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행복해지길 소원한다. 우리들 중 그 누구도 불행해지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항상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것을 입고, 좋은 곳에서 자길 소망한다. 이 책은 그런 기대를 가진 사람들에게 대뜸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좋은 음식을 먹는다고 행복해지는 것인가? 좋은 것을 입는다고 삶의 가치가 나아지는 것인가? 좋은 집에서 영원히 산다고 해서 우리는 행복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러면 우리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아무 말도 못한다. 괜찮다. 몰라도 된다. 천천히, 차근차근 알아가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면서 우리는 차차 행복해진다.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알아갈 때마다 그것에 대한 기쁨 또한 얻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씩 기쁨을 느끼면서,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덮는 순간엔, 우리는 이미 행복에 한발짝 더 가까워져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부재하리라

그 많은 생 중 하나에서 소면을 좋아하고

더 많은 것들을 사랑하던

우리는 여기에 없으리라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 이 자리에, 내가 없고 다른 누군가가 서 있을 그날을 상상해보는 때.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날 나무 아래 서 있을 때 그렇고 붐비는 지하철역 사람들 사이에 끼여있을 때 그렇고 네 앞에 서 있을 때 그렇다. 마치 먼지처럼, 또는 바람처럼 내 몸은 가루가 되어 아스라지고 그것을 다른 이가 대신한다. 그 장면을 떠올리면 발끝이 간지러워지고 목구멍에서 무언가 차오르는 듯한 더부룩한 느낌이 든다. 무언가 소리치고 싶다. 나 여기 있다고, 지금 이곳에 서 있다고. 당신에게 그렇게 외치고 싶은 것이다. 나 아니면 그 자리를 다른 사람이 채울 수 없게. 언젠가 나도 부재할 것이다. 당신도 부재할 것이다. 그렇다해도 그 자리는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없어도 해는 여전히 다시 차오를 것이고, 그 나무는 그곳에 위풍당당히 서 있을 테고, 그러면 햇살 아래 그 나무그늘도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다. 우리가 없어도 여전히 바람은 불고 시간은 흐르고 해는 떠오른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을 상처로 여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슴이 꽉 막히던 책이었다. 읽는데 어찌 그리 힘이 들던지. 우리나라의 현실과 다를 게 없다. 소설이 아니다. 허구가 아니다. 거짓이 아니고 과장이 아니다. 현실이고 진실이고 사실 그 자체다. 숨이 막혀 책장을 덮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이야기에 빠져들어가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불쌍했고 선생님이 불쌍했고 사회가 불쌍했다. 모두가 불쌍하고 힘든 이들이었다. 더욱 나를 힘들게 하는 건, 그들의 모습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에는 우리가 불쌍했다. 암울했다. 아래로 떨어져 추락하는 느낌이었다. 검은 눈물 한 방울이 잔잔했던 호수 위에 떨어지면서, 일렁인다. 물결은 가장자리로 점점 퍼져나가면서, 결국엔 넘쳐 흐른다. 그렇게 쏟아져내린다. 무너져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