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나서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하셨다는 저자 님의 정보에 아아~ 하고 왠지 모를 수긍이 갔습니다.

식당 사장 장만호를 쫓아 소외받고 힘든 노동을 하면서도 더불어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삶의 이야기였습니다. 희망적이거나 밝은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울림을 준 글입니다.

이 책은 주인공인 '장만호'가 큰 교통사고로 회사를 관두고 1년여 동안 병원생활을 하다가 받은 보상금으로 아내와 함께 대구 비산동 공단에 자리잡은 식당 '공단숯불갈비'를 인수받으면서 그 안에서 펼쳐진 온갖 일들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주방과 홀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 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의 사연과 이야기들, 주변 식당들과의 얽힌 이야기들, 식당을 운영하는 이야기 등 한 권의 결코 두껍지 않은 책 안에 오밀조밀 잘 담고 있습니다.

'장만호' 특유의 진지함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잃지 않은 유머러스함이 더욱 돋보였습니다.

식당사장 장만호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또 다른 시작까지 .

또한 사장 '장만호'와 그의 부인인 선경 말고도 운동권 출신으로 공장에서 일할 때 만난 다양한 인연들과 식당을 하면서 만난 인연들, 그들의 사연도 가슴 짠하면서도 유머와 따뜻함이 함께 존재하고 있어 마냥 슬프거나 가슴 아프기만 하지 않은 글이라 더욱 좋았습니다.

​사람들은 젓가락으로 멸치볶음과 부추전을 집어서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단순한 동작들을 되풀이하며 열심히 밥을 먹었다. 국을 떠먹고 반찬을 집어먹고 씹는 행위가 무슨 숭고한 의식을 치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 콩나물이, 저 밥 한 톨이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식구들의 밥을 벌어 먹일 노동이 되고 꿈과 희망이 되고 한 사람의 인생이 되는 것이다. 한 끼 밥이 어떤 사람에게는 기쁨과 감사가 되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한 그릇의 욕바가지가 되거나 미움이 될지도 모른다. 피와 살이 되고 눈물과 땀이 되는 저 한 끼의 밥은 사람들의 몸속에서 사랑이 되고 노래가 되고 말이 된다.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들은 한 끼 밥에서 나온다. 식당주인이 정성을 다하여 차린 음식으로 극진하게 대접받으며 밥을 먹은 손님이라면 그는 세상에 대하여 독을 내뿜지는 않으리라. 자기 자식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기분이 좋은 부모의 마음이 이럴까.

-P.49

나는 다시 나의 식당을 향하여 걷기 시작했다. 나의 식당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식당 같기도 했고 아주 오래된 식당 같기도 했고 내가 두고 왔던 식당 같기도 했다.

P.353

"움켜쥐고 있는 그물을 놓아라. 그래야만 너는 날아갈 수 있다. 너를 감옥 속에 가두어둘 수 있는 사람도 너고, 너를 해방시켜줄 수 있는 사람도 바로 너 자신이야. 배신을 당한 것에 그토록 연연해한다는 것은 네가 감옥에 갇혀 있는 증거야. 그것이 곧 실패다. 복수심과, 미움으로 음식을 만들면 그 칼날이 너를 쓰러뜨리게 되지. 움켜쥔 그물을 놓아버리면 네가 황동하에 대해서 오히려 고맙다고 생각하는 날들이 꼭 와줄지도 모른다."

P.358

인생의 맛을 두루 본 투박하고 거친 손바닥,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골이 깊게 팬 주름살, 연륜이 묻어나는 너털웃음을 짓는 주인이 언제나 기다려주는 길모퉁이의 작고 허름한 식당.

나는 식당사장 장만호다.

P.370~371

​식당의 장소가 대구 비산동이어서 그들이 쓰는 가감없는 대구 사투리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활자에 불과한 말들이 마치 음성지원 받아 제 머릿속에서 실감나게 살아났습니다.

"참 따스해. 생일 같아. 당신이 해준 밥 참 맛있어." 라는 선경의 말 한마디에 가슴이 아렸다는 장만호의 심정에 읽는 저도 같이 가슴이 아렸습니다.

대체 어떤 밥이기에 선경은 그 밥을 따스하다고 표현했을까요. 이 세상 어딘가에,  우리 나라 어딘가에는 꼭 이런 '장만호' 같은 분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을 거 같습니다. '장만호'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그가 만들어 준 따스한 밥 한 그릇을 꼭 먹고 싶습니다.

위 도서는 새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사람은 언제나 자신에 대한 의문과 궁금증을 안고 살아가는 거 같습니다.

자아를 사유하는 단어인 분인주의.

"진정한 나"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습니다. 자아발견과 함께 "진정한 나"를 찾는다는 게 이 시대의 화두처럼 등장했습니다.

"진정한 나"를 찾고 진정한 내가 되었을 때 행복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데 과연 그럴지는 의문입니다. "진정한 나"라는 말은 "행복"이라는 말처럼 두리뭉실하면서도 그 개념이 너무 넓고 막연하기만 해서 과연 그게 뭔대? 하고 저도 모르게 물음이 떠오릅니다.

과연 "진정한 나"라는 게 실존하기는 한 걸까요.

그러면서 어떤 모습이 내 본 모습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친구들과 있는 모습, 가족들과 함께 있는 모습, 일을 할 때의 내 모습, 그것도 아니라면 나 혼자 있을 때의 내 모습.

만약 이 중에 한 가지만이 온전히 내 모습이라고 한다면 나머지의 내 모습들은 모두 거짓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여기에서 저자는 말합니다.

