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마스다 미리 님의 덕질을 좀 합니다. 훗...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스다 미리 여자 공감단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1차 미션을 마무리하고 2차 미션을 받았을 때 무척 고민했습니다.

 

2차 미션이 올해가 가기 전에 사랑을 고백하기! 였거든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장 좋아하는 마스다 미리의 책과 그 중에서 좋아하는 문장을 적은 카드를 선물로 주라는데...

생각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특히 가장 좋아하는 마스다 미리님의 책이라니...

대체 무슨 책을 고르면 어떤 사람에게 주는 게 좋을지 고민고민 스러웠습니다.

 

주말엔 숲으로?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잠깐, 저기까지만?

 

고민고민 끝에 저는 이번 책인 <여자라는 생물>을 선택하였습니다.

사실 누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우연치 않게 이번 주말인 일요일이 조카 두돌이라 오빠부부와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기에 문득 올케 언니가 생각났습니다. 저와 덩치도 비슷하고 생각도 비슷하고 취향도 비슷하고... 심지어 나이도 같은 우리 올케언니.

오빠와 결혼한지 3년이 되었지만 시월드를 경험케 하고 싶지 않아 불필요한 연락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처음의 다짐처럼 지금도 만났을 때만 웃으며 안부를 묻는 우리 올케언니.

아직 미혼인 저와는 다르게 오빠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자신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참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를 나누는 편도 아니고 괜히 부담이 될까봐 연락도 하지 않는 관계로 명절때나 부모님 집에 갈 때 사 모은 책을 나눠주는 정도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제가 좋아하는 마스다 미리 님의 신작인 이번 책을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갑내기 우리 두 사람.

오빠를 통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났네요.

다른 어떤 책들보다 [여자라는 생물]이 부담도 없이 읽고 나중에 이야기하기 좋을 거 같아 골랐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집으로 내려갈 예정이라 저녁에 책 포장 전 책을 들고 한장 찰칵!

부모님 댁에 컴퓨터도 없고 오빠 부부와 만날 시간도 일요일 늦은 시간이라 미션 시간이 늦을 거 같아 미리 찍어 올립니다. 두돌 식사자리를 갖는 거라 사돈 식구들도 나오는지라 전달 인증샷은 어려울 거 같아 이리 마스다 미리 님의 가면을 쓰고 예상 전달 인증샷을 올려봅니다. ㅎㅎㅎ

 

말주변이 없는 지라 잘 표현은 못했지만 언니와 가족이 되어 무척이나 기쁩니다.

다들 개성이 강한데에다가 대가족 아닌 대가족에, 하나 밖에 없는 시누가 자유를 갈망하는 저인지라 언제나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어릴때부터 자전거 타는 걸 참 좋아했습니다.

부모님의 손에 이끌러 탄 세발 자전거는 자전거 대회에도 나갈 정도였고 좀 더 커서는 내 다리길이보다 훨씬 긴 오빠의 자전거 안장에 앉아 오빠에게 배워 탄 두발 자전거까지. 다양한 자전거에 대한 기억들이, 추억들이 참 많습니다.

엄청 어릴 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고 그래서 자전거 타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으며 성인이 되어 내 개인자전거도 없고 자전거를 탈 시간도 없지만 지금 당장 자전거를 타라고 하면 바로 탈 수 있을 정도로 자전거 타는 거에는 꽤 자신이 있습니다. 또한 여행을 하면서 내가 자전거를 탈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느꼈던 적도 많고요.

