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의 역작으로 알려진 로마인 이야기 1

저자는 서문에서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1권에서는 로마 건국부터 제1차 포에니 전쟁 직전까지의 500년을 다룰 작정이라고

밝혔다.

 

역사가인 폴리비오스는 40장으로 이루어진 '역사'를 저술했는데 "불과 53년 만에

로마인이 이룩한 이 위업이 어떻게 가능했으며..." 21쪽 참조   라는 말을 통해서 로마가

왜 융성하고 있는가 라는 물음을 제기하고 있는 반면 니오노 나나미는 50년이 아니라

500년 이라고 흥미있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로마인이 후세에 남긴 진정한 유산은 광대한 제국도 아니고 2천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서 있는 유적도 아니며, 민족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인종이 다르고 피부색이

다른 상대를 포용하여 자신에게 동화시켜버린 개방이 아닐까 하는 맺음말을 읽으면서

로마인의 이야기를 읽을 때 가질 초점을 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비평과 해설을 동시에 진행한 '로마서'라고 할 수 있다. 로마가 그 땅에

 세워진 것은 기원전 753년으로 고대 로마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특히 동양인은

신화나 전설을 대하는 듯한 기분을 떨쳐내기 어렵다"고 역자가 밝힌대로( 319쪽 참조)

이 모든 것을 인정하고라도 오늘의 독자가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이고, 놓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안다면 만족하겠다.

 

313쪽에 달하는 내용들은 독자들의 몫이다. 

저자는 우리가 이 책을 읽을 때 이런 물음을 가지기를 원한다.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지는 것이 로마인이라고

로마인들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들만이 그토록 번영할 수 있었을까요.   커다란 문명권을 형성하고 오랫동안

그것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라고 말입니다.   14-15쪽 참조

 

물론 로마역시 쇠망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럼에도 저자는 그 해답을 내놓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왜 로마인만이 그럴 수 있었는가'를 생각해 달라는 것이다.

 

 

제1장 로마의 탄생과 제 2장 로마의 공화정으로 대별되는 구조안에서

저자는 건국설화를 다루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마치 자연스럽게도 우리나라의 단군

신화를 떠올리게 했는데 로마의 경우 기원전 753년에 로마를 건국으로 이끈 로물루스의

존재를 이야기함에 있어 그 시조를 미와 사랑이 여신 아프로디테와 인간 남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네아스로 설정하고 있다.  

 

그 아이네아스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에 따르면 10년동안 지켜오던 도시 트로

이가 그리스군의 공격을 이겨내었다는 것, 그런데 퇴각한 그리스군이 남겨놓은 목마를

성안으로 끌어들인 탓에 바로 그 날 밤에 참극을 당하게 되었다는 것, 그 와중에 트로이

의 왕 프리아모스의 사위이던 아이네아스만이 일족을 이끌로 탈출에 성공했다는 인물이다.

 

아이네아스의 아들 아스카니오스는 부친 사후 30년간 나라를 다스린 뒤 그 땅을 떠나

알바롱가라는 도시를 건설하였고 이것이 뒷날 로마의 모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우역곡절 끝에 알바롱가의 왕이 죽자 동생은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조카인 왕녀를 신을

섬기는 무녀로 만들었고 바로 그녀는 군신 마르스에 의해 쌍둥이를 낳게 되는데

바로 그 쌍둥이 형제는 강가에 버려지게 되고 늑대의 젖을 먹고 자라게 되었다는 것이다.

 

형제의 권리다툼에서 침해가 행해졌다하여 동생이 살해 당하고 형인 로물루스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로마는 이렇게 탄생했다.   다소 장황하게 설명된 이야기는 뿌리의식을

중요시하는 인간의 회귀본능을 생각할 때 매우 중요하게 느껴진다.

 

우리 역시 한민족의 정체성을 논할 때 그 근본적인 얼을 바로 그 신화에서 추출하니

말이다.  이것은 동질성과 일치를 향한 강력한 논리적 구도일 테니까

 

이렇게 이어지는 역사는 연대기와 주변 국가의 관계를 다루면서

로마의 국가권력이 어떤 구도로 나가는 지를 보여준다

 

건국의 왕 로물루스에서 시작하여 왕정은 제7대 마지막 왕 '타르퀴니우스'로 막을

내린다.   이어서 공화국으로 이행한 로마는  평민의 힘이 점점 강해지면서 법률의

성문화가 요구되었다.    따라서 협상의 방법으로 당신 선진 민족이었던 그리스를

시찰하여 그 문명을 접하게 된다.

