碧眼의 아잔 브라흐마스님은 1954년 8월 7일 영국 런던출생으로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장학생으로 이론물리학을 전공하였으며 1960년대 말 일 년여 동안 고등학교에서 학생

들을 가르쳤다.

태국에서 수행승으로 입문하여 현재 호주 퍼스에 있는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의

불교사원인 보디니야나 수도원을 설립하였고 특히 암 환자들, 수감자들,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열정을 쏟았으며 명상하는 법을 전하고 있으며, 2004년

10월 커틴대학교로부터 존 커틴 상을 수상했다.

마음속 108마리 원숭이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라는

이 책은 명상으로 안내하는 은유와 재미가 가득한 안내서이다.

 

제목이 시사해주는 바와 같이 불가의 108번뇌를 떠올리게 하는 108마리 원숭이는

우리 평범한 모든 사람의 사는 모습이다. 그리고 수도승이 아니라도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등산을 하노라면 템플스테이 현수막이 걸린 사찰들이 그런 염원을 말없이 표현해준다.

 

우리는 왜 명상에 관련된 서적을 읽어야 하는가, 그리고 이 책이 소장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는데 바로 저자인 아잔 브라흐마스님의 시작 글이 명쾌

하게 그 답을 이야기해주었다.

.“우리는 제대로 바나나 껍질을 벗길 줄 모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바나나를 꼭지

에서부터 껍질을 벗깁니다. 그러나 바나나 전문가인 원숭이는 항상 꼭지를 움켜

쥐고 반대쪽 끝에서부터 껍질을 벗깁니다.

한번 원숭이처럼 바나나 껍질을 벗겨보세요.

그러면 원숭이의 방법이 훨씬 쉽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5쪽

원숭이가 그렇듯 명상을 하는 불교 승려들은 마음을 둘러싸고 있는 어려운 문제와

마음을 분명하게 구분할 줄 아는 전문가들입니다.

이제 여러분을 삶의 여러 문제를 다루는 수도승 명상법으로 초대합니다......“

우리 모두 삶에서 문제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없을 테니 말입니다.

 

아잔 브라흐마스님은 자신이 깨달았고 성취했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이 책은 일곱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하여 우리 인간 삶의 희. 노. 애. 락을 살펴보고

사물과 관계의 속 내용을 새겨서 느끼며, 느낀바 생각을 바르고 참되게 나아가는

 ‘정진’ 인간과 사물에 대한 ‘연민’ 사심이 사라지는 ‘무아’의 경지, 욕망을

 ‘내려놓음’으로서 고요해짐과 모든 과정을 거쳐 깨달음과 지혜를 얻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즉 희.노.애.락, 음미, 정진, 연민, 무아, 내려놓음, 지혜의 일곱 가지 과정을 통해서

우리 마음속 원숭이를 잠재울 수 있다는 내용인 것이다.

 

사실 우리 마음 안에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들어와 있는가. 그중에는 밝고 아름

다운 사랑, 기쁨, 겸손, 인내, 친절, 선행, 미소, 온정, 베풂 등의 이름을 가진

덕행들도 있고, 한편으로는 욕심, 이기심, 자만, 고집, 비방, 교만, 우월감, 열등

감, 시기, 질투 등의 시끄러움들이 끓어오르기도 한다. 우리가 이 과정을 거쳐

 ‘나’ 라는 자아에서 벗어야 할 것들을 내려 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평화로울 것인가!

“우리 사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종종 이곳이 정말 고요하고 아름답다고 내게

말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이 뭘 몰라도 한참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들 눈에는 우리 사원이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보이지 않는 것일까?

건물들과 정원은 늘 손을 봐줘야 하고 젊은 스님들은 교육해야 한다…….

내게 우리 사원은 아주 바쁜 일터다 무엇인가 잘못돼 있었다.

....그래서 내 자세를 바꿨다. 나는 주로 월요일 아침에 내가 삼십 년 동안 살았던

사원의 주인이 아닌 방문객으로 가장한다..... 그런 날 아침에는 방문객으로 방문객

들이 하는 그대로 우리 사원을 감상할 수 있다. 나는 방문객들이 옳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당신이 그것을 소유하지 않을 때 그것은 아름답고 고요한 사원이 된다....

방문객만이 내려놓을 수 있다. 때때로 주인에서 벗어나라.

주인은 관리를 해야만 한다. “ 220~221쪽

 

더구나 인생의 순례길에서 언젠가는 누구나 맞이하는 죽음의 문제에서까지

이 내려놓음이 가져오는 평화는 실로 놀랍다.