 

 대학생때 두살 터울의 친오빠가 대학 친구들과 함께 대전에서 땅끝마을까지 자전거 여행을 떠났을 때 엄청 부러웠던 기억이 이 책의 제목과 표지를 보자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남매가 스무살이 넘어 거의 창고에 넣어놓고 썩히다시피했던 자전거를 손봐 의기양양하게 다녀오겠다고 말하는 오빠를 보며 내가 남자였으면 바로 따라 나섰을 때 했던 기억도 납니다. 여름방학 때 떠난 여행이라 며칠 뒤에 돌아온 오빠의 새까맣게 탄 모습에도 한 없이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가 만약 자전거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우선 우리나라 부터 쭈욱 한 바퀴 돌아보고 싶습니다. 다른 분들이 이미 우리나라를 자전거로 여행했던 여행기를 읽을 적마다 열악한 자전거 도로나 일반 도로의 사정상 엄청 고생할 게 분명하지만 해외보다 먼저 우리나라 예쁜 곳들을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달리고 싶네요.

 

 <찰리의 자전거 세계일주> 첫번째 이야기인 중국편을 읽으며 제가 알던 중국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어서 참 흥미로웠습니다. 2007년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배를 타고 시작된 찰리의 여행의 시작은 저 또한 처음 중국으로 갈 때 배를 타고 갔던지라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중국에서 자전거가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자전거를 많이 타는 중국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경험할 수 없는 자전거 대 이동(?!)이랄까요? 인산인해를 이루는 중국사람들에 섞여 자전거를 타는 독특하지만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기를. 중국어를 할 줄도 모르면서 초 긍정 마인드로 한 짐꾸려서 떠난 찰리와 찰리와 함께 짐들을 싣고 기특하게(?) 나아가는 깜순이의 여정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결코 느슨한 일정의 여행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게 디테일한 사진들과, 기록들, 그리고 중국사람들과의 이야기들이 너무나 자세히 나열되어 있어 찰리와 깜순이와 함께 제 3자로 같이 여행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기를 읽으면서 너무나 자세한 그 나라의 역사나 지리 기타등등의 객관적으로 나열된 사실들보다도 생생하면서 지극히 주관적인 여행자의 시야로 바라보는 여행기가 더욱 재미있는 법인데 이 책의 저자 찰리는 이러한 재미를 알뜰 살뜰하게 담아내 주었습니다. 너무나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사람과 사람들의 만남들이 아, 이 저자는 정말 사람을 좋아하고 어떠한 상황들을 마주하던 기꺼히 그 상황들을 즐기거나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계 일주의 시작인 중국편만 읽었음에도 나도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졌습니다.

이왕이면 찰리와 깜순이처럼 나도 내 깜순이를 한 대 마련하여 떠나고 싶었습니다. 지금 현재의 내 저질체력으로 과연 한시간이나 제대로 자전거를 탈 수 있을지 의문스럽지만 못해도 날씨 좋을 때 한강공원이라도 가서 잠시잠깐이라도 자전거 안장에 올라 타 페달을 밟으며 달리고 싶어지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가수 양양은 서정적인 사람입니다.

그런 그녀가 책을 냈고 그 제목이 이번에 책이 나온 시기와 똑같이 나온 앨범의 제목과 같다는 걸 알았습니다.

책의 시작하며의 부분에서 그녀가 말했던 ​노래를 지으면서 글과 노래 사이에서 나는 저 하늘 같은 순간을 참 많이도 맛보았다. 노래로는 도무지 풀어낼 수 없는 단어들이 있었고, 글로는 전할 수 없는 질감들이 음표가 되어 혼자서 떠다녔다.(P.006)​ 라는 말이 이런 거였구나 싶었습니다. 노래로는 풀어낼 수 없는 단어들이 있어 책을 썼고, 글로는 전할 수 없는 질감들이 음표가 되어 앨범을 낼 수 밖에 없었구나 싶었습니다.

 

이 책은 그녀의 음악을 닮았습니다. 그녀의 음악이 그녀의 글을 닮았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제가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음악을 들었고, 그녀의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이번 앨범에 들어 있는 다섯 곡의 제목은 책의 각 챕터의 제목과도 똑같습니다.

