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거 만큼은 아니지만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기본적으로 이야기(스토리)를 담고 있는 것들은 다 좋아해요. 그래서 노래를 들을 때도 스토리가 있는 노래를 좋아해요.

심리와 영화 그리고 치유가 담겨 있는 이 책의 노오란 표지가 엄청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네마 테라피라니 누가 생각해 낸 말인지 몰라서 참 그럴싸하고 괜찮네요.

아직까지 심리학은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학문은 아니지만 심리학에 영화가 더해지니 친숙함이 느껴지잖아요.

​'화'는 부정적인 감정이긴 하지만, 그 자체로 에너지다. 화를 내지 않는 엄마는 때로 그럴 만한 힘조차 없는 우울한 엄마이기도 하다. 역사 속에서도 분노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왔다. 그러니 습관적으로 화를 차단하는 사람의 이면에는 뿌리 깊은 무력감이 자리하고 있을 수 있다.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도 '화내고 슬퍼해도 소용업없다.'라는 생각 때문에 "괜찮다."라고 말하며 상담을 중단하기도 한다. 대개는 평소 화를 내기는커녕 소리를 크게 내는 것조차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인 경우다.

간혹 심리치료에서는 안전한 상황, 즉 치료 관계나 역할극을 통해 참았던 감정들을 속 시원히 터뜨려볼 것을 제안한다. 부정적인 검정을 눌러놓기에 급급하다 보면, 그 감정의 덩어리가 시간이 갈수록 커져 마치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좋지 않다. 폭탄을 안고 살다니 얼마나 불안한 일인가?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부딪치는 상황을 피하게 되고, 고립되며, 쌓인 감정들은 고스란히 내 몫이 되어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익숙한 쪽을 선택한다. 이 남자와 살기는 죽기보다 싫지만, 이혼 후 감당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는 두렵기만 하다. 부모님의 잔소리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지만, 그만두라고 말했을 때 더 큰 재앙이 닥칠까봐 겁난다. 죽었다 생각하고, 마치기 직전의 상태로 살아가는 것을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까? 괜찮다는 말이 익숙한 상태를 깨고 싶지 않아 자신과 상대의 입을 막는 수단이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싸울만한 힘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그야말로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때가 아닌지 생각해보고 나에게 공감해주어야 한다.

-p.19~20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화내고 울어도 괜찮을까? 中

너무 느긋한(?) 지역(?)에서 오래 살아서 일까요?(핑계죠...) 저는 대체적으로 화를 인지하는 속도가 좀 느릴 편입니다.

화나는 일이 발생했을 때 당시에는 어안이 벙벙하고 이게 뭐지? 하고 있다가 정작 화를 내야 할 타이밍을 놓치고 뒤 늦게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라 그때 이렇게 화냈어야 했는데, 왜 그 말을 그때 하지 못했을까 하면서 혼자 속을 끓입니다. 게다가 욱하는 성질도 있어 한 번 욱하면 눈에 보이는 게 없어 앞뒤 사정 제대로 설명도 안 하고 팍하고 퍼붓는 스타일이라 어릴 때 몇 번 곤혹스러운 경험을 한 이후로 자제하자며 참고 참았던 게 만성이 되었는지 이제는 화내도 될 상황에서도 제대로 화를 내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렀달까요. 조금이라도 이성적이고 생각있는 내가 참자 참자 하다가 결국에는 울화병이 생겨 이제는 이래서는 내가 죽겠구나 싶어 제 기분을 조금씩 표출하고 있습니다.

시기 적적하게 정당하게 화를 내는 방법... 그게 쉽지 않네요.

​영화 <그래비티>는 인간의 원초적 공포를 일깨우고, 나아가 '죽음의 실체는 우리를 파괴하지만 죽음에 대한생각은 우리를 구원한다.'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나약한 인간에게 잠재된 불안을 수용하도록 하며 그 안에서 우리가 얼마나 잘 견뎌내고 있는지 격려한다. 차가운 우주 공간에서 전하는 뜨뜻한 메시지는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나와 닮은 타인을 보다 넓은 품으로 감싸 안을 수 있게 해준다.

자, 잠시 멈춰 내 안의 어린아이에게 물어보자. 지금 이순간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 여전히 불안하고 초조한가? 그렇다면 꼭 안아주자. 어른이 된 내가 언제나 함께 있으니 걱정 말라고. 이미 우리는 어쩔 줄 모르는 많은 상황들을 잘 견뎌왔다고. 그리고 이제 당당히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이다.