살아가면서 꼭 필요하지만 꺼내기 힘든 말……. 그런데 스님의 글이

너무도 편안함을 주며 다가왔다.

죽음이 임박한 사람들에게 “곧 하늘나라로 떠나실 텐데 마음은 평안하신가요?”

그러면 그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품위 있게 세상을 떠난다. 그런데 죽음에 임박한

사람들이 가장 괴로워하는 문제는 그들을 떠나지 못하게 하려는 가족들과 친구

들의  말이었다고 한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말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어머니, 어머니!, 죽지 마세요! 제발, 일어나세요. 제발!”

..............

‘운명할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허락하기’ 그 선물은 당신 원하는 순간에 당신만의

방식으로만 줄 수 있다. 그것은 당신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마지막으로 해방시켜

주는 고귀한 선물인 것이다. 223쪽

 

스님의 글들을 읽노라면 어느새 마음이 평온해진다. 따뜻하다는 느낌이 다가온다.

계율을 앞세우기보다 연민과 자비가 흘러넘치는 모습이어서일까

그리고 자신을 위한 명상의 시간을 내보겠다는 마음이 들게 된다.

흥미 있는 것은 명상을 하는 방법을 한 번 따라 해볼 수 있게 안내해주는 것이다.

……. 당신이 자신의 마음을 제일 친한 친구처럼 대하면서 명상하면,

“헤이 친구! 지금 명상하고 싶어? 무얼 지켜보고 싶어? 어떻게 앉고 싶어?

얼마나 오래할 건지 말해줘. “ 등등의 말이 나온다. 당신이 마음을 친절 챙기기로

대하면 마음은 어디에도 나돌아 다니려 하지 않는다. 당신과 함께 있는 걸 좋아한다.

둘은 느긋하게 당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 함께 지낼 수 있다. 194쪽

 

이렇게 보면 명상을 하는 것은 수행자의 몫만이 아니며 또 그렇게 어렵거나 부담스

럽지 않게 다가온다. 그래서 스님들이 하는 절 동작도 그저 종교적 의미만 내포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눈여겨보게 된다.

“우리가 불상에 절하는 것은

예를 들어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덕목들에게 절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불상에 하는 세 번의 절은 덕행, 평화, 연민에게 하는 것이다.

....더욱이 나는 내가 덕행에 절하고 그 중요성을 존중할 때 나 자신의 선량

함이 늘어가는 걸 깨닫는다. 당신이 무엇을 숭배하고 존중하건 간에 절할

때마다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258-259쪽) “

 

이 내용은 깊이 새길만한 느낌을 주었는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에 따라 그 반향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불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좋은 덕목이 되는 세계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고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을 주는지 우리 자신이 결정하게 되는 것임을 말이다.

 

마음속의 숱한 원숭이들이 잠잠해지려면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인간 삶의 희. 노. 애. 락을 살펴보고

사물과 관계의 속 내용을 새겨서 느끼며,

느낀바 생각을 바르고 참되게 나아가는 ‘정진’에 힘쓰고

인간과 사물에 대한 ‘연민’을 키우고 사심이 사라지는 ‘무아’의 경지,

욕망을 ‘내려놓음’으로서 평화와 깨달음을 얻게 되는 데 도움을 주는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위 글은 인터파크를 통한 나무옆의자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진 루이즈, 각자의 섬은 말이다, 각자의 파수꾼은 각자의 양심이야,
페이지 : 372쪽

 

 

‘파수꾼’의 저자인 하퍼 리는 1960년 그녀가 34세된 가을에 ‘앵무새 죽이기’라는

작품을 출간했는데 이 작품은 그녀를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하게 하였고, 성경 다음

으로 영향력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가하면 영국인들에게도 역사상 최고의 소설,

미국인들에게도 모두가 읽어야 하는 미국고전 25선에 들만큼 필독서로서의 위치

에 올라가 있게 되었다.

한 작가가 발표한 한 권의 문학작품에 대해서 이렇게 깊은 의미를 부여했던 경우를

만난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실제로는 먼저 집필되었다고 하는 ‘파수꾼’은 55년

이상 출간되지 않았으며 오늘에 이르러 그 빛을 보게 되었다.

