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27세의 헤르만 헷세에게 신진작가의 지위를 확고하게 해 준 소설
<페터 카멘친트>
8장으로 나뉘어 쓰여진 229쪽의 이 작품은 미지의 게르만 민족의 삶의 터전과 자연을 다시 만나게 해주었다
주민 4분의 3가량이 '카멘친트'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작은 도시에 사는 소년, 화자인 '나'로 엮어지는 이야기는 바람과 산과 숲, 대지의 변화가 주는 생명력과 아름다움속에서 함께 성장해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헷세 문학이 주는 자연과의 교감, 환상적일만큼 아름답고 신비롭게 묘사되는 세계는 숨겨진
우리의 감성에 불어넣는 신선한 바람이 아닐까
그는 구름에게서 색깔, 모양, 표정,유희, 춤, 물 수 없는 수수께끼와 같은 얘기를 배웠고(23쪼)
산과 호수와 태양이 친구로 대화를 나누고 인도해 주었다고 고백했다 (22쪽)
'카멘친트'는 인생의 봄에 , 그가 17세 되던 해 열렬한 사랑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말한마디 못해본 순진무구와 플로토닉의 전형처럼 그의 영혼에 새겨지게 된다. 이 사랑의 행로는 그가 대학시절에 만나게 되는 리하르트와의 교분이나 그 후에 다가오는 사랑의 대상들을 통해서 체험하는 갈망과 좌절 아름다움에의 심취등 다양한 빛깔로 그의 삶을 이끌어 간다.
이런 그가 문학이라고 하는 환경에 접했을 때 고백하는 감동은 '카멘친트'를 통한 헷세의 고백처럼 다가왔다.
'지상에서 영원히 존재할 수 없는 것이지만, 진실이 있고, 지금 내 가슴에 감동의 물결을 일으키고 운명을 체험하려고 하는 생명의 향긋함과 맑은 생명력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감미로운 흥분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37쪽
'카멘친트'의 삶은 고향에의 회귀 또는 잊혀질 수 없는 끈으로 그를 잡아당기는 이 향수를 저버리지 않고 돌아오게 하고 또 다시 바다물결에 밀려 미지의 세계로 떠나보내는 순환속에서 자신의 뿌리를 재인식시키곤 하는데 바로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다가올 아버지의 죽음등으로 표출된다.
'카멘친트'를 사로잡은 사랑은 비단 여인들에 국한되지 않고 '보피'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 내지 실은 가장 순수한 이들에게서 더욱 아름답게 꽃핀다.
그는 늘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했는데 이를 통해서 상실속에서도 자신의 목표를 재인식하는 길을 걸어왔다.
그가 어머니의 죽음이나 친구의 익사 등으로 절망의 순간과 긴 방랑의 길에서 돌아왔을 때 신을 향하여 울부짖고 물음을 던졌다.
작품의 말미인 8부를 열면서 '나의 삶을 통해 살펴보면 주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남들로부터 받는다는 것이 내 운명처럼 느껴졌다'고 고백했는데 이제 말년에 와서 그는 한 가엾은 곱추의 제자가 되어 경탄하고 감사한다는 윤회의 운명을 다시 한 번 체험하게 되었다고(194쪽) 바로 자신이 오래 전에 꿈꾸어오던 창작을 완성시켜 세상에 내보낸다는 일이 언젠가 실현된다고 할 때에 그것은 '보피'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이다 (194쪽)고 말이다.
'카멘친트'라는 작품이 오늘 내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이 그에 의해서 완성되었다고 하는 이 고백은 이 책을 접한 내게 얼마나 큰 감사와 감동을 느끼게 했는지
전쟁을 달가와하지 않고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평화를 추구했던 위대한 이 독일의 문호는 앗시시의 빈자인 성 프란치스코의 또 하나의 제자가 되어 우리를 향하여 손짓한다.
자연과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라고
제2의'보피'는 가까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를 돌보는 기쁨은 그 어떤 가르침보다 위대한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