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그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하느님은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셨을까. 신께서는 내게 견딜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준다는 하지만, 과연 그게 사실일까. 모든 게 거짓으로 느껴지고, 살아있는 게 견딜 수 없을 만큼 싫어질 때가 있다. 머리 위로 거대한 돌 하나가 짓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살기 싫은데, 죽기는 두려울 때. 그러나 이 책 속의 주인공, 오스카는 그런 우리에게 가볍게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왜 그렇게 생각해요, 그냥, 정말 힘들 땐 편지 한 통 써봐요. 하느님께. 정말 너무 힘들고 누구한테 이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데, 마땅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을 때. 그럴 때 편지 한 통 쓰는 거. 괜찮잖아요? 이렇게 물어온다. 그러자. 우리 정말 괴로울 때,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말하고 싶을 때, 투정 부리고 싶을 때. 그럴 때 신께 편지 한 통 부쳐보자. 괜찮을 것이다. 신은 완벽하고, 또한 당신이 창조해낸 우리를 사랑하실 테니까. 정 안 되면 하늘에 대고 손가락이라도 꾸물거려 말을 전하는 건 어떨까. 그렇게, 신에게 편지를 보내면 어떨까.

사실, 누구나 알다시피 영화 <도가니>가 나온 건 벌써 몇년 전의 일이다. 책으로 출간된 지는 그보다 훨씬 오래된 일이고. 당시만 해도 티비를 틀면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게 도가니법이었고 도가니였다. 세상은 그야말로 <도가니>열풍에 휩싸여 또다른 도가니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책으로 뜨거웠던 시간들 위에 몇 겹의 세월이 쌓이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첫번째 장을 넘겨 보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마지막 장까지 모조리 씹어 삼켰다.

 

 정말이지 하나의 픽션이 이보다 더 현실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허구가 아니다. 진실이고, 사실이며, 현실이다. 지금 우리 앞에 다가와 있는 바로 이 순간이다. 지금도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이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 당신은 이것이 그저 책일 뿐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런 날이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 자신에게 물어보게 되는 날. 나는 무슨 생각으로 그에게 그런 말을 했나, 오늘 할 일은 다 끝낸 건가, 나는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잘 살았던가. 오늘이 저물고 지치고 고단한 몸을 쓰러지듯 침대에 뉘이면, 수도 없는 생각들이 내 몸 위로 쏟아져 내린다. 이렇게 힘든데, 내일은 어떻게 견디어낼 것인가.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런 우리의 질문들에 답을 건네준다. 다 괜찮다.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이다. 읽다보면, 책 위에서 춤추던 검은 활자들이 어느새 어깨 위로 내려앉아 우리를 보듬어준다. 저마다의 축 처져있는 어깨를, 굽어져있는 등을, 수그리고 있는 머리를 쓰다듬는다. 정말 괜찮다. 이렇게 힘든 만큼, 결국엔 웃는 날이 올 거야. 잘할 수 있어, 아니, 잘하고 있어. 그러니 우리는 그것을 믿고, 지금처럼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조금 힘들더라도 괜찮다. 고통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 우리 모두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