 

역자가 저자의 변호사와 주고 받은 내용중에 두 작품을 별개의 것으로 볼 것을

권유받은 대로 선입관 없이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이 작품을 읽을 때  몇가지를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한데

'파수꾼'은 저자 하퍼 리가 30여세 무렵에, 1950년대 미국내에서 흑인 인권운동이

번지던 시기에 집필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흑인인 가정부가 주인공 진 루이즈를

대하는 어투에서 백인에 대한 경칭을 사용해야 했던 당시 사회상을 볼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흑인은 문명화되지 않은 어린아이로 간주되었다는 (403쪽) 충격

적인 사실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다.

 

주인공인 '진 루이즈'가 뉴욕으로부터 고향 앨리바마주 메이콤읍을 향하여 기차

여행을 하면서 시작된다.

두 살때 어머니를 잃은 진 루이즈는 네 살 위의 오빠와 흑인 가정부 캘퍼니아의

보살핌안에서 자랐고 남자아이에 못지 않은 주먹질 인생이라고 할 만한 어린시절

을 보냈다.

그녀에게 아버지는 친구였고 존경과 신뢰의 대상이었다.

그녀는 어느 날 아버지 거실에서 흑인을 비하하는 (식인 니그로그림 등) 책자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주민협의회 이사인 아버지와 남자친구 헨리는 철두철미 회원이라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예의를 아는 얼룩다람쥐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아버지가 법원에

앉아 더러운 마음을 가진 비열한 인간들의 운동을 부추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250쪽)

그녀가 아버지와 벌이는 격론에는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가 마치 살아있는 대상

들을 보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게 하며 진 루이즈의 말은 거침이 없다. 아버지에

대한 공격이 극에 달한 딸은 아버지를 포함한 부류들을 히틀러에 비교하니 말이다.

(333-358쪽 참조)

 

제목이 나타내는 파수꾼에 대한 시각 역시 두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그녀가 외부를 향한 시각이다. 255쪽 .......

"손을 잡아 이끌어 주고

매 정시마다 보이는 것을 공표해주는 파수꾼이 나는 필요하다.

이 사람이 이렇게 말하지만 실제로는 저것을 의미한다고,

가운데 줄을 긋고 한쪽에는 이런 정의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저런 정의가 있다고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해 줄 파수꾼이 나는 필요하다.

나가서 그들에게 그 모든 스물여섯해는 누가 장난을 치기에는 그게 얼마나 재미

있든 너무 긴 시간이라고 공표해 줄 파수꾼이 나는 필요하다."(255쪽)

20대의 진 루이즈가 원하는 파수꾼은 그 주인이 법이요, 질서요 때로는 기성세대

로서 자율적이기보다 타율적이라는데서 아직은 독립되지 못한 인격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 자신도 때로는 나의 잘못이 사회와 어른들 기성세대의 탓으로 돌리곤 하지

않았던가하는 반성을 하게 된 내용이다.

그에 비해서 삼촌 핀치 박사는 파수꾼은 각자의 양심, 바로 그 자신에 있음을 간파

하고 있다. "진 루이즈, 각자의 섬은 말이다, 각자의 파수꾼은 각자의 양심이야,

집단의 양심이란 것은 없다." 372쪽

그녀가 자신과 동일시했던 아버지를 분리시키면서 자신은 불의에 저항한다고 생각

했던 그 문제에서 대상을 객관적으로 보도록 도와주는 삼촌 핀치박사는 이렇게

알려준다.

.......이번에 집에 온 뒤로 줄곧 상당히 불쾌한 이야기를 들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너는 에의 군마에 올라 무조건 그들을 쳐서 쓰러뜨리기는 커녕

돌아서 달아났어. 너는 그럼으로써 사실상 이렇게 말한 셈이지

-나는 이 사람들이 행하는 방식이 싫어, 그리니까 나는 이들과 상대하지 않아-라고

 말이야, 이것아 그들과 상대하는 게 좋을 거야

그러지 않으면 너는 절대로 성장하지 못할 거야. 예순 살이 되어도 지금과 똑같을

거라고 그러면 너는 내 조카가 아닌 괴짜가 되는 거야

너는 마음속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이라도 숨을 쉴 수 있는 여지를 안 주는

편이야. 그들의 생각이 내 생각에 아무리 어리석어도 말이야 376쪽

 

‘파수꾼’의 내용 구성이 20대의 진 루이즈의 어린시절에의 회상이 교차되면서

진행되는 것을 보면 성장소설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 되었다.

특징적인것은 그를 표출해 내는 상징으로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에서 이를 볼 수

있다.

그녀는 학교에서 배운 그 내용을 기억해내면서 이를 자신의 현실속에서 맞닥뜨리

고 있는데 그 키 워드는 바로 ‘암흑의 탑’ 과‘차일드 롤런드’ 이다.

