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덕질이라고 하면 뭐부터 생각할까요?
편견이 무서운 게 덕질이라고 하면 '오타쿠' 혹은 '오덕'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거에요.
저 또한 그렇고요. 오덕에 대한 이미지는 생각보다 안 좋고요.
외적으로 자기 관리는 하나도 안 되고 음침하고 음흉한... 뭐 그런?
처음 제가 덕질 혹은 오덕을 접하게 된 건 역시 일본 만화에서 였던 거 같아요.
사회성 제로에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집요할 정도로, 가끔은 저 정도면 범죄 내지는 병원에 가야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그래서 덕질하는 사람 내지는 오덕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게 편견이 생길 수 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저도 덕질하면 한(?) 덕질하는 편입니다.
한 번 빠지면 그것에 대한 집요할 정도로 파고 들지만 생각보다 그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요.
제가 생각해도 이것저것 건들여 보고 하나 제대로 깊이있게(?)하는 덕질은 없었던 거 같아요.
덕후는 맞는데 깊이 없는 덕후질을 하는 편이랄까요? 미칠려면 제대로 미쳐서 뭐라도 하나 이루어야 하는데 거의 어설프게 미쳐서 건지는 게 없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덕질을 하는 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생산성있는 덕질로 변환시킬 수 있는 방법이랄까, 비법이랄까 그런것도 배워보고 싶었고요. "덕업일치,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기적"을 이루어 낸, 또 이루고 계신 선배 덕후님들의 비결을 알고자 이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저마다 좋아하는 것 하나쯤은 가지고 살 수 있었으면, 그래서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들어진 관심사 SNS인 빙글(vingle.net)에서 활동하는 빙글러들은 빙글을 덕질의 장이라고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덕입일치 스토리 공모전 :미운오리, 하늘을 날다>는 공모전을 열어 덕업일치를 실천하고 계신 열두 명의 덕후들을 찾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우리에게 소개 하고 있습니다.
탑시드 팬에서 연예부 기자가 된 드라마, 배우덕후
대기업 때려치우고 프렌치펍을 차린 요리덕후
다이빙샵 오너가 되어 꿈꾸던 삶을 사는 여행, 다이빙덕후
그냥 좋아서 스트리트 패션을 찍다가 포토그래퍼가 된 사진덕후
멋있어 보여 시작한 알바생에서 커피대회 심사위원까지 된 커피덕후
망하더라도 해보고 싶은 건 하다가 '글로우픽' 대표가 된 앱 기획덕후
솔직함과 단순함을 추구하며 섹스칼럼니스트가 된 연애스토리덕후
에디터에서 여행책방 주인으로 변신한 글덕후
좋아하는 일들을 모아보니 지역브랜딩 전문가가 된 아웃도어, 여행덕후
누군가의 중요한 순간을 기록해주다 사진과 영상으로 먹고 사는 사진 덕후
피트니스 사업을 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는 창업덕후
아이돌을 길러내는 연예기획사 부사장으로 거듭난 음악덕후
세상에는 우리에게 익숙하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한 덕후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여기 소개되는 12명의 덕후들 말고도 자기 분야의, 덕질을 꾸준히 파며 생산성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분들도 더 많을 건란 생각이 듭니다.
덕업일치는 어쩌면 판타지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쉽게 말할 수 없다. 내 능력 덕분에 가능했던 것도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건,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나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적당한 운이 맞아떨어져 행복한 사람들이 더 많이 생기길 바라본다.
-p.021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中
경영학을 전공했고, 대기업 홍보 마케팅부에서 7년간 몸담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직장에서의 나는 좀 별로였다. 내가 직접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점점 늘어났고, 남의 아이디어를 뽑아다가 적당히 칼질해서 쓰는 일이 나의 업무였다. 스스로 지키고 있던 마지노선 앞에서도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려고 하는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말았다. 그래도 나름 커리어패스를 만들어 가고는 있었는데, 어느 날 그마저도 강제로 부정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실적으로 압박 받던 경영진의 단기적인 대처로 본사 인력 수백 명을 지역 영업팀으로 강제 발령 낸, 이른바 '추노 사태'가 벌어졌다. 나 또한 이 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어릴 때 농담처럼 자주 하던 말이 있다. "내가 낸데!!!" '내가 자존심이 있지' 뭐 이런 뜻의 허세 섞인 표현이다. 그러니까, 내가 낸데! 이렇게 살 수는 없었다. 회의감에 휩싸여 있던 나로부터 스스로 멀어져준 회사를 생각하면 심란했지만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한편으로 두근거리고, 그러나 두렵고, 또다시 생각하면 너무너무 하고 싶었다.