 

노래는	기차는 떠나네	쳐다봐서 미안해요	시인의 밤	우린 참 비슷한 사람
그때 난 작은 방에 홀로 앉아 노래를 불렀지 아무도 듣고 있지 않는, 나만을 위한 노래 딱히 어떤 이야길 하려 했던 것은 아니야 그래도 괜찮아, 노래는 흘러가 노래는 서성이다가 노래는 길가의 꽃을 보았지 노래는 할 말을 잃었어, 노래는 꽃처럼 피어나고 싶었지 그때 당신이 내 작은 방에 들러주었지 그리곤 물끄러미 나의 노랠 지켜보았어 아마 당신은 딴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아, 노래는 흘러가 노래는 망설이다가 노래는 들려주고 싶어져 노래는 너에게 말했지, 잠시 너의 마음을 내게 내어주겠니 노래는 이유가 없었고 노래는 방법도 몰랐지 노래는 아무렴 어떠냐며 그제서야 마음껏 지금을 노래했지 부끄럼없이 두려움없이 겁이 날 것도 없이 불러보는 노래는 뒤뚱거리다 흔들거리다 마침내 날아올라 멀리 흘러갔지, 이렇게 라 라 라 라	기차는 떠나네 정해진 시간에 나는 떠나왔고 너는 돌아가네 처음 만난 풍경 안 적이 없던 사람들 각자의 침묵과 창문 하나의 통로를 나누며 달려가네 기차는 종착역을 향하여 알고 있지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생의 추억으로, 그리운 곳으로 빈 강을 건너고 너른 들판을 지나 작은 간이역에 기차가 멈춰서면 한번쯤은 정답게 손을 흔들어 볼까 만나고 이별하는 그 굴곡진 길 따라 말없이 떠나가네 기차는 먼 슬픔으로부터 돌아가네 우리는 그이의 고향으로 다시 달려가네 기차는 종착역을 향하여 모두 알고 있지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생의 추억으로, 그리운 곳으로 기차는 떠나네, 그리운 곳으로	오늘도 길을 오며가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음, 언제부턴가 나는 사람, 사람이 남 일 같지가 않아서 자꾸만 말을 걸고 싶어지는 거예요. 그래도 낯선 사람이 무작정 말을 걸 순 없으니 그저 빤히 바라보고 맙니다. 안녕하세요, 어디가세요, 조금 피곤해 보이네요 이렇게 대뜸 말을 걸 순 없어서 쳐다보고 말았네요, 미안해 쳐다보고 말았네요, 말을 건넬 뻔 하다가 쳐다보고 말았네요, 미안해요 바라보고 말았네요, 남 같지가 않아서 슬픔이 슬픔을 알아채듯 당신의 슬픔을 알 것 같아요. 기쁨이 또 다른 기쁨을 불러오듯 우리, 나누면 좋겠는데요. 많이 힘들지, 오늘은 좋아 보인다,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이렇게 뻔한 말을 할 순 없어서 쳐다보고 말았네요, 미안해 쳐다보고 말았네요, 말을 건넬 뻔 하다가 쳐다보고 말았네요, 수줍은 내 맘 어쩌나 바라보고 말았네요, 남 같지 않아서 소녀들의 수다를 바라보네, 아주머니의 한숨을 들여다 보았네 할아버지의 어깨를, 주름을, 목덜미를 아저씨의 낡은 구두를, 한 번 두 번, 또 한 번 쳐다보고 말았네요, 아름다운 당신을요 쳐다보고 말았네요, 사랑스러운 당신을 바라보고 말았네요, 눈 마주치면 우리 웃어요 쳐다보고 말았네요, 반가운 마음으로, 말을 걸 순 없어서, 남 같지가 않아서요.	그 사람 여느 때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고 산책을 시작했지, 여름밤의 일이었어. 그 밤엔 언제나처럼 동행이 없었지만 그 편이 나을 거라 버릇처럼 말해왔지 어떤 순간에 그 사람 단어 하나를 찾지 못하여 아연했고 어떤 순간엔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말을 걸어와 시인은 일없이 바빴지 만일 나를 시인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만일 그댈 시인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밤은 어떨까 귀를 기울이는 것과 아주 작은 걸 보는 게 그 사람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이었지 달과 별과 전봇대와도 인사를 나누고, 저 창문 속 불빛들의 이야기를 들었지 내일의 걱정보다는 여기의 벌레소리가 더 크게 다가와서 안심했지 만일 나를 시인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만일 그댈 시인이라고 한다면, 무엇을 보게 될까 그 사람은 조금 쓸쓸하였을까, 무얼 찾고 있을까 만약 우릴 시인이라고 한다면, 이상할 것도 없지 시인의 밤이 깊어가네 우리의 밤이 깊어가네	너무 많은 이야길 하려 한 건 아닌지 이 말 한마디가 하고 싶었던 건 아닌지 그대와 나 그대와 나 그대와 나는, 그대와 나 우리들은 참 비슷한 사람 우리들은 참 많이 닮아있죠 우린 비슷한 이야길 안고 살고있어 우리들은 닮은 숨을 쉬네요 당신의 속을 나는 짐작도 못하겠지만 우리들의 바깥은 상상도 못하게 다르지만 그대와 나 그대와 나 그대와 나, 우리는 그대와 나 결국 우리들은 참 비슷한 사람 우리들은 참 많이 닮아있죠 우린 비슷하게 넘어지거나 일어서지 우리들은 닮은 꿈을 꾸네요

