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시대가 도래 하면서 좁아졌다는 지구촌, 하지만 정보의 양이 범람하면서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고 싶은 것들은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그와 동시에 지구촌 속속들이 알아야 할 것이 많아진 건 사실이므로, 오히려 세상은 넓어져가고 있는 것일까.

 

이번 책은 수많은 사람들의 여행 욕구를 자극하고 충족해주는 듯하다. 세계적으로 한 권위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수년동안 쌓아온 취재기록과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지구 상에서 가장 멋진 여행지 500곳을 선정했다. 차례는 다음과 같다. 

 

서문 _ 세상으로 나가 탐험하고 보라

1 _ 강, 바다, 호수를 따라가는 물길 여행 Across Water

2 _ 끝없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자동차 여행 By Road

3 _ 꿈의 세계로 달리는 기차 여행 By Rail

4 _ 순수하고 소박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걷기 여행 On Foot

5 _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을 느끼는 문화 탐험 여행 In Search of Culture

6 _ 이국적인 맛과 향을 즐기는 음식 여행 In Gourmet Heaven

7 _ 열정과 모험으로 가득 찬 레저, 스포츠 여행 Into the Action

8 _ 새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비행기 여행 Up And Away

9 _ 위대한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인물 여행 In Their Footsteps

인덱스 _ 찾아보기

 

개별 페이지마다 수록된 500곳의 여행지 소개는 일단 그 지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전경 사진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은 그 지역의 특이점, 역사, 각종 문화 소개로 이어진다. 특히나 한쪽 귀퉁이(?)엔 지도를 따라 가면 볼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 만족스럽다. 더욱 좋았던 것은 When to go, How long, Planning, Inside Information, Websites 들이었는데, 그곳을 여행하기 전 준비해야 할 것들을 체크하는데 유용하다.

 

맨 앞쪽에는 세계지도가 인쇄되어 있다. 그 지역의 위치를 모를 땐 함께 살펴보면서 루트를 짜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그러면 지금부터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추천한 수많은 여행지들 중 일부를 택해 K씨(=me)와 가상 여행을 떠나볼까 한다.

선택 기준은? K씨의 주관대로다.

 

 

드디어 자유의 시간을 얻은 K씨. 방구석에 앉아 뭘하는가 했더니? 여행 루트를 짜고 있다. K씨, 무작정 지금 있는 아시아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뭔가?!! 이 책엔‘한국’이 없다! K씨, 이럴 순 없다며 슬퍼하다가 이웃나라 JAPAN으로 떠나본다. 좀 비싸긴 하지만 신칸센 노조미호(p192)를 타고 도쿄 데파치카 쇼핑(p418)을 간다. 역시 일본은 장식이 이쁘다며 감탄하던 K씨. 요쿠모쿠 사의 버터 듬뿍든 시가루를 먹어본다. 혼자 먹긴 아까우므로 선물 포장을 외친다.

 <-데파치카 쇼핑

 

어느새 오세아니아의 오스트레일리아로 넘어온 K씨. 언제 물길 여행 한번 해보겠냐며 망설임없이 ‘그레이트 머레이 리버 런 크루즈’(p60)에 승선한다. 4박 5일은 배 안에서 실컷 쉰다고 좋아한다. 책의 조언대로 갑판에서 은빛 유칼리나무들이 노을을 받아 황금빛으로 물드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서 있다. 잠깐씩 배에서 내려 야생동물들도 관찰했다. ‘야생’에 흠뻑 빠진 K씨. 즉흥적으로 ‘블루마운틴스 국립공원’(p140)까지 찾아간다. 그곳의 물은 끓여도 안전하지 하지 않다는 말에 미리 물을 준비하고, 아침 일찍 가서 세 자매 전설이 전해지는 벼랑 위에서 일출 구경을 했다. 희귀한 식물들과 이국적인 야생동물이 뛰어노는 광란의 공원이 따로 없다.