​'인격은 하나뿐이다', '진정한 나는 단 하나다'라는 사고 방식은 사람들에게 소모적이고 무익한 고뇌를 강요한다.

-p.120

​결국 여기에서의 내 모습도, 저기에서의 내 모습도 하나의 내 모습의 일부분이지만 전혀 다른 가짜와 진짜를 나누어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란 말입니다. 이에 관련하여 저자는 자신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는데 마침 그 에피소드가 제가 어렸을 때 겪었던 경험과 유사해서 공감이 갔습니다. 친구들과 있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 만큼, 아니 그보다 좀 더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했던 저인지라 이상하게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떠들며 그 시간들을 온전히 즐기면서도 가끔은 그 사이에서 이질감같은 걸 느끼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혼자 있을 때의 조용하고 단조롭게 행동하는 내 모습만이 온전한 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그렇다면 친구들을 대하는 내 모습은 가식적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이야 회사에서의 나도, 회사 밖에서의 나도 온전히 하나의 내 모습이며 상황과 상대에 맞게 적절하게 능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사회성을 익힌 나라는 걸 알았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나라는 존재는 외따로 고독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나 타자와의 상호작용 속에 놓여 있다. 그렇다기보다 타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만 존재한다.

타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진정한 나'라는 개념은 인간을 격리시키는 감옥이다. 만약 그것을 믿는다면, '진정한 나'로 살아가려면 타자와의 관계는 최대한 단절시키는 게 좋다. 그러나 「최후의 변신」의 주인공처럼 결국 그렇게 해보면, '진정한 나'는 환상임을 통감할 뿐이다.

-p.123

개인주의는 개인을 단위로 인간을 판단하는 관점인 데 반해, 분인주의는 분인을 단위로 인간을 판단하는 사고방식

-p.130

커뮤니케이션은 최대한 심플한 게 좋다. 서로 이것저것 복잡하게 신경쓰지 않고, 생각한 것을 있는 그대로 주고받는 게 이상적이다.

-p.134

실연의 상실보다 훨씬 깊은 상실은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는 것이다.

분인은 타자가 존재하지 않으면 발생하지도 않고 유지할 수도 없다. 상대와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갱신되면서 신선도를 유지한다. 즉 분인은 '살아 있다'는 뜻인데, 상대가 죽어서 눈앞에서 사라져버리면 이제 두 번 다시 갱신할 수 없다.

-p.185

​개인과 타인, 너와 나라는 개념보다도 더 어려운 거 같습니다. 분인이라는 단어를 좀 더 쉽게 표현한 말이 없을 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좀 더 나은 단어도 떠오르지 않네요. 저자가 말한 분인의 개념은 인간관계의 어려움이나 그에 따른 스트레스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물론 저자가 말한 분인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따른 마음가짐과 행동을 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읽다보면 아아~ 하면서도 이해가 될 거 같으면서도 선뜻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려웠던 내용들이었습니다.

위 도서는 21세기북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마스다 미리 님의 신작입니다.

가족 구성원을 보면 아버지, 엄마, 딸의 단촐하지만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을 가져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거 같네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딸 히토미의 이야기와 히토미와 부모님 사이에서의 에피소드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아버지와 엄마의 이야기에서는 우리 부모님도 저렇게 느끼실까 미루어 짐작해 보고 히토미의 이야기에서는 저건 빼도박도(?!) 못하게 내 이야기구나하고요.

아버지 시로씨가 나이를 계산하여 평균을 내는 모습에서 저도 모르게 우리 가족은 평균연령은 어떻게 되나 계산해 보게 되네요.

어린 나이에 결혼하셔서 일찍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신 부모님 덕분에 제 나이가 많아도 평균연령이 높지 않아 웃프네요.

어깨를 주물러주는 이 부분에서 바로 얼마 전에 고향집에 내려가 아빠가 제 어깨를 주물러 주신 부분과 너무 똑같아서 웃겼습니다.

심지어 나이를 언급하던 부분과 노처녀를 운운하는 부분, 그리고 찡그린 얼굴과 아프다고 살살하라는 부분까지 딱 아빠와 저의 모습이네요.

'엄마'나 '아빠'라는 단어에서 오는 뭉클하면서 가슴 따뜻하고 서늘한 느낌은 나이를 불문하고 다 똑같은 거 같습니다.

진지한 이야기와 함께 따라오는 마스다 미리 님만의 유머가 있어 더욱 즐겁게 읽었습니다.

3kg 뺀다고 해서 30대로 돌아가는 것도 아닌데 하면서 체념하는 모습이 가슴 절절하고요. 지금보다 더 나이를 먹으면 분명 지금 이때를 그리워하고 간절히 바랄텐데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지금보다 더 젊었을 적을, 더 어렸을 적을 바라는 거 같아요. 막상 그때의 내가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더 풍요롭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요.

책 안에서 느껴지는 가족들 간의 소소한 일상과, 회사나 친구들 그리고 홀로 있으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어느 날의 하루 이야기가 모두의 공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엄마가 해 주시고 간 주먹밥을 먹으며 숙연해 지는 히토미의 모습에서 고향집에서 나와 내가 살고 있는 곳으로 올때 배웅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느끼는 내 모습 같아 같이 숙연해 집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느린듯 하지만 누구보다 꾸준히 모두에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언제나 지금의 모습과 같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항상 잊게 되는 게 이런 일상이 아닐까요. 평범하고 소소하지만 무난한 이런 날의 하루가 어쩌면 행복이라는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위 도서는 이봄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