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위안화 돌풍 : ‘낙관’하거나 ‘비관’하거나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비록 화약 연기를 볼 수는 없지만!"

쑹훙빙의 <화폐전쟁 1>의 서문이다. 2008년에 터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기축통화로써 무한한 신뢰를 안겨주었던 달러의 위상은 점점 흔들리고 있다. 그에 기인해 촉발되는 연발탄같은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고, 너나 할 것 없이 경기 침체와 더불어 보이지 않는 비관적 전망이 현재까지 일어나고 있다. 그 와중에 무기로 시작된 현대 문명의 물질적 전쟁은 어느새 비물질 전쟁인 화폐 금융으로 옮아가고 있다.

이번 금융 위기는 미국에겐 너무나 확실한 악재였지만 중국의 입장에선 오히려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되었다. 미국이 커다란 부채를 껴안고 낑낑대고 있을 동안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신(新)주권 화폐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조류를 틈타 위안화의 장밋빛처럼 펼쳐질 미래를 낙관하는 수많은 예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책도 예외가 아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너무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십 년간 잠자고 있는 일본의 둔화된 성장으로 인한 엔화 가치 하락 또한 상대적 위안화 가치 상승에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8년부터 2009년 사이 한국, 홍콩을 비롯한 6개국과 중국 인민은행과의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은 위안화의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무역 시스템에서 위안화의 실질적 결제가 이루어짐에 따라 중국의 거대한 야망은 표면 위로 부상할 것이다.

“위안화는 최종적으로 국제화할 것이다. 위안화 국제화는 앞으로 10년 안에 이루어질 것이다. 빠르면 5년 안에 될 수도 있다.”

    -짐 오닐(골드만삭스 글로벌 경제학자)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선 세 단계가 존재한다. 처음에는 위안화 현금이 국외에서 일정량 유통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위안화로 가격을 계산하는 금융상품이 주요 국제 금융기관의 투자수단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국제무역에서 위안화로 결제하는 교역이 일정 비중에 도달한다. (p213)

그리고 현재, 그 초석을 위하여 2010년 한국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선 위안화 절상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그러한 움직임은 이미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진행이 되었다. 이제 중국은 위안화를 쥔 용처럼 날아오를 일만 남았단 말인가.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책이 중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보았다는 것이다. 어떤 의견이든 양쪽 주장을 다 들어보면 중용적 해석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2020 부의 전쟁 in Asia>의 비관적 견해에 주목했다.

시대적으로 단 한 나라에게만 부여되는 절대적 지위는 돈만 많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경제, 문화, 교육, 신뢰성, 창의적 발상, 권위 등의 요소를 모두 갖추어야 얻을 수 있는 자리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경제규모는 커지지만 비즈니스, 투명성, 인권, 민주화, 국제적 신뢰, 교육, 공무원의 부패해소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너무 많다. (p176)

한 나라의 화폐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선 그 화폐가 통용될 세계 각국의 신뢰를 필수 조건으로 한다. 그러나 그러한 파워를 갖추기 위해 중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정치적 문제 외에도 국민적 윤리 의식의 개선을 비롯한 많은 부분들을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위안화 파워>저자인 쑨자오둥은 위안화가 더 이상 아장아장 걷는 아기가 아니라 청년이 되어 활보한다고 했다. 그러나 <2020 부의 전쟁>에서 본 견해는 그렇지 않았다. 위안화는 언젠가는 절상될지도 모르나 세계의 패권을 쥐고 흔들 강자로 나서기엔 아직 중국 자체가 부족한 점이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

또한 중국이 부족한 점은 미래에 벌어질 시나리오에서도 나타난다. 그것은 중국 성장 시스템의 한계다. 즉, 급격한 노령화의 전개, 제조업에 과잉투자와 자산버블의 고도성장정책의 한계(<2020 부의 전쟁> p203~p210)를 말한다.