 

 

가다보니 어느새 유럽에 도착했다. 프랑스에 관심많던 K씨. 바로 ‘알프스에서 헬리스키 타기’(p596)에 도전한다. 아침은 크루아상으로 떼우고 프로펠러 날개짓 소리를 들으며 활강준비를 한다. 자연이 이루어낸 광경과 눈부신 눈보라 속에서 씽씽 달린다. 옮겨가며 탈 수 있다기에 이탈리아에서 파스타와 와인을 즐기며 열심히 탔다. 이탈리아! 여긴 괴테가 있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p652)를 펼치니 고풍스러운 판테온을 비롯해 호숫가 마을 토르볼레도 구경했다. ‘자연의 영광스러운 작품’을 구경하니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뭉클해진다.

 

 

한숨 돌려 마지막 여행지인 아메리카로 향했다. 문득 K씨, 자동차의 바퀴가 그리워진다. 푸른물이 넘실거리는 미시간호의 시계방향으로 돌면 최상의 풍광을 볼 수 있다는 책의 설명을 따라 ‘미시간호 호반 드라이브’(p104)를 떠난다. 포세이돈의 하얀 포말이 일렁이는 듯한 시원한 호수바람을 맞으며 잠시 나머지 일은 잊어본다. 하지만 곧이어 들이닥치는 사람들 때문에 얼른 그 다음 여정으로 나아간다.

 

여행 중에 알코올 고갈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K씨! 이번엔 칠레에서 ‘칠레 센트럴 밸리 와인’(p414)을 음용하러 달려간다. 4-5월이나 9-10월에 방문하기 좋다기에 때를 기다렸던 것이다. 끝도 없이 펼쳐진 와이너리에 넋놓고 보던 K씨! 드디어 기다리던 시음시간에 냉큼 잔을 든다. 시큼하면서도 알싸한 향내! K씨는 와인에 빠져 하루 여행 코스는 그대로 마무리했다. 물론 한국으로 돌아올 땐 와인을 포장한 건 기본이다. K씨, 만족감과 행복감에 둘러싸여 여행을 마무리한다.

 

<-칠레 센트럴 밸리

 

 

 

K씨가 소개한 여행지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책의 여행지 선정은 전문가들이 했으므로 사실 진위여부는 따져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개된 500곳을 따라 반드시 여행가야한다는 건 아니다. 여행이란 자신만의 맛깔 나는 추억을 만들어가는 것이 최고의 여행이 아닐까. 특히 아무도 걷지 않은 길에 발자국 새기는 무전여행은 고생만큼 성취감도 짜릿하게 다가온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현대인의 일상의 매혹적인 탈출구는 바로 휴가! 그 중에 떠나는 여행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너무나 많은 준비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여버리면 여행으로서의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적당한 선의 준비와 간소한 옷차림으로 가볍게 떠나자.

 

500곳을 소개하려 하다보니 좀 더 세세한 설명(예를 들면, 할인 비율이라든지 문화를 감상하는 포인트)은 제외가 되었거나 홈페이지로 들어가라는 식으로 넘겨버린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일차적인 여행지 선정을 위해 본다면 후회없을 것이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알짜배기 정보를 잘 포착하여 각자가 꿈꾸어 왔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여행을 떠나보시기를 고대해본다.

 

세계여행사전, 내셔널지오그래픽, 터치아트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 1925년. 이완용과 그 주변엔 무슨 일이?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 이 말은 소설을 덮은 후 떠오르는 내 생각이었다. 근현대사는 항상 나를 우울하게 하는 역사다. 힘없는 조선이라 일컫는 역사이기도 하다.

 

소설은 ‘김달래’라는 여자 살수의 총성으로 시작한다.

‘단 한 발이면 돼.’

(“탕----”)

단발마의 외침소리와 같은 한 발은 조선의 어느 심장을 뚫고 지나갈까. 또 그 뻥뚫린 자리엔 어떤 역사로 채워질게 될까.

 

소설의 시기와 장소는 1925년 경성이다. 1919년 3.1운동의 여파로 일본은 통치 근간을 바꾸었다. 헌병 통치에서 보통 경찰 통치, 무단 통치에서 문화 통치. 하지만 이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면 '조삼모사'라고 했던가. 그들은 단지 원숭이와 같은 조선민들에게 하나를 더 푼 모양새에 지나지 않았다. 겉으로 풀린 언론 문화의 물밑으로 임시정부 단원들과 여러 애국단체들은 거사를 모의하고 있었다. 바로 '이완용 죽이기'!

