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그를 그냥 지나치는 사람의 눈에는 문을 닫은 곳들만 보이기 십상이다.  그 이면을 보려면 속도를 늦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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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로 일약 아마존 소설분야 1위를 기록했다는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장편소설

우리 사회가 침체되었을 때 열기를 불어넣어 주었던 축구 올림픽의 신화를 떠올리게

한 이 작품은 여성주인공이 나이나 성격에 있어 고정관념을 벗어난 대상에다가 축구

이야기가 병행되며 인생의 여러 이야기가 전개되는 점에 있어 독특하다.

'브릿마리'  

“세상과의 소통에 서툴러서 온갖 오해에 시달리는 이들을 대변하고 싶었던 것인지

모른다.는 477쪽 옮긴이의 말은 작가의 깊은 의도를 통찰한 것이 아닐까?!

그녀는 어떤 사람인가

작품은 그녀가 커트러리 즉 식사용 기구로서 나이프 세트, 포크, 스푼을

포크, 나이프, 스푼의 순서로 늘 똑같이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며

이 이유는 인생이 변함없이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11쪽 로 시작되고 있다.

브릿마리는 청소에 대한 결벽증이라고 할 만큼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있으며

있어야 할 것들이 늘 있는 그 자리에 질서정연하게 있어야  흉이 잡히지 않고,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아이들을 건사하는 게 정상적인 생활이다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있는 남자를 선택하여 결혼했고,

게다가 40여년은 아파트 주변을 떠나보지 않았었다.

그런 그녀가 이제 63세의 나이에, 커트러리속처럼 변함없던 삶에서 벗어나

더구나 지금 고용센타에 와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관리하고 소중히 해왔던 삶이 제 자리를 잃게 된 것은

심장병으로 쓰러진 남편의 입원한 병실에서였다.

그 상황에 남편의 내연의 여자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그녀가 받게 된 것이었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고용센타 여직원과 대화하는 그녀는 까칠함과 당당함으로

나이를 잊게 만든다.

그녀가 소통하는 채널이 남편 ‘켄트’가 유일한 대상이었던 세계에서

이제 그녀는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들과 만나면서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남편에의 기억과 자신을 돌아보는 홀로서기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다못해 그녀는 남편에게 5년 전에 받았던 휴대전화를

새로운 기로에 들어선 이제야 사용할 정도이니 말이다.

놀라운 것은

배신감에 대하여 남편을 원망하기보다 이해하는 그녀의 마음이다.

보통 배신을 당했다고 하면 과거의 사랑마저 지우려 하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마음이라면 브릿마리는 참 마음이 따뜻한 여인이라고나 할까

떠나온 상황에서도 그녀는 남편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으며

새로운 삶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자신을 스스로 알고 있으며

남편에 대한 미련이랄까 하는 두 마음이 서로 줄다리기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후반부에 그녀가 일하는 레크레이션센타로 찾아온 남편으로부터 집으로 돌아

가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브릿마리는 진정한 선택의 갈림길에 직면하게 된다.

마음속에 남아 있는 과거로의 회귀본능과

자신이 주체적으로 주인공이 되는 미지의 세계로의 길에서 말이다.

“아침이 보르그애 찾아오지만 태양은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선택할 시간,

난생처음으로 그녀를 위한 길을 선택할 시간을 주고 싶기라도 한 것처럼

자제하며 지평선 위에서 공손하게 기다린다. 마침내 햇살이 지붕 위로

쏟아지자 파란 문이 달린 하얀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쩌면 그녀는 멈출지 모른다. 어쩌면 다른 문을 한 번 더 두드릴지 모른다.,

아니면 그냥 달릴지 모른다. “ 469-470쪽

열려져 있는 결론을 통하여 작가는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준비가 되어 있느냐고 ......

472쪽에 달하는 분량의 글이 생각보다 쉽게 읽혔던 것은 충격적일 수 있는

상황에서도 고운 마음을 간직한 '브릿마리'라는 케릭터가 우리 주변에도 존재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위로를 받는 것은 늘 강자에게서 오는 것만은 아니며 때로는 약하고

예기치 못하며 눈에 띄지 않는 대상들부터 기인함을 생각케 하는 작품이었다.

브릿마리’ 가 머물렀던 공간 보르그와 그곳에서 인연을 맺은 축구하는 아이들

남편이 사랑했던 축구, 남편을 뺏어갔다고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그 축구를 사랑

하게 된 이야기일랑 작품을 통해 만나보도록 추천하고 싶다.

** 이 리뷰는 다산책방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마음이 탐욕으로 찌들어 있는 사람들이 가까이 있으면 그선어의 비늘은 죽은

남빛으로 변해 버린다 ” 202쪽

소년의 양아버지와 함께 기거하였던 맹인안마사를 돕기위해 상경하는 어느 날

버스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던 소년의 눈에 할아버지를 통해 들었던 금선어의

황금비늘이 안개속을 헤엄치는 것을 보게 된다.

바로 그 발광체를 보면서 소년은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열차가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발광체는 잠시 열차를 따라오다가 안개 저편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나의 영혼은 아름다운 황금빛으로 황홀하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230쪽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소년은 더 이상 외롭지도 않고

또한 열등감에 사로잡히지 않을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누군가가  관심을

기울이고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준다면 , 이 지구별은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 될까!

저자의 작품 전면을 흐르는 희망과 아름다움과 꿈의 메세지들이 가져다 준 감동을

다른 독자들도 만나기를 바라며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