔고 긴박하게 그려진다. "나는 저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말한 까뮈는 자기 말대로 살고 쓰다가 죽었다. 집단의 횡포가 개인을 억압하는 현실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으면서 과연 사람으로 산다고 할 수 있을까?

참회록 (양장) | 이영범,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Lev Nikolaevich Tolstoi) | 지식을만드는지식(지만지)

톨스토이가 말년에 민담으로 눈길을 돌린 것은 대문호라는 이름에 걸맞은 결과였다. 모든 예술의 극치가 티 없는 동심으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저밖에 모르는 유치한 아이가 아니라 더없이 성숙한 어린이로 돌아감, 여기에 인류의 구원이 있다고 본다. 그의 <참회록>은 어떻게 앞의 아이가 뒤의 아이로 돌아갈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진솔한 고백이다. 교리와 강제로 사람 위에 군림하는 제도권 종교가 그를 핍박한 것은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천국의 열쇠 | A.J. 크로닌(Archibald Joseph Cronin), 김성운 | 홍신문화사

개인적으로, 사경을 헤매는 아내 곁에서 눈물을 흘리며 다시 읽은 소설이다. 사람이 종교를 가진다는 게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일까? 치셤 신부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닥치는 대로 자기 앞에 있는 누군가를 사랑한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묻지 않는다. 출세를 잘하는 친구 신부도 있지만 그를 시샘하지도 않는다. 흐뭇하면서 감동적이다. 천국의 열쇠는 성 베드로한테 있는 것이 아니다. 저마다 제 가슴에 품고 있다. 다만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바가바드 기타 | 마하트마 간디 , 이현주 | 당대

간디가 보통 사람을 위하여 해설한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기타>는 그의 비폭력 저항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자기 아쉬람에서 새벽마다 젊은이들과 함께 경전을 읽는 성인의 모습이 경건하게 느껴진다. 아인슈타인의 말대로 우리가 간디와 한 시공간을 살았다는 사실이 참으로 고맙다. 인도뿐 아니라 인류의 고전인 <바가바드기타>의 가랑비에 한 번쯤 젖어보는 것도 사람으로 태어난 특권들 가운데 하나리라.

어린왕자 | 전성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Marie Roger De Saint Exupery) | 문예출판사

어린 왕자는 충분히 늙었고 그만큼 어리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에 매이지 않는 진실을 보고 그것을 말해줄 수 있다. 모든 연령대의 독자들이 읽으면서 그때그때 자기한테 맞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는 진짜 동화다. 어차피 태어난 인생. 죽음의 순간까지는 살지 않을 수 없게 된 인생이다. 나머지 문제는 하나다. 어떻게 살 것인가? 생텍쥐페리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다가 실종되어 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은 그냥 우연이 아니지 싶다. 이런 게 동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