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기에 좋은 글귀를 넣어주세요 |
 |
|
지금 이 순간, 살아가는 일이 매서운 건,
내 안의 움트는 것들의 통증 때문이다' |
| 페이지 : 23 |
|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
2015년 4월 출간된 이 책은 라디오 작가 김재연의 얼굴을 내보인 첫 작품이다.
저자는 자신을 라디오 작가이며, 글 쓰기를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자신의 일에 대해서 ‘라디오 작가가 하는 일은 이런 것, 세상에 퍼져 있는 이야기에 관심 갖기 누군가와 함께 기억하고 싶은 좋은 이야기 골라내기, 그걸 다시 세상에 잘 퍼뜨리기’ 라고
이제까지 10여년 이상 DJ의 소리를 통해 세상에 좋은 이야기들을 가져왔던 이 작가는
이제 꼭 처음 인듯 설레이는 인사를 건넨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따뜻함을 간직한 에세일 수도
있고 詩일 수도 있는 이 책은 굳이 그 문학적 형식에 구애 받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책의 제목이 유난히도 마음에 젖어왔던 기억을 가지고, 네 파트로 나누어 편집된 이 글들을 읽으면서 독자는 제목으로 선정된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 이라는 제하의 글을 열심히 찾아보았다. 80여편의 글을 다 읽고 나서야 아, 저자의 타자인 ‘너’는 바로 이 글을 통해 만나고 있는 숱한 ‘나’임을 깨닫게 되었다. 마음의 밑바닥에 숨어있던 아픔을 건드리는가 하면 희망을 길어올려주고 사랑을 일깨워주었다. 사람뿐 아니라 도시속의 작은 새에게까지 눈길을 주는 그 마음을 통해 어느덧 내 마음이 편안해 졌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가 건네는 소리와 눈길을 따라 나름대로의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파트 1 당신은 슬픈가요? 총 17편
이 책의 시작이
꽃샘추위를 통해 인생의 고통을 반추해보는 것임에 상당히 놀랐다. 생에 있어서 계절마저도
그냥 얻어지는 법이 없다는 깨우침이나 언젠가 꽃필 그 희망을 내비치는 것
진정 고통을 통해 걸러낸 진주가 아닐까
살아가는 일이 매서운 건 ‘내 안에 움트는 것들의 통증’ 때문이라는 고백은 얼마나 진솔한가
남의 탓이나 나아가 조상 탓으로 치솟는 한풀이가 아닌
내 안을 들여다보는 이 깊은 통찰이 이렇게 젊은 작가에게서 흘러나오다니
인생의 유년기를 시작하면서 최초로 겪는 가장 깊은 감정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해주는
슬픔의 이야기는 17편을 통해 다가오며 물음을 던졌다. 당신은 무엇을 슬퍼하고 있는지를
그런데 그 슬픔이 흘러야 한단다. ‘너의 슬픔이 나에게로’ ‘나의 슬픔이 너에게로 강물
처람 흘러야 한다. 그리하여 함께하는 그 슬픔의 힘으로 우리 자신을 소생시키고 다시 희망 쪽으로 걸어가야 한다‘ 고 .....슬픔의 기저에 자리한 선함, 연민의 마음을 건드리는 이 소리
우리 삶이 ‘나’자신을 위한 금자탑을 쌓아가는 현실에서 이 조용한 소리는 너와 나의 벽을
허무는 함성이 되어 다가온다.
파트 2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총 18편
추억이라고 하는 세계는 우리의 오관을 통해서 자리 잡는다
아카시아 향기에서 작가는 유년의 동무들이었던 남자아이들을 그려내고
지금은 사라져간 ‘새 학기에만 맡을 수 있는 새 책, 새 실내화의 냄새,
청소 시간, 책상 밑 마루 닦을 때 쓰던 왁스 냄새‘를 ‘교문 앞에서 팔던 솜사탕 냄새’를
타임머신처럼 그려낸 이 세계를 가능하게 한 것은, 봄의 끝자락에서 만난
아카시아 향기였다고 고백한다.
우리 삶에서도 긍정은 긍정을 통해서 반응하고 고통이나 슬픔 역시
저 밑에 눌러놓았던 그 세계를 다시 건드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 그래서
나의 현실과 지금 여기를 무엇으로 가꾸어야 하는가를 일깨워준다. 행복이나 불행이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간다면 말이다.......
