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질병, 늙음, 죽음에 대한 불안. 아들러 심리학에서 대인관계를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관계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듯이, 질병, 늙음, 죽음 등의 인생의 과제도 수평관계로 바라본다면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을 정하고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는데 좀 더 성숙하고 여유 있는 모습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담겨진 철학은 갑작스레 찾아 온 질병과 가족들의 죽음을 겪으며 오랜 시간 성찰했던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값진 철학이기도 하다. <미움 받을 용기>가 아들러 심리학에 대한 개념을 잡아주고 이해를 높이게 해줬다면 <늙어갈 용기>에서는 그보다 한 차원 더 깊은 개념으로 안내해 주고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목적을 향해 가는 것과 목적이 실행되어가는 과정 중 어떤 움직임인가 하는 ‘키네시스와 에네르게이아’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도 중요한 부분이다.
아들러 심리학을 처음 접할 때 가장 공감되면서 사고의 변화를 가져오는 부분이 ‘과제의 분리’에 대한 개념일 것이다. 인간의 모든 고민은 대인관계에서 비롯되지만 사회적 존재이기에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누구의 과제인지 명확하지 않은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최종적으로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그 일이 ‘누구의 과제’인지를 알 수 있다는 설명은, 독자로 하여금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 실질적으로 피해를 주는 ‘부적절한 행동’과 ‘적절한 행동’ 사이에 있는 ‘중성적 행동’은 ‘공동 과제’로 삼을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주로 사회적인 문제에 있어서의 공동 과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트라우마를 사회적 맥락과 분리해 다뤄서는 안된다고 것도 ‘공동의 과제’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명확한 진상 규명과 철저한 과거 반성이야말로 트라우마 치유의 전제라는 말이 명쾌하다. 개인의 죽음은 사회적 죽음이며 공동체적 치유를 거부하는 정치 체제는 전제주의나 다름없다며, 개인의 내면적 문제로만 접근할 수 없는 동일본 지진과 원전 사고 등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의존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국가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국가주의자의 신념에 길들여지기 쉬울 것이다. ‘나’는 없고 협조주의적이며 의미 없는 조화를 이루는 분위기에 동조하기 쉬운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감정에 호소당하고 점잖은 체하기를 바라는 수사학에 기만당하는 현상을 경계하려면 극장 정치에 현혹당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약 ……이라면” 이라는 식의 말들을 심심치 않게 하곤 한다. 자신이 무언가를 할 수 없음에 대해 어떤 이유를 제시하는 것은 인생의 과제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구실일 뿐, 이러한 ‘열등 콤플렉스’는 인생의 조화가 결핍된 라이프스타일을 지니게 된다고 한다.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인생의 과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면 죽음이라는 인생의 과제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고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기존 형태의 공동체에 개인이 귀속되거나 종속되는 전체주의와는 달리, 자신이 공동체 속에 속해있다고 느끼고 동료로서 타자와 자신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들러가 말하는 공동체 감성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 모든 사람이 동등하다는 공동체적 근본 원칙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주위 사람에게 공헌할 수 있다는 걸 모르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이것이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이다. (p191)
죽음은 우리가 영위하는 삶의 일부 이고, 죽음을 맞이할 준비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인생의 과제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불안과 분노, 격정 등의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주관적 의지에 따라 타자 공헌을 하고 있다고 실감해야 자신의 가치를 느낄 수 있으므로 주어진 삶 속에서 긍정적이고 유쾌한 마음가짐으로 가능한 것을 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에쎄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