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릭 배크만 중편 소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원제: And Every Morning the Way Home Gets Longer and Longer)
'치매' 라는 말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닌 일상의 일이 되었다.
그런데 치매는 그 앞에 '노인성'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노년기를 위협하는 손님이
되었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치매까지 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씁쓸한가.
그렇다고 모른 채 덮어둔다고 사라질 일도 아니고 어쩌면 더욱 어려워지는 결말을 맞을 수
도 있기에 적극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맞대면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
이 책은 기억과 놓음에 대한 이야기이며
저자는 이 책을 누군가에게 보일 목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또한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이것은 거의 항상 한 쌍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랑과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다. 7쪽
그래서 무거운 주제를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크게 다가왔다.
노인 즉 할아버지와 손자는 광장의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게임을 한다. 눈에 띄는
것들은 손자에게 있어 질문의 대상이고 이 질문을 받는 할아버지는 답변에 대하여
좌절감을 맛보게 되는 상황이 진행된다.
할아버지와 손자인 노아, 노아의 아버지인 테드가 아이였을 때 그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타임머신 안에서 열여섯살 소년과 소녀로 만나는 이야기가
물결처럼 밀려오고 밀려가면서 기억의 저 너머에서 현실로, 그리고 점점 멀어져 가는
가운데 기억이 사라져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노인의 마음이 안타까움과 연민을
가져다 준다.
노인인 할아버지는 손자인 노아를 몹시 사랑하여 두 번씩 이어 부르는데
'노아노아'라는 이름은 그의 마지막 영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젊었을 때라면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 상황에도 노인은 울음을 터뜨린다.
기억을 되살려야 하는 그런 내용일 경우에 특히 말이다.
여기서는 그런 것들이 있어봐야 아무 소용 없을 거다. 노아노아"
"여기가 어딘데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손자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소리 없이, 눈물 없이 울음을 터뜨린다.
"그건 설명하기가 어려운 문제구나, 노아노아.
설명하기가 정말, 정말 어려운 문제야." 라고 말이다. 23쪽
이제 노인에게 남은 가장 강렬한 감정은 두려움이다.
그런데 그토록 사랑하는 손자, 이제는 청년이 된 그가 옆을 지키며 속삭인다.
"무서워 마세요"
침낭 속에서 일어나 앉고 부들부들 떨리는 무릎을 감싸 안으며 흐느낄 때
청년은 다시 한 번 속삭이다.
"무서워 마세요"라고
"자네는 누군가?" 라고 묻는 노인에게
"저는 노아에요....." 라며 자신에게 할아버지가 어떤 존재이며
무엇을 해주셨는지 고백하듯 말하는 내용을 들으며 할아버지는 눈을 감는다
159-160쪽
할아버지, 아들 테드, 손자 노아, 그리고 그를 격정에 사로잡히게 했던 여인의
이야기들이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게 하였다
나라면 노아처럼 그렇게 존경심을 가지고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고
나약해진 할아버지에 대하여 따뜻한 가슴으로 지켜드릴 수 있을까
우리 모두가 소망하지만 말이다......
언젠가 자신과도 이별해야 할 날이 오더라도 오늘 기억의 한 조각을 소중히
여기고 애써 잡으려는 노력이 얼마나 소중한 아름다움인가를 알려준 이 책
많은 이들이 만나보기를 추천한다.
(본 리뷰는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