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 간다면 정처없이 상하이의 거리들을 계속해서 걸어다니고 싶었습니다.

그나라에 대해 이해하고 그 도시를 사랑하기까지 산책만큼, 이곳저곳 도시의 구석구석을 걸어다니는 거 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걷고 또 걷다보면 외국이라는 이름의 상하이가 아닌 그냥 상하이라는 도시 그 자체가 다가오지 않을까요. 저 또한 그렇게 한적하니 걷다보면 외국인이나 여행객이 아닌 그냥 한 사람으로서, 상하이에서 먹고 자고 사는 사람으로서 느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상하이에는 전에 단체관광으로 한 번 다녀왔는데 여행은 뭐니뭐니해도 자유여행이 가장 좋은 거 같습니다.

상하이 자유여행에 필요한 단권 가이드북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동양의 뉴욕'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상하이에 대해 좀 더 잘 알아보고 이 책을 바탕으로 제 두 발로 열심히 걷고 또 걷고, 먹고 또 먹고, 보고 또 보는 상하이 자유여행 플렌을 짜보고 싶네요.  

이 책은 디자인을 전공한 남녀가 만나 연애를 하다 짧은 상하이 여행 뒤로 남자가 먼저 일자리를 얻어 상하이에 오고 여자가 이어 결혼과 동시에 상하이로 건너와 살면서 접하게 된 상하이의 이야기입니다. 외국인의 타지생활은 삶과 여행의 중간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더 재미있기도 하고 외롭기도 한 거 같습니다. 상하이에 살면서 상하이가 고향인 41개월 된 딸 그린이를 키우는 부부의 일상이 느껴지는 사진들이 보기 좋았습니다.

단순히 여행 팁만을 담고 있는 거 뿐 아니라 상하이의 역사와 상하이 사람들 이야기, 상하이라는 도시가가 가진 매력까지 담고 있는 책인지라 읽는 내내 단체관광에서 보았던 상하이의 이미지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이래서 여행을 가려면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 사람들이 추천해 주는 곳을 가라는 말이 맞는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상하이 여행을, 자유여행으로 꼭 다시 한 번 다녀와야 할 거 같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강아지와 함께 부대끼며 자라서 강아지에 대한 감정이 남달랐습니다.

강아지의 표정, 행동, 소리 하나 하나까지 강아지라는 동물이 갖는 의미가 단순히 동물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커가면서 더욱 절실히 느꼈고요. 그러다보니 강아지라는 한 생명체가 태어나서 자라고 그리고 나보다 먼저 눈을 감는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그 순간들도 잊지 못하고 아직도 그때의 감정과 추억을 생각하면 눈에 눈물이 고입니다.

반려견을, 혹은 애완동물을 한 번이라도 키워봤던 사람들이라면 이 에세이를 보고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강아지라는 생명체를 처음 접했을 때의 감정, 맹목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한 없이 느껴지는 애정, 작은 생명체에서 품어져 나와 나를 덮혀 주는 그 온기마저도 사랑이었음을 왜 떠나보내고 나면 알게 되는지.

이 책의 저자이자 자스민의 가족이었던 '화첩기행'으로 유명한 김병종 서울대 동양화과 교수가 이 책을, 자스민에 대한 글을 쓰게 되기까지 많은 고민과 결심을 프롤로그에서 부터 느껴졌습니다. 저에게는 항상 긍정적이고 생각하느거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강아지라는 존재가 누군가에는 싫고 불편하며 남우세스럽게 호들갑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60세가 넘은 교수님의 고민이 이해가 갔습니다.

이 책은 영국 포메라니안 종의 조그만 개 자스민이 김 교수님 가족과 함께 살며 삶과 사랑,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16년이라는 시간이 담겨져 있습니다. 김 교수님이 들려주는 자스민 이야기와 자스민이 들려주는 가족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 되는 구성으로 김 교수님이 직접 책에 들어간 그림 10여 점도 백묘법으로 그렀다고 하여 더욱 의미 있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솔직히 처음 책을 보고 책의 그림만 보고는 자스민이 포메라니안 종이 아닌 진돗개나 한국 토종 개인 줄 알았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참혹한 일이다. 그것은 먼저 온갖 종류의 외로움을 견뎌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별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도 어른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늦은 밤 우연히 강아지와 얘기를 나누는 것을 들을 때면 장차 어떻게 헤어지려고……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건 그때 문제라고 밀쳐두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건 그때 문제다. 심지어 부모와도 이별하지 않는가. 그 이별의 예감을 미리 앞당겨 고민할 필요는 없을 터였다.

자스민의 기다림을 바라보면서 나는 기다림에 익숙지 않은 나를 보았다. 늘 기다림에 서툴러 조바심을 내다가 일을 그르치기 다반사였던 나로서는 강아지의 끈기 있는 기다림이 놀랍기만 했다. 밤을 새서라도 현관문을 지키며 결코 제 집으로 들어가지 않는 그 마음이.

강아지를 보면서 사랑은 기다림이로구나, 하고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이넝ㅆ다. 그렇구나, 사랑은 기다림일 뿐이구나. 오지 않는 그대를 기다리는 것뿐 아니라 그대의 실수와 잘못까지도 기다려주는 일이구나, 꺠달았던 것이다. 지나가는 말로 "저 녀석, 의견(義犬)인데. 애들이 안 오면 꼼짝 않고 기다려. 사람보다 나아."하곤 했지만 그 점에 있어서는 정말이지 그 작은 강아지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

-P.102~104 기다림, 사랑의 또 다른 이름 中

담담하니 이야기하는 거처럼 보이지만 자스민을 가장 사랑했다던 둘째 아들만큼이나 김 교수님도 자스민을 사랑했다는 게 글 안 가득 묻어났습니다. 사랑의 방식이나 표현은 달랐지만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자스민에게 가졌던 감정은 결국 사랑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 안에서 자스민을 추억하고 생각하는 그리움이 가득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처럼 누군가에는 자스민이 그냥 한 마리의 강아지, 애완견에 불과하겠지만 자스민과 함께 먹고 자고 숨 쉬며 생활을 했던 김 교수님의 가족들에게 자스민은 한 마리의 강아지, 애완견 이상이었을 겁니다. 가족의 또 다른 이름인 사랑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마치 저에게 이젠 떠나간 제 강아지들이 그랬던 거 처럼요.

이 도서는 한우리 북카페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