영국의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를 인용한 내용을 보면,

<차일드>는 수련중인 기사를 뜻하고 <암흑의 탑>은 무언가를 성취할 가치있는

 목표의 대명사이다.

기사는 온갖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암흑의 탑>을 찾아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바로 각 사람의 자아를 완성하는데 있어 가지는 이 <암흑의 탑>은 모두가 다른

의미를 가질 것이며 때로 그 자신의 진정한 자아와의 만남을 의미하기도 한다.

(408-413쪽 참조)

 

이 작품은 두가지 면에서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게 했는데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권위자인 기성세대앞에서 이렇게 살아있는 언어로,

가슴으로 자신이 가진 정의와 가치를 내비칠 수 있는가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지나치게 무례하다시피 도전하는 세대에 대하여 아버지 애티커스처럼 관용적인

태도로 성장의 아픔을 수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공격일변도의 태도에도 아버지는

“진 루이즈, 나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진상들을 말하고 있는 거란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알아야 해. 그게 어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말이다.“

343쪽

..................

“더 이상 속 다르고 겉 다른 말 하지 말아요. 아빠는 상냥하고 사람 좋은 노신사

이긴 하지만, 나는 다시는 아빠가 하는 말을 믿지 않을 거에요. 아빠와 아빠가

지지하는 모든 것을 경멸해요.”

“어떻든, 아빠는 너를 사랑해” 357쪽

....

“나는 물론 내 딸이 자기기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물러서지 않았으면 했지.

가장 먼저 내게 맞섰으면했어” 390쪽

 

그녀가 아빠를 향해 쏟아놓은 모든 격론 후에 이제 자신이 자신의 주인이 된 것을

발견한 진 루이즈 , 과거 아버지와 자신의 사고가 하나라고 생각했던 관념이

깨지면서 그녀는 자신만의 양심의 소리를 가진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사고의 다름이 부녀관계를 파괴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인종, 인권문제의 와중에 흑. 백의 논리가 있지만 이는 적대관계에서가 아니라

정의를 세우고 그것을 외칠 수 있는 누군가, 개인의 양심에서 비롯한다는 것에서

모든 책임을 일차적으로 개인에 두는 의미를 깨닫게 해준 작품이다.

 

정의를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특히 살아 숨쉬는 듯 생동감 있는 필력의 저자에 존경을 표한다.

 

* 이 리뷰는 도서출판 열린책들로 부터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일상적인 삶이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하여 바뀌게 된다면 그것도 악몽과 기억상실 그리고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합세하여 주어진다면, 그리고 그 상황속에 내가 혹은  내 가족이 있다면 하고 생각하니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것도 한창 공부할 시기인 10대에 말이다.   이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되리라고 생각하니 이 책의 표지가 얼마나 많은 말을 건네는지 !!

두 팔을 뻗으며 절박함을 호소하는 듯한 강렬한 이미지의 표지로 인해 금방 각인이 될 작품 《마라 다이어》

2011년 로맨스에 호러와 미스테리를 결합시킨 이 작품으로 데뷔한 작가 미셸 호드킨은 마라를 주인공으로 한 마라 다이어 3부작 시리즈의 첫 권을 선보였다.

로맨스를 즐기는 독자들에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뉴욕 타임스 베스트 셀러의 자리에

오른 이 작품에서 주인공인 마라와 소년 노아의 이름이 상당히 이채롭다.

 

불가에서는 ‘Mara’ 는 악마(惡魔)의 통칭으로 쓰이며 그 어의는 사람의 마음을 홀려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고 불도 수행을 방해하여 악한 길로 유혹하는 나쁜 귀신

으로서 내면적 갈등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요약된다. ‘노아’ 란 이름은 구약

성경에 나오는 바로 홍수에 대비하여 방주, 즉 배를 만든 사람으로 그 가족들만이

살아남은 것으로 하여 재난에서 건져짐을 뜻하는 대명사가 된 이름 아닌가

바로 《마라 다이어》, 노아, 그리고 사고로 죽은 몇 명의 친구들 모두 10대들이다.

로드아일랜드 로렐턴에 자리한 태멀레인 병원은 공포체험을 즐기려는 이들이 찾는명소이다.  마라는 친구 레이첼, 클레어, 주드와 함께 ‘출입금지’라는 낡은 태멀레인 병원으로 공포 체험을 갔다가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를 당해 붕괴 사고로 친구를 잃고 혼자 살아남은 마라 다이어는 사건 당일의 기억을 잃고 만다. 그리고 같이 갔던 친구들이 모두 죽었다는 사실을 듣고 충격에 빠졌던 마라는, 남자친구 주드만 홀로 행방을

알 수 없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는다. 마라는 그날 밤 일어난 일을 자세히 기억하려

하지만, 죽은 친구가 눈에 보이거나 환시에 시달리게된다.