-p.38~39 <그래비티> 불안, 그 끝에 삶이 있다 中

​엄마가 불행하면 아이도 불행하다.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엄마의 문제라고 한다면 그것은 엄마의 잘못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불행을 지적하는 것이다. 영화 속 에바는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명제 얽매여 도움이 필요할 때조차 손을 내밀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임신에 대해 자신의 선택을 인정해야 했지만,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마음은 들지 않고 후회와 원망, 미움과 죄책감에 휩싸이는 것이 두려워 차라리 그 어떤 감정도 느끼지 않는 쪽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엄마가 되는 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이 아니다. 따라서 마음의 준비 없이 어떤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면 엄마의 역할에서 요구되는 보호본능이나 사랑의 마음이 차단될 수 있다. 엄마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비난하는 말은, 결국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나약한 엄마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뿐이다.

-p.102 <케빈에 대하여> 아이를 키운다는 것 中

​누군가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 언제나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과연 당신은 그 사람 혹은 그 사람들을 비난할 만큼 떳떳한가? 그리고 그 사람 혹은 그 사람들을 비난할 권리라도 가지고 있는 건가? 하고 말압니다. 이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을 비난할 때 혹시 저 비난이 나에게도 해당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조차 없이 마치 비난하는 것이 자신의 권리이냥 구는 사람들을 볼 때는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단적으로 부모와 자식간의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서로를 비난할 수 있는 건 그들 당사자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나머지 사람들은 말 그대로 제 3자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솔직히 오지랖 아닐까요. 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다라는 건 허울 좋은 말입니다. 그저 다른 사람을 비난하면서 그 사람보다 우위에 서 있다는 자존감 낮으면서 자존심은 세우고 싶어하는 거로밖에 안 보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말문이 막히는 때는 할 말이 너무 많아 감당 할 수가 없거나, 내 마음으 ㅣ정체를 알 수 없어 표현할 말이 적당하지 않ㅇ르 때인 것 같다. 아니면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그 엄청난 공격성이 표현될까봐 두려워서일 수도 있다. 표현되지 않은 많은 말들이 우리 안에 쌓일 때 그 두려움의 덩어리는 점점 더 커져 우리를 위협하게 된다.

-p.111<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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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꼭 맞는 상대를 만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자신의 건강한 모습을 만나야 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는 말은 무작정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외치며 철옹성을 쌓으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 이면에는 나의 약점과 실수를 인정하고 겸손하게 받아들일 때 변화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실수해도 괜찮고, 약해도 괜찮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그러니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 또한 열려 있는 것이다. 

코헛이 언급한 '건강하고자 하는 욕구'와 만나 스스로를 공감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나와 비슷한 누군가의 자기대상이 되어 줄 수 있다. 그를 공감적으로 바라보게 될 테니까 말이다. 반대로 외로운 나에게 손을 내미는 그에게 조금씩 천천히 마음을 열어보자. 어느 순간, 나의 약점까지도 편안하고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면 그는 제법 훌륭한 자기대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따뜻함을 느끼고 내가 자라 있음을 발견했다면 반대의 역할도 시도해보자. 상대가 달아나지 않고 자신의 아픔을 보여준다면, 그리고 그것을 내가 감당할 만하다면 두 사람은 잘 어울리는 커플이 될 수 있다.

-p.149 <러브레터> 첫사랑의 기억을 떠나보내다 中

​과거에 상처를 준 엄마가 아닌, 지금 이순간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현재 일어난 좌절의 경험을 표현해보자. 말하기 전에 내 감정으 ㄹ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어린 시절 내 모습과 직면하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과거의 상처에 얽매여 현재의 좌절을 더 크게 느끼고 표현한다면,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갈등은 더 깊어지게 된다. 자칫하면 서로에게 속상했던 사소한 기억들이 쏟아져나와 큰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이때 주목할 것은 믿음이다 .그 혹은 그녀는 한때 나의 거울이 되어 짜릿한 접촉을 이루었던 바로 그 사람임을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진심을 털어놓을 때, 버거워 주저앉고 싶을 때 나를 지탱해줄 중요한 덕목이다. 그렇게 좋은 추억들을 떠올리다 보면 지금 내 앞에 있는 험악한 표정의 그에게 조금 더 다가갈 수 있게 된다. 나아가 현재의 갈등이 과거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상대를 믿고 나의 수치심을 드러낼 수 있다면 그로 인해 관계는 더욱더 단단해 질 수 있을 것이다.