 

여기 나오는 김달래, 이 여자는 강원도 시골처녀로 포수에 두각을 보였고, 그녀의 아버지 김근옥은 사회주의자로 부르주아 계급인 일본과 조선 유산계급을 증오한다. 그리고 그들과 손을 맞잡은 조수윤 외 여러 암살조직들은 애국주의자지만 김근옥과는 노선을 달리한다.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 이완용 타도에 목적을 같이 했는가. 이는 이유는 다르지만 현재와 다른 조선을 꿈꾸는 데 의견이 합치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이완용 죽이기에 목숨을 걸기 시작한다.

 

여기엔 순사인 '박을문'과 스즈키, 그들의 상사인 오태주 등이 등장한다. 그들은 이완용 지키기(?)에 앞장선다. 그들은 무엇보다 일본에 충성을 다바치는 신하역할이 일차적이었다. 비록 개인의 영달을 위한 이유는 각각 달랐지만 말이다.

 

여기 나오는 등장인물들 하나같이 시대적 상황에 얽매여 있다. 시대의 부름에 따라 달래는 신여성으로 변모해간다. 순사인 박을문은 명령에 죽고 사는 인물로 자신의 페이스를 지킨다. 무엇보다 특별 고등경찰이 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박을문은 권(拳)으로 암살자와 맞서고 달래는 총(銃)으로 일본 순사와 이완용에 맞선다. 그리고 이완용은 시대의 흐름을 잘타 중추원 일인자로 군림하고 있다.

 

여러 암살 미수와 도망, 붙잡힘, 다시 모의, 순사의 물밑 수사가 각각 진행되면서 이야기는 급박하게 흘러간다. 그와 비례하여 책장 넘기는 속도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마침내 달래와 박을문은 대치하게 되고, 서로의 적이 누군지 바라본다.

(“탕---”) 총성 소리.

그들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가게 될까... 그 날의 밤은 총구의 튀는 불똥처럼 휘영청 밝았다.

 

1926년 이완용은 죽었다. 공식적인 사인은 폐렴이었다. 장례식은 성대하게 치러지고 서열 1위자리는 박영효가 차지하게 된다. (p392)

달래는 시대가 바꿔놓은 제 운명에 순응한다. ‘이완용’ 이라는 한 인물이 기폭제일지도 모른다. ‘이완용’으로 인해 조선의 상황은 점점 일본에 예속되어 갔고 개개인의 조선민들은 황국신민으로서의 역할을 짊어져야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소박한 꿈들을 져버리고 목숨을 기꺼이 나라를 위해 내놓았으며 한 발의 총알을 심장에 박아넣은 채 땅 속으로 잠식해갔다.

 

이번 역사 소설 <이완용을 쏴라>는 한 줄의 기사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다.

 

京畿道 長湍 居住의 李榮九가 李完用을 암살하려다가 失敗하다.  

                        -1926년 12월 16일   일제가 <시대일보>의 차압한 기사 中 

 

한 줄에 비해서 소설은 숨가쁘게 진행되었다. 그냥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여운과 흥미를 안겨줘 만족스러웠다. 책장 중간중간 그려진 '총(gun)' 삽화는 사실적이어서 화약 냄새가 여기까지 날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하지만 한켠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달래와 을문의 뒷이야기가 그러했고, 이완용의 야멸친 결말의 비화가 그러했고, 조선의 암울한 전개가 그러했다. 무엇보다도 추리소설에 골몰해있던 나로서는 달래가 ‘살수’라는 정황근거를 찾는 과정이 약간 정밀하지 못한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우린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현 시대는 우리에게 과연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시대는 계속 변모해간다. 우리가 태어날 땐 한 사람의 개개인이었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기도 하고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기도 한다.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행동은 개인이 선택하지만 그 결과에 대한 평가는 지금의 우리들 혹은 미래의 세대들이 한다. 이미 지나가버린 역사에 대한 왈가왈부는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을 변하게 할 순 없지만 어느 시대나 존재했던 ‘변절자’의 존재(이완용 혹은 일제에 충성한 자)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으로 충분한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출처) 네이버 인물

이완용을쏴라, 우원북스, 김상현

메이지일본의알몸을훔쳐보다, 시미즈이사오, 어문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