얼마 전 중국와 일본의 영토 분쟁에서 중국은 미래 자원인 ‘희토류’를 무기화하여 일본과의 1라운드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는 탄소 본위제 시대로 들어가는 미래의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래는 자원 경쟁 시대다. 희토류, 탄소 뿐만 아니라 창의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자원이 된다.

대국(大國)인 미국이 자원을 앞세워 점점 커지는 중국의 파워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슬슬 엿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너무 어려웠다. 나름 ‘경제’라는 것을 공부하고 있으면서도 이 개념은 언제나 나에겐 힘들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래도 좋았던 것은 필요한 통화 개념들은 따로 주석을 두어 설명을 했던 것이다. 또한 오래된 화폐 역사를 되짚는 부분은 세계 통화 변화를 짚는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아쉬웠던 점은 위안화의 미래에 대해 너무도 낙관적이었다는 것과 달러를 비롯한 유로, 엔화에 대해 과소평가(?)를 가했다는 점이었다. 나는 현재 달러가 위기에 봉착했을지언정 쉽게 무너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의 경제 전망을 보고 있자니 세계 속에 또다시 묻혀갈 것만 같은 한국의 사정이 한편으로는 걱정되었다. 그러나 이미 화폐 주권을 둘러싼 전쟁은 물밑에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비관적이든 낙관적이든 거세지는 위안화의 돌풍 속에서도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읽을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할 수 있길 바래본다.

만화로 친숙해지는 경제 이야기: 만화로 읽는 알콩달콩 경제학

세상이 좁아지고 사람들의 시야가 넓어지면서 어느덧 경제 개념은 생활의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터진 데 이어 글로벌 경제도 얕은 더블딥에 대한 전망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실정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올해의 G20 의장국이자 OECD의 명실상부한 회원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경제 용어들은 무심코 넘기기에는 불안하고, 뛰어들기에는 아직 어색한 그대가 되어버리기 일쑤인 사람들(특히 청소년들)이 많을 것 같다.

이런 가운데 이번 책은 그러한 필수적이고도 기본적인 경제 상식을 만화 속 아이들의 시각에서 잘 풀어놓고 있다. 일단, 국가를 움직이는 4대 주체를 바탕으로 경제가 때론 잔잔하게 때론 거칠게 요동치기도 한다. 4대 주체란 다음과 같다.

가계: 경제활동의 바탕인 소비의 주체
기업: 생산을 담당하는 주체
정부: 생산과 소비, 분배의 주체
해외: 글로벌 시대 또 하나의 경제주체 (책 뒤 커버 中)

위에서 나열한 가계-기업-정부-해외 순서로 짜여진 이 책은 위기를 기회로 잡는 금융에 관한 상식과 소비와 저축의 매커니즘, 가격 결정 과정과 국채 상식, 기축통화로 대표되었던 달러의 위기와 그 위기에 대비하는 방식에 관한 설명이 나와 있다.

<알콩달콩 경제학 1>은 2편 보다 쉬울 것으로 예상한다. 왜냐하면 초기 시작을 어린이에 눈높이를 두고 연재하기 시작했다고 한 것을 어디선가 읽었기 때문인데, 저학년이나 경제 개념이 완전히 서지 못한 어린이들에겐 조금 버겁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책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올바른 경제 상식을 위해선 적절한 눈높이가 아닌 가 싶다.

난 무엇보다도 ‘키워드로 읽는 경제 상식’ 편이 참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조금 아쉬운 것은 만화 부분의 활자가 조금 작아서 읽기 불편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지만 내용을 따라가기엔 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만화는 올 컬러 판이기 때문에 단순한 흑백배치로 인한 만화의 단조로움을 탈피해 재미를 선사해줄 거라 생각한다.

경제엔 도통 진척을 보이지 않아서 오히려 알콩이와 비교가 되는 알콩이네 삼촌을 보며 웃다보면 어느새 경제 관념에 익숙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십 년 뒤 미래엔 일반적인 경제 개념을 두루 알고 있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이 세상을 알콩달콩 주무를 그 날을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