갈등은 관계를 풍성하게 한다. 1년간 좋게만 지낸 연인은 싸움이 두려워 거리를 둔 탓에 점점 멀어지게 된다. 그러니 헤어질 수 밖에 없다. 갈등을 피하지 말고 용감하게 사랑해보자. 나는 더이상 과거의 내가 아니며, 내가 사랑하는 이도 과거의 대상이 아님을 명심하자. 우리는 결국 과거의 기억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지만 그것과 다른 관계를 맺을 수는 있다.

방치된 소심한 아이는 외로움을 혼자 견뎌낸 아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기꺼이 상처를 바라보고 거두어낼 수 있는 성인이 되었으며, 그 아이를 보듬어 줄 수 있다. 연애라는 것은 나의 과거를 직면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사랑하게 되는 그 과정이 아닐까.

-p.160~161 <이터널 선샤인> 우리는 왜 헤어졌을까? 中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나 사물들은 이미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경우가 많다.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를 묘사하는 기술은 인간이 가진 최고의 능력"이라는 한 인도 작가의 말처럼 과거의 경험과 그로인한 감정을 거두어내고 대상을 바라보는 일은 쉽지 않다. 따라서 염습의 과정은 그 자체로 경이롭다. 삶의 묵은 때를 씻어낼 뿐만 아니라 그를 보는 이들의 눈및마저 투명하게 바꾼다.

이처럼 진정한 화해를 위해서는 용서보다 애도가 필요하다. 누군가의 잘못을 들추어내고 그것을 눈감아주는 것이 용서라면, 이는 일시적일 뿐이다. 어느 누구도 누군가를 단죄할 수 없다. 내가 용서한다고 해서 이미 잘못이라고 생각한 것이 괜찮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용서는 억울함과 단절을 가져온다. 그냥 너도 나도 부족한인간임을 인정하는 것이 낫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상처받은 경험과 좋은 기억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는 것이다.

-p.227 <굿'바이> 죽음의 문 앞에서 마주보기 中

​진정한 용서란 어떤 것일까요?

용서한다는 말 한마디에 그동안의 응분과 억울함이 다 풀리는 걸까요. 미안해라는 한 마디로 그 동안의 죄가 다 용서되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저는 그렇게 못할 거 같아요. 되도록이면 화를 내지 않으려는 저이기에 왠만한 일은 그냥 지나가거나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편이에요. 근데 마음의 상처가 오래 된 분노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힘든 일을 단지 그 사람의 죽음이라던지 사과로 풀어버린다면 상처를 받았던 내가 너무 불쌍할 거 같아요. 문득 최고의 복수는 용서라는 어느 구절을 읽고 어이없어 했던 기억이 나네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어진 역할을 해내며 '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수용하는 태도다. 영국의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컷Donald Winnicut은 'Good enough mother'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충분히 좋은 어머니'라고 번역되는데, 영어의 어감을 살려서 '이 정도면 괜찮은 어머니'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즉 완벽한 엄마는 없으며 오히려 적당한 좌절을 함께 경험하는 것이 아이에게 최적의 환경이 된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참 힘든 일이다. 그 와중에 돈도 벌고 관계도 맺고 경력까지 쌓으려면 늘 허덕일 수밖에 없다. 완벽을 추구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자책하다 보면 그만큼 함께하는 상대를 비난하게 되고 결국 멀어진다. 힘들수록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을 인정하고 수용할 때 상대방에 대해서도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어려움 앞에서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진정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

낡은 것은 우리에게 안정감과 애틋함을 준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있다면, 안정감 속에서 새로운 설렘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너도 나도 이만하면 괜찮지!'라는 믿음으로, 새롭게 빛나는 가치에 주의를 기울여보자. 생각해보니 이렇게 늙어가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p.246 <비포 미드나잇> 이만하면 괜찮아! 中

작가님 인터뷰 영상 및 포스팅입니다.

http://blog.naver.com/1n1media/220556447048

http://blog.naver.com/1n1media/220547285355

영화와 함께 들여다보는 그들의 심리가 재미있습니다.

이렇게 보자면 과연 심리상담이 필요하지 않은 인물은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누구나 저마다의 크고 작은 정신병을 안고 살고 있어서 모두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더욱더 그 말이 신용이 가네요. 과연 내가 짊어지고 있는 심리적인 부분은 어떤 것일지도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의 내용과 인물들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작가님의 문장들에 따뜻함이 느껴지는 건 아마도 작가님이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애정이 있기에 심리학을 전공하고 상담사가 되신 거 겠죠.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미 봤던 영화도 보지 못했던 영화도 다 보고 싶어졌습니다.

우은 올 겨울에는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과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시리즈인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을 꼭 봐야 겠습니다.

영화를 보고 이 책을 다시 읽는 다면 감회가 더 새로울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