 

기원전 449년 '12표법'이 발표되었다.  새로 추가된 항목은 하나도 없었기에

성문법이 발전한 그리스를 시찰했던데 대하여 , 도대체 무엇을 위한 시찰이었는가하고

생각하였을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 의견이다.

그런데 로마인은 법률을 개정할 때 현행법을 고치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고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법조문을 새로 제정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보수성향을 지니고 있던 로마는 본능적으로 변혁을 싫어했다고 한다.  일단 개혁하면

함부로 바꾸지 않았던 성향도 있었는데다 귀족의 대결 태세가 강력했다.  때문에 공화정

로마는 100년이 넘도록 귀족과 평민의 대결이 이어졌다.  렇다고 아테네나 스파르타

를 모방해도 안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귀족과 평민의 투쟁에 시간을 소비하고 있었다.

 

당시 그리스 특유의 국가체제인 폴리스를 대표하는 것이 아테네와 스타르타였다.

아테네는 초기에 독재정치였으나 아테네 귀족들은 스파르타의 후원을 받아 독재정치를

타도했다. 

우리가 아는 대로 아테네는 민주적이라면 스타르타는 군무를 지상 목적으로 삼는 사회

였다. 

페르샤 전쟁으로 인하여 최후의 한 사람까지 사력을 다해 싸운 스파르타 전사들의

명성이 있었지만  '살라미스 해전'으로 인해 478년 페르시아는 패퇴하고 아테네는

패권국가가 되었다.

 

기원전 390년 7월 18일 로마군은 켈트족에게 패하게 된다.  로마가 다시 일어서기까지는

40여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로마인을 미몽에서 깨어나게 한 직접적인 요인은 켈트족이

준 물질적 피해와 불명예라는 정신적 피해였다고 한다.   이제 로마는 해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기원전 404년 햔편 도시국가인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스파르타를 이길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스파르타 역시 기원전 371년 테배에 패권을 잃게 되고  테배는

362년 마케도니아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다.

 

기원전 390년 이후 로마는

굴욕을 참으며 몸값을 내고 7개월 만에 겨우 켈트족을 청수시키고 시가지를 복구하는

일에 착수했다. 

그들이 켈트족 침략에서 배운점의 하나는 국론 분열의 어리석음이었다.  귀족파와

평민파로 양분된 분열은 367년 '리키니우스 법'으로 해소하는데 성공했다.

 

로마인의 정치개혁을 위해 기원전 367년 '리키니우스 법'이 성립되었다.   이 법은 두 명의

집정관 제도로 돌아갈 것을 규정했는데 곧 과두정치, 즉 소수 지도체제로 해나갈 것임을

밝힌 셈이다.

 

내정 이외에 외치 면에서의 개혁은 타국과의 관계를 재평가하는 것이었다.  왕정시대로

부터 이어온 동맹관계로서 총칭하여 라틴 민족이라 부르고 그 부족들 사이의 동맹도

'라틴동맹'이라고 불렀다. 

이 동맹의 결함은 로마에 등을 돌리고 이반하기 쉽다는 것이었기에 338년 대외 관계의

근본적인 개혁에 착수했다.   재평가된 동맹관계는 '로마 연합'이라고 부르는 편이 타당한

연합체로 로마와 가맹국 사이에만 협정이 맺어졌고 가맹국들 사이에 협정이 맺어지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가맹국들 사이에 문제가 생긴 경우에도 반드시 로마의 중재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결정된 것이었다.

 

기원전 4세기  즉 '아피아 가도'가 개통된 312년을 계기로 정략적인 필요에 따라 길이

만들어졌다.  도로망은 '로마 연합'이 유기적으로 기능을 발휘하는 데 지극히 중요한

동맥이 되었다. 

 

동맹관계에 있던 나라가 배반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카푸아가 바로 그 예였다.

삼니움족 쪽으로 돌아선 것이었다.   로마는 우선 삼니움족의 지원군을 격퇴하고 이어

카푸아족을 함락시켰다.   그리고 카푸아까지 아피아 가도를 건설한다. 종주국은 항상

자기가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함을 뜻하는 것이었다. 