 

그런데 환상과 악몽이 현실과 어우러지는 가운데 절친했던 친구들의 죽음의 원인을
기억해내려 애쓰는 마라에게 찾아드는 것은 자신이 그 모든 죽음을 불러들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었다. 그리고 마라를 도와주고 싶어하는 노아에게 깊이 몰입

되어 가는 마라, 그것을 부인하려하지만 그녀의 온 존재는 그 반대의 뜻을 표출하고

노아도 그것을 알고 있다.

진심을 확인하려는 다각적인 제스쳐의 묘사가 상당히 긴 지면을 차지하면서 심리묘사가 이어진다. 사실 읽는 독자도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고 앞으로 마라의 환상이 실제의 그것과 어느 정도 일치할지, 기억의 실마리가 어떻게 풀려갈지 궁금해진다.

 

2001년 개봉작인 영화 <A beautiful mine>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주인공이 정신분열로 괴로워할 때 그 망상속에서 나타난 것들, 그리고 결국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드가 투영된 자신의 또 하나의 모습을 직시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던 작품이다.

 마라가 자신의 무의식세계가 실제 현실화 되었다고 느끼는 점에서 볼 때  한편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구분이 모호하고 또한 무의식의 세계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복잡하면서

도 호러의 세계가 반복된다고 보여졌다.

 

그런중에 마라의 안정을 위해서 새로운 곳으로 이사와 전학이 이루어진 가운데

학생들간의 폭력, 시샘, 질투에 기인한 괴롭힘, 교사의 불공정한 강의 평가,  동생의

납치 사건등이 병행되면서 마라의 혼란상태가 가중되는 갈등구조가 첨예화된다.

 

그 와중에 구원의 손길로 나타난 것이 바로 <노아> 라는 소년이다. 여학생들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집안까지 환상적인 조건을 갖춘 이 소년은 마라를 도와주고 싶어하고함께 하려는 데다 학업면에서도 우수한 자질을 지니고 있다.

제이미는 노아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들려주며 그를 멀리 하라고 충고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이미는 괴롭힘을 당하던 마라를 도와주다 계략에 빠져 퇴학을 당하고 만다. 혼자 견뎌야 하는 학교생활이 두렵기만 한 마라에게 노아는 남자 친구가 되어 돕고 싶어 한다.

또한 주인공 마라에게 주어진 초자연적 능력이나 사건의 비밀을 풀기 위해 기억을 되살리는 이국적인 주술 장면 등은 이색적인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세이스 보타니카 세미나에 오세요. 임명 받은 대사제 이이블 루쿠미와 함께

”마음과 과거의 비밀을 풀어헤치기.“ 3월 15일, 개인당 30달러, 예약하지 않은

사람도 환영.‘

물론 결과에 있어 정답 여하를 논하는 것은 극적 흥미와는 거리가 멀다

“뉴에이지와 관련된 비과학적인 허튼 짓일 수 있다는 걸 알아도 말이지?”

노아의 질문에 마라를 고개를 끄덕였다. 363쪽

합리적 사고로 점철된 현대 미국사회에서도 미스테리와 관련된 영역은 역시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 장면이다.

 

부모님과 오빠 동생 모두 마라를 걱정하고 있고, 실상 가장 심각하게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은 마라 자신이다. 깊은 내면에는 자기 자신이 혹시?! 이 모든 것은 아닐까 하는 자책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 빠졌던 소녀 마라는 자신이 노아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라 다이어》 어쩌면 남의 이야기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

우리의 내면의 또 다른 그림자의 탄생일 수 도 있다는 것,  어쨌든 마라는 우리 자신

일 수도 있고, 내 주위의 타자일 수도 있다.

 

다만 그에게는 진정한 사랑이 함께하는 친구, 또는 동반자가 필요하고

사랑이 가능하게 하는 인내심으로 그가 언젠가는 허공속에서 외롭게 뻗쳤던 그 팔을

누군가 힘차게 잡아 끌어올려줄 것이다.

 

이것이 마라의 꿈이고  희망이 되기를 바라며

3부작 중 첫번째 이야기인 이 소설의 다음 권이 기다려진다.

 

[이 리뷰는 한스 미디어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