그것은 '요리'였다.
-p.030 직장인의 중2병, 회사와의 이별 준비 中
나는 보수적인 회사, 자율적인 회사, 깡패 같은 회사를 차례로 거쳤다. 셋 모두 장점이 있었다. 보수적인 회사에서는 일하는 프로세스와 사람 대하는 법을 배웠다. 자유로운 회사에서는 경력과 나이에 상관없이 토론할 수 있고 진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지만, 서로 동등한 입장에만 있다 보면 누구 하나 컨트롤 할 수 없는 단점이 생긴다는 걸 배웠다. 깡패 같은 회사에서는 통제가 안 되는 상황에서 필요한 강한 카리스마를 지켜봤다.
결국 중요한 건 '성공이냐 실패냐'가 아니라 '경험으로부터 무엇을 배우느냐'인 것 같다. 지난날의 실패가 나를 성장시켰고, 지금 이 순간의 크고 작은 시행착오들이 더 나은 나의 미래를 만들 거라 생각한다.
-p.115 어디에서든 배울 점은 있다 中
어릴 땐 어른이 되면 정말 뭐라도 될 줄 알았습니다.
내 밥벌이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안정된 직장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안락한 집과 자동차, 그리고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취미와 여유정도?
특히 30대가 되면 더 이상의 진로나 그런 것들의 고민들 없이 그냥 내 직업의 커리어만 쌓아가면서 나아가면 될 줄 알았고요. 30대가 된 지금 나는 20대, 10대와 비교해도 결코 지지 않을 정도의 질풍노드의 시기를 겪고 있어 참 아이러니합니다.
왜 앞으로 뭐 해먹고 살지? 하는 고민은 나이를 먹어도 사라지지 않을까?
아니 오히려 나이를 먹을 수록 이 고민은 더 무겁고, 깊어지며, 복잡해져 더 어려워졌습니다.
어릴 땐 마냥 해 왔던 덕질이 어른이 되면서 어떤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잘 다니던 직장의 연차가 올라가면서 과연 내가 앞으로도 이 이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안 해 본 직장인이 있을까요?
저 또한 그런 고민을 했고 그때가 한창 가슴이 뛰는 일을 해라! 라는 열정자극 문구가 돌던 시기였습니다. 그래, 이왕 하는 일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할 거야라는 나름의 원대한(?) 포부에 다시 공부해 이직을 했고요.
그래서 원하는 직장을 얻어 또 연차가 쌓인 지금 나는 행복한가? 라는 질문에 과연 행복한가? 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 세상에 마냥 일이 재미있고 신나기만 하지 않다는 걸 압니다. 그건 욕심이죠. 하지만 가끔 욕심을 부리고 싶은 게 인간이잖아요.
위에서 말한 거처럼 나름 제가 덕질하던 분야의, 좋아하는 분야에 발을 디뎌 업으로 삼고 살고 있지만 행복한가?라는 질문에는 여전히 물음표입니다.
내 마음 같지 않네~ 는 세상 어디에 통용해도 들어맞잖아요.
시작하기 전에 외부인에서 바라본 일과 그 안에 내부인으로 바라본 일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래도! 적어도! 예전 그냥 밥만 벌어먹기 위해 일을 하던 때보다는 조금, 아주 조금 더 재미있기는 해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도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일을 할 때 조금, 아주 조금 더 신날 때가 있기는 해요. 그래서 위에서 치이고, 옆에서 치이고, 아래에서 치여도 이 일이 내 업이니 하고 할 수 있네요.
그래서 우리는 덕질을 좀 더 갈고 닦아 덕업일치를 꿈꿔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우선... 저 말고 다른 덕후님들이 서식하고 있다는 빙글에 가입부터 해야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