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아름다움을 사랑한 한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는 생명의 소중함이 있어, 그를 죽음에로 몰고간 루게릭병에도 불구하고 절망의 나락에 자신을 버려두지 않았다. 자연이 그를 저 어둠너머로 이끌때까지 그는 삶에 충실하였다. '신께서는 너무도 일찍 그를 데려가셨다!' 라고 한다면 억지일까....
'어둠이 오기 전에'는 아일랜드의 젊은 영화 제작자였던 저자 사이먼 피츠모리스의 유작이라고 할 수 있는 같은 이름의 책중의 말미에 자리한 한 편의 글 제목이다. 그런데 평론가들의 많은 찬사를 받은 이 글속에서 영화제작자였던 저자의 또 한 편의 영화처럼, 그의 삶을 보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가 참으로 어둠의 세계, 미지의 세계 우리가 '죽음'이라고 부르는 그 세계에로 향하는 여정을 따라가게 되니 말이다.
1, 2부로 나뉘어진 글들은 그의'오늘'이라고 할 수 있는 병상에서의 시선으로 시작
된다.
"나는 이방인이다" 15쪽 ... "당신에게 나는 이방인이다" 섞여 있지만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저자, 그럼에도 "당신처럼 살아 있다"라고~
생을 회고하는 그의 마음에 담긴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유년기에 스며드는 어둠과 힘의 세계들에 대하여, 가족과 가정이 주는 다양한 선물들을, 홀로 서기에 져야 할 과제들에 대하여
이제 시작하는 사랑과 열정들의 감정들을 바라보게 된다. 마치 영화와 같다.
그리고 그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여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는 이야기까지. 진솔하면서도 긍정의 시각을 지닌 한 사람,
'죽음'이 주는 문제를 숙고하는데서마저 그는 담담하다. "죽음. 전에는 먼 수평선쯤에 머물던 죽음이 이제는 우리 집 거실에 들어와 머물고 있다" 69쪽 '나'라면 어떤 자세로 죽음을 대할까
많은 이들 특히 의식을 맑은데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이에게 있어 '죽음'이란 어떤 감정을 불러 일으킬까 ? 그가 "밤이 되면, 루스와 나는 침대에 누워 운다. 펑펑" 이라고 고백할 때 독자인 나 자신마저도 눈시울이 뜨겁게 젖어들었다. -69쪽 -
그가 세 아이와 쌍둥이인 두 아이까지 다섯 아이를 보면서 그 모든 순간을 뇌리에 기록하는 자세는 참으로 긍정 그 자체이다. 삶의 중심이 되는 무언가를 잃는다면,
그것에 대한 추억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71쪽-
그가 지녔던 꿈과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 열망 그 모든 것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우리는 이제 그가 무대를 지나 건너가려 하는 어둠의 장막앞에 까지 와 있다. 그 비밀스런 장을 열어보는 것은 독자의 몫이요 또한 신비의 영역일 것이다. 인간을 무력하게 만드는 질병 앞에서 이렇게까지 비장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이 글들을 다 읽고 나서도 쉽게 책을 덮을 수 없었다. 되짚어 읽게 만드는 어떤 사람의 고백, 아마 그것은 당신과 나의 것일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 우리들은 모두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미래의 어느 시점에 죽는다고 해서, 지금 스스로 생을 마감해야 한다는 건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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