 

​길 위에서 자꾸만 눈물이 나는 것은

보잘것없는 인생 하나가 그래도 걸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길을 택한 것은 내 작은 두 발입니다.

혼자 걷는 먼길

그러나 실은 아름다운 동행이 많다는 것을

고요 속에 놓일 때에 비로소 깨닫습니다.

나는 오늘 열두 시간 동안 산길을 달리는 버스 안에 있었습니다.

P.119 여행자 中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그녀와 닮은 그림이 담긴 엽서에 그녀의 글귀를 적어 책상 위에 붙혀 두면 참 좋겠습니다. 부담없이, 담담하니 그러나 감성있는 글 귀들을 오며가며 읽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 거 같아요.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다는 그녀의 뜻처럼 고흐의 그림엽서에 글 귀를 담아도 좋을 거 같네요.

책의 제목인 [쓸쓸래서 비슷한 사람]은 언제 어느서나 마주칠 수 있고, 또 헤어질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을 말하는 거 같습니다. 나와 같지만 또 다른, 다르지만 또 같은 감성과 느낌과 생각을 가진 이 지구별이라는 공간 안에서 동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네요.

 

​나는 겨울을 굉장히 무서워하는 사람이야. 너는 그걸 아는지. 다음에 만나면 차 한잔하자.

아마 난 벌벌 떠느라 정신없을 테니 너의 수다로 나를 좀 달래주어. 웃는 모습을 볼 생각에 마음이 좋네.

연락하는 것에 있어서는 나도 참 문제지만 가만 보니 너도 만만치 않은데?

K야, 내가 연락할게. 우리 곧 만나자

P.233 그런 말이 어디 었어 中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글들을 읽다보면, 그녀의 노래하는 목소리를 떠올리며 생생하게 편지글을 음성화 시켜 들어봅니다.

소근소근, 조근조근 평소에는 하지 못할 말들도 글자를 통해 전해지는 그 일렬의 과정들을 저는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그래서 여행을 가거나 좀 특별한 엽서를 만나면 꼭 데리고 오는 거 같아요. 그런 감성들을 저자도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그녀의 편지글에서 막연히 추측해 봅니다. 너무나 마음에 드는 문구들이 많은 이 책과 그녀의 노래소리를 듣고 있다보니 어쩌면 저자와 나는 같은 감성을 공유할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혼자 피식 웃어도 봅니다.

 

저와 같은 더 많은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들이 책안의 내용들이 시처럼 압축되어 노랫말이 된 거 같은 그녀의 이번 앨범을 들으며 이 책을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