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는 없었다-황우석교수 사태 일지> 서울신문 IT/과학 2006.01.11

<황우석, 유럽 줄기세포 특허신청 자진삭제> 한국일보 2009.09.05

2005년 가을 PD수첩과 황 박사의 진땀나는 진실 공방들을 기억하는가. 한때 영웅시 되었고 세계 의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그 사건이 진실 뻥튀기를 넘어 사기극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줄기세포 연구 박차에 찬 물을 끼얹어 타국에 비해 그 발전이 역행되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난 그 뒤로 줄기세포에 관해 어떠한 빅뉴스도 접하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이번 책은 4년 동안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 줄기세포 연구가 얼마나 진척이 되었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저자는 수의학 박사이자 미국 성체줄기세포 연구기관 보드멤버로 활동 중이다. 그리고 이번엔 알앤엘바이오를 설립해 줄기세포라는 의학 세계에 일보 앞장서는 이정표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 질병, 노화 그리고 줄기세포

*2부: 줄기세포 능력과 질병 예방, 치료의 적용

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엇보다 중심 키워드는 단연코 ‘줄기세포’다. 참고로,

줄기세포란 여러 종류의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 즉 '미분화'세포 이다. 이러한 미분화 상태에서 적절한 조건을 맞춰주면 다양한 조직 세포로 분화할 수 있으므로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는 등의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 참고)

 출처) 네이버 이미지 / 줄기세포는 세포 속 소량으로 존재한다. 

‘인간은 왜 노화를 피할 수 없는가?’ 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그것은 세포 속에 미량으로 존재하는 줄기세포가 계속 줄어들어 우리가 상처나 출혈, 때 밀기 등으로 없어진 세포의 재생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미분화된 세포가 줄기세포이므로 혈관을 통해 어디든 메꿀 곳에 앰뷸런스처럼 달려간다. 하지만 그 또한 기계처럼 감가상각의 손실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발생하므로 줄기세포가 점점 없어질수록 우린 재생능력이 떨어져 늙고 병들게 되어 세상을 하직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특히 성체줄기세포의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특히나 자가면역질환에 효과적인 자가중간엽줄기세포와 지방유래중간엽줄기세포의 쓰임새에 초점을 맞춘다. 이 책은 (보기엔) 참 쉬워 보였고 컬러판 그림으로 상세히 설명을 곁들여 읽기 편하게 뵈지만 막상 읽으니 의학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무슨 말인지 참 어려웠다. 하지만 세세한 개념 설명과 개념 간 차이, 활용도의 비교를 설명해주는 표와 사진들이 많아서 그나마 무엇을 뜻하고 싶은지 짐작은 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무엇보다 이 책을 ‘교과서’라고 부르고 싶다.

환자들의 실제 체험담을 실은 대목이 눈길을 끌었는데 놀라웠던 것은 가수 오기택 씨의 사례였다. 그는 뇌출혈로 두 번이나 쓰러졌지만 바이오 은행에 저장해둔 줄기세포 덕분에 자가치료가 가능했다.

  출처)네이버 이미지

그러한 각각의 사례를 살펴보면 배아 발생 과정에서 추출한 세포인 배아줄기세포보다 오히려 성체줄기세포의 쓰임이 더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특히 태아의 생명권과 관련한 윤리적인 문제와 암세포화 가능성도 있어 현재 임상엔 사용하지 않는단다. (참고로 황우석 박사의 난자에서 체취한 줄기세포도 윤리적 문제를 포함하고 있었다.) 성체줄기세포는 분화능력은 떨어지지만 제대혈, 각종 장기 등에서 추출할 수 있어 윤리적 문제도 생기지 않고 환자로부터 직접 채취가 가능하므로 면역거부반응이 없어 널리 쓰이고 있다. 자랑스러운 점은 현재 한국의 기술이 이 분야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 이는 황 박사 사태 이후 소강기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한 내 관념을 뒤집어 놓았다.

또한 지방줄기세포는 신경계질환, 골 및 관절, 내분비 질환, 암 등 다방면에 걸친 임상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무궁무진한 시술 발전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인의 상위 랭크된 질병 중엔 심근경색이 있다. 심근경색은 수술하기 위해 가슴을 여는 행위를 동반하는데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물론 줄기세포를 투여하기 위해 가슴을 열기도 하지만 정맥에 투여하여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단다. 정말 의학의 세계의 발전상에 혀를 내두른다.

어렸을 적 우리는 <젊어지는 샘물>이라는 동화책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욕심많은 할아버지가 젊어진 이웃 할아버지를 보곤 욕심껏 마셔 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 우린 그렇게까지 젊어지진 못하겠지만, 그와 반대로 ‘줄기세포’라는 존재는 인간을 100세의 마지노선을 넘을 수 있다는 기대로 이끌고 있다. 현재도 줄기세포 연구는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맞춤 의학 시대로 접어드는 미래의 시계에 ‘줄기세포’의 역할은 어디든 열 수 있는 만능 열쇠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언제 어디서든 의학 발전에 급급해 윤리적 문제를 도외시해선 안된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줄기세포 치료는 난치병과 마찬가지로 거액이 드는 만큼 대중화를 위한 줄기세포 이용 방안에 박차를 가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책을 통해 예전 황박사의 줄기세포 사건으로 시들해진 연구 의욕에 불을 붙인 도화선이 되길 기대해본다. 아울러 줄기세포의 또다른 파란을 불러 일으킬 그의 두 번째 책이 궁금해지는 바다. 줄기세포의 현주소를 알고 싶다면 일독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