 

기원전 3세기 전반의 시대에 있어서 본토인 그리스에서는 아테네와 스타르타 및 테베

같은 유력한  폴리스들이 사라지고 마케도니아 왕국의 지배에 복종했지만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요절하는 바람에 다시 이전의 혼란상태로 돌아가 있었다. 

 

로마가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며 서서히 성장고 있던 기원전 5,6세기에 이탈리아 반도를

사실상 지배한 것은 북쪽의 에트루리아인과 남쪽의 그리스인이었다.   로마는 그 민족을

하나씩 재패하여 동맹국으로 만들어 왔다.

 

그러던중 그리스계 도시들 중에서 가장 막강한 타렌툼과 전쟁을 벌이게 되었다. 

타렌툼은 자위 능력이 없었으므로 북부 그리스의 왕국 에페이로스의 왕 피로스를 용병

으로 선택하였다.   병법의 천재라고 일컬었던 인물 피로스는 우여곡절 끝에 패하게 되고

기원전 273년 타렌툼에 대한 공격이 개시되었으며 함락되었다.  함락된 타렌툼을 로마는

6동맹국으로 만들었고 자치권을 주지 않았다.  

 

기원전 267년 로마는 처음으로 독자적인 화폐를 만들기 시작하였고 기원전 270년 무렵

북쪽으로는 루비콘 강에서 남쪽으로는 메시나 해협에 이르는 이탈리아 반도의 통일을

완성했다.

기원전 753년에 건국된  뒤부터 보면 무려 500년에 이르는 긴 세월이 걸린 사업이었다.

 

1권의 내용은 여기서 끝맺게 된다.

 

안데르센 상에 빛나는 아르헨티나의 여류작가 안드루에토의 대표동화인

‘엄마가 그리운 티나’는

조금은 독특한 마을을 묘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길은 넓고 집들은 타일이 깔린 보도를 끼고 늘어서 있는데

마을에는 광장이 셋 있었다.

 

중심가를 벗어나 흙길을 따라 걸으면 끝도 없는 고요함에 쌓여 있는 지역 

바로 이런 고요함이 주는 잠들어 있는 듯 한 모습을 지닌 여인이 있다.

그리고 그 여인의 8살 난 아들 페드로와 다섯 살의 딸 티나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는 아빠와 에르네스티나(티나) 는

할머니 에르미니아 이렇게 셋이 따로 살고 있고

엄마와 오빠인 페드로는

따로 살면서 매주 일요일 만나고 작별을 해야 했으며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렸다.

 

꼬마 티나의 가장 큰 소망은 엄마와 함께 있고 싶은 것(40쪽)이다

지금 당장 말이다.

그러니 일요일 오후마다 티나는 왜 가야 하는지를 따져 묻곤 했다. (42쪽).

일요일이 오기를 너무나도 바라고 있는 티나는 때때로 토요일 밤이면 쉽게

잠들지 못했다. (65쪽)

 

티나에게 화두란 “왜 엄마와 함께 살지 못하는가” 였고

엄마와 아빠는 대신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래서 여러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비아’ 라는 이름을 가진 티나의 엄마는 어릴 때

자신의 어머니, 즉 티나와 이름이 같았던 어머니가 갓 태어난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서 엄마 없이 자랐다는 것을 (42쪽)

   

카를로타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이사 온 후 어린 티나는 카를로타의 엄마가

아무리 잘해 주어도 자기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즐겁게 노는 자리

에서도 슬픔이 밀려왔고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46쪽

 

이 책을 읽다보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가족이 함께 산다는 것이,

결코 당연함이 아니라 축복이요 감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류00 시인이 쓴 글에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라는 표현이

있다. 하물며 어린 티나에게 엄마는 전부일 수 도 있었으니 채워지지 않는 갈망

과 슬픔을 가지게 된 어린 티나가 몹시 가엽게 느껴졌다

 

다운증후군을 앓는 오빠 페드로는 판막을 바꾸어 주는 수술을 받게 되고 회복

되었다.(80쪽)

그리고 어느 날 아빠가 가야 할 시간이라고 말하자 티나는 오빠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한 뒤 두 아이가 합창을 하듯 소리쳤다. “좋은 수가 있어!” 라고

 

그런데 그 날 엄마와 아빠가 다운 받은 영화를 본 뒤, 아빠가 티나를 찾으러 엄마

방으로 갔을 때 두 아이가 뒤엉켜 잠든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냥 내버려 둬요. 오늘만은......”