작가가 인용하는 서정주의 시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를 읊으며 참 마음이 편안해졌다.
파트 3 당신도 외로움을 품고 있을까 ? 총16편
‘나이가 들면 들수록 ……. 세상은 더 어려워만 진다’
‘때로 그것은, 나이든 나 자신 때문이기도 하다’
작가의 자기 성찰이 깃든 이 표현 안에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고독감, 외로움을
자인하게 된다.
그런데 ‘자, 이제 그럼 우린 어쩌면 좋을까?’ 라는 작가의 물음이 나의 것이 된다.
희망을 노래하는 그녀의 내미는 손을 보라,
‘당신이 사막 속에서 걸어 나오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라고’
‘힘들어도 힘들지만 꼭 이뤄내야 하는 꿈’이라고 말이다.
파트 4 또 다른 해피 엔딩 총16편
역설적이지만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때로 반대로 생각하는 방식에 있다.
부지런해야 한다지만……. 게으름뱅이가 어때서“
‘영국에 이런 제목의 잡지가 있다고 한다.
월간 ｟게으름뱅이｠
‘사람이 살면서 누리는 최고의 기쁨은 역시 몸을 쭉 뻗고 누워 있을 때죠!’
쉰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것
때로 누군가를 위해서 ‘맡겨두는 커피’의 매력을 생각해 본다면 참 마음이 따뜻해진다.
인생을 거꾸로 돌려보면 사고의 놀라운 반전이 가능하다는 것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영화 <조스>를 거꾸로 보면 상어가 사람들을 토해내서 해수욕장을 만든다.......
작가는 한편의 영화, 사랑하다 진짜 미쳐버린 남자가 구름 뒤 햇살을 찾아가는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인용하면서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해피엔딩은 영영오지 않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쓸쓸할 필요는 없다. 아니 기대해도 좋다. 이 구름 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또 다른 해피엔딩이 눈부시게 떠오르고 있다‘ 고 말이다.
그래서 이 작가는 인생이라는 소설을 잘 쓰는 법을 피력한다.
‘우리가 모두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았다는 증거는 결국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에 있다. 그러니
오늘을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오늘이 어제와는 어떻게 다른 하루였는지 먼지같이 작고 쓸데없는 일들까지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인생은 그런 것들로 형성되어 있다‘ 고
파트 5 사랑은 그런 것 총13편
이런 말이 있다. 사랑에 눈이 멀었다 라든가, 바보가 되었다든가,
작가는 ‘ 바보 같은 사랑이 좋다’고 고백한다. ‘그냥 두 눈 꾹 감고 사랑에 빠져버리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좋다’고 그리고 중국 황산에서 판다는 자물쇠 마음을 이어 닫아건다는 뜻의
‘연심쇄’를 소개한다. 그렇게 두 사람의 약속이 깨어지지 않도록 자물쇠의 열쇠를 저 계곡 밑 아득한 곳으로 던져버린다는 …….
‘그런 바보 같은 사랑이 좋다
바보 같이 사랑할 줄 아는 당신도 좋다‘고
그리고
‘언젠가는 이 곳에
당신의 이름과 당신을 사랑하는 누군가의 이름이
나란히 오랫동안 걸려 있기를 빈다.고
사랑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산재해 있다.
부다페스트 특유의 야경을 바라보며 <글루미 선데이>를 들을 때
작가는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혼자서만 바라봤으니 그런 노래가
저절로 지어질 수밖에‘ 라고 읊는다.
이 혼자만의 세계가 위협적일 수 있다는 작가의 감성이리라.
멀어져간 사랑도 있고
그를 후회하며 왜 일까를 되묻는 詩心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 사랑이 맞는 것일까를 고뇌하면서 아파하는 일
사랑과 이별에 답을 얻지 못할 때도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래도
작가에게 사랑은 희망이요 생의 추위를 막아줄 따뜻함으로 표상된다.
그래서
우리에게 다가와 넌지시 건네는 말을 건넬 수 있었으리라.
겨울 양식을 마련하듯
‘그렇게 우리 역시
부지런히 겨울 맞을 채비를 한다. ‘따뜻해질 준비를 한다’고
그러니 우리 마음이 먼저 사랑으로 채워지고 따뜻해져
내 삶의 겨울을 준비했을 때
누군가를 위해서 우리도 불을 지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때서야 나도 말할 수 있으리라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