그 때 처음으로 아빠 혼자 그 집에서 혼자 길을 나섰다.

그리고 이후

티나는 어떤 방법으로 엄마와 오빠와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어린이에게 읽어줄 동화이지만

어른들에게도 동심으로 회귀시켜주는 독특한 힘이 있다.     

어쩌면 그리움이 있었기에 가족이 함께 모여 산다는 것에 대한 갈망이

더 크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티나를 통해 자신과 가족을 돌아보면서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절실한 소망을, 마치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듯이

살아온 나날들에 슬그머니 반성하는 마음이 되었고

가족에 대한 감사와 그에서 비롯하는 행복을 간과했음을 반성하게 되었다.

 

다섯 살 티나가 성장하여 자신의 삶을 살게 될 때는

엄마처럼, 그렇게 티나와 떨어져 사는 그런 사람은 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티나의 마음이 놀랄 만큼 성숙하다.

 

서서히 다가서는 가족 간의 친밀감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개인주의가 해빙기를 맞이하기를 소망해 본다.

 

"본 리뷰는 별숲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2017년 설을 앞두고 좋은 책을 만났다.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은 두 소년의 우정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이다.

그러나 단순한 우정 이야기가 아니며 그릇된 정치적 신조에서 비롯된 이념이

사람과 사람사이, 민족간의 분열을 조장해내는 시대적 배경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를 지향하게 되는 조용한 외침을 느끼게 한다.

때문에 이야기의 전개는 이러한 메카니즘의 영향에 따라 변모된다.

 

수용소문학이라고 하는 글들의 내용과는 다르지만

시대사조의 희생양이 되는 면에서 긴장감을 가지게 하는 독특한 책이다.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라고 하는 지방의 아름다운 풍광의 묘사가 그림처럼

섬세하여 화가였던 저자의 필력이 놀라움을 알게 된다.

내용은 이제 16세의 생일을 지낸 한 소년이 속한 학급에 새로이 전학을 오게 된

백작가문의 소년, 호엔펠스를 만나면서 시작되는 우정의 이야기이다.

위대한 시인이 되리라는 소망을 품었던 소년은 우정을 얻기 위하여 여러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데  그 설레임의 시간들과 이어지는 날들의 친밀감이 1인칭 화자의

독백으로 이어진다.   

 

유대인에 대한 박해의 먹구름과 인종 혐오의 경향을 지닌 호엔펠스의 어머니

음악회에서 자신을 모른체 지나간 호엔펠스를 향하여 슈바르츠는  진실을 물으며

자긍심에 찬 말을 쏟아놓는다.  그의 변명이 갈라놓은 우정앞에서....

  "...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누구도 나를 모욕하게 놓아두지 않을 거야,

그 어떤 왕도, 왕자도, 백작도” 116쪽

 

학급내에서의 분위기 역시 별다르지 않았다. 

 ‘조그만 유대놈아- 우리는 네게 작별을 고한다..

네놈이 지옥에서 모세하고 이삭과 만나기를’

 

유대인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면서 주인공인  소년 슈바르츠는 부모의 원의에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30년을 살며 변호사가 되었고 결혼하여 아이를 두게

되었다.

 

객관적으로 그는 성공적인 위치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으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고향에서 온 한 남자를 통해 그 곳 소식을 묻게 된다.

그가 살던 슈투트가르트, 학교, 그리고 호엔펠스가 살던  성, 모두가 이제는

돌무더기가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어 학교로부터 인명부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산화한 동창들을

기리는 추모비 건립금에 기부해 달라는 호소문이 도착했다.

 

읽고 싶지 않아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던 호소문을 다시 꺼내어 든 그의 눈에

자신에게 돌을 던졌던 이들과 그렇지 않았던 이들의 이름이 떠올랐다.

 

의식적으로 H로 시작되는 이름을 애써 제외하고 마흔 여섯 명의 동급생중 스물

여섯 명이 죽었음을 알게 된다.

명단을 찢으려던 그가 30분을 기다렸다 굳게 마음을 먹고 H로 시작되는 페이지를

펼쳐 읽어갔다.

 

그곳에는 그의 마음을 뛰게 했던 어린 날의 벗, 소년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 결말을 읽었을 때 겪었을 그의 심정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독자로서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여겨지는 것은 순수한 우정에 대한

경의와